"무소속 후보 대거양산, 현장 중계 보다 정책 여부 부각해야"

4차 보고서 -지역 신문에 비친 17대 총선의 무소속 예비후보들

검토 완료

안태준(anti21)등록 2004.03.16 14:35

영남일보 3월 4일 4면 ⓒ 영남일보

이러한 정치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현재 대구ㆍ경북 지역의 무소속 후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한 부류는 한나라당의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인데 이들이 전체 무소속 예비후보들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기존 정당에 공천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전자의 경우는 공천 과정의 비민주성이 탈당과 무소속 출마의 원인이고, 후자는 지역의 새로운 대안세력으로써의 역할이 출마의 변이다.


지역신문에 비친 무소속 예비후보들

이러한 무소속 예비후보들의 활동에 대해 지역신문의 관심은 상당히 높은 편인데, 이와 관련한 주요 기사는 다음과 같다.

영남일보
2월19일 「대구 ‘무소속 돌풍’ 조짐」
2월25일 「지역 무소속 연대 가시화」
3월 4일 「무소속 연대 어떤 형태 될까?」

매일신문
2월25일 「무소속후보 연대 움직임」
2월28일 「무소속으로 ‘물갈이’ 심판 받겠다」
3월 6일 「열린우리당ㆍ무소속 도전 한나라 불패신화 ‘불확실’」



그러나 높은 관심에 비해 그 내용은 심층적이지 못하고 표피적인 보도에 그치고 있다.
두 신문 모두 무소속 예비후보들이 또는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연대’가 올 총선 판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구체적 기사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영남일보 “대구ㆍ경북지역에서 중량급 무소속 후보들의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 총선의 중대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매일신문 “「무소속 연대」의 결성 여부는 대구지역 선거판을 뒤흔들 또 다른 변수로 간주되고 있다.”


지역신문 보도의 문제점

매일신문 2월 28일 ⓒ 매일신문

첫째, 지역신문은 공천의 비민주성이 탈당과 무소속출마의 타당한 이유가 되는지 짚어보아야 한다.
“상향식 경선”이란 약속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 한나라당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정한 공천’이 정당 선택의 절대 기준일 수 없고 정치 활동의 전부가 아닌 이상 탈당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란 같은 이념과 정강ㆍ정책을 그 근본 축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보았을 때 이들의 탈당은 온당하지 못하다.

둘째, 지역신문은 무소속 예비후보들의 정치 지향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도할 필요가 있다.
공천 탈락자들 이외에도 이들이 왜 굳이 기존의 정당을 멀리하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보도가 부족하고 그나마 추상적이다.
예를 들면 수성을에 출마한 한 무소속 예비후보는 “지역의 미래를 보장할 새로운 정치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라며 무소속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너무 추상적이다.
또 수성갑에 출마한 한 무소속 예비후보는 “건강한 보수의 맥을 잇는 대장정에 나설 것”이라고 했는데, “건강한 보수”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무소속의 폐해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무소속 출마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 의지이다.
하지만 단순한 공천 탈락이나 뚜렷한 이념적 차이 없이 출마하는 무소속 후보들은 본의 아니게 정치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첫째, 진정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방해할 수 있다.
무소속 후보들은 ‘무소속=비정당=덜부패=순수하고 깨끗한 대안 후보’라는 이미지를 조장해 기존 정당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을 현혹할 우려가 있다. 이는 유권자들의 의지를 악용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방해하게 된다.

둘째,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증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
지난 15ㆍ16대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각각 16명ㆍ5명이 당선되었다. 그런데 15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 가운데 15명이 신한국당ㆍ한나라당에 입당을 했다. 그리고 16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 가운데 4명이 민주당에 입당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념과 정강ㆍ정책에 따라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당선의 유불리에 따라 정당을 선택하는 한국정치의 후진적 모습의 결과인데, 유권자들에게 더욱 더 짙은 정치 혐오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끝으로

지역신문은 무소속 후보들이 기존 정당과 이념적인 면에서 또 정강ㆍ정책적인 면에서 어떤 뚜렷한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해 보도해야 한다. 단순히 승패 위주의 판세 분석 보도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지역신문의 이러한 역할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희망하는 유권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