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태평로 조선일보 ‘동짱’에게

동짱은 왜 6자회담 전만을 ‘영희동무’에게 묻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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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민(hanfan)등록 2004.02.20 15:07
언젠가는 님에게 이메일을 한 장 보내고 싶었습니다. 내가 태평로에 위치한 모 신문사 건물에서 동짱(가명)님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안티조선집회에서였던가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님의 이름을 가명으로 적는 것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님도 알다시피 태평로에는 동아**, 조선**, 서울** 등 한국의 신문사가 많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은 예전 월드컵 때 붉은악마들이 몰려들었던 추억의 장소여선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 됐죠. 물론 태평로뿐만이 아닙니다. 종로와 중구 등 서울 중심지에는 연합뉴스, 중앙일보를 비롯해 다양한 언론사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님이 근무하는 ‘1등신문사’ 맞은편 거리는 언론개혁을 원하는 단체들의 단골 시위장소가 됐습니다. 그 신문사 앞에서 시위를 하려는 단체가 많지만 사전에 다른 누가 시위등록을 해놓았던가요. 쉽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이들이 그 신문사 앞에서 언론개혁을 외치는 까닭은 바로 혼신의 힘으로 사회 개혁을 막는 이 신문의 성향 때문이 아닐까요. 근데 그걸 성향으로 부를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언젠가 친구들과 우연히 길에 떨어져 있던 ‘1등신문’을 집어든 적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 들어 있었는지 혹시 기억하십니까? ‘722억대 0?’은 물론 ‘청와대 총선 올인, 민생 죽는다’와 그밖에 다양한 여당 비판기사가 포함돼 있더군요. 오랜만에 접했지만 또 한번 이 신문이 우리의 기대를 외면한 채 특정 세력, 정당의 주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기사를 보노라니 이마와 콧등에 땀이 송송 맺히도록 열심히 자판을 두드렸을 님이 상상됐습니다.

주로 나이가 30대 중반인 님들은 모 대학의 졸업생이 대부분이라고 하더군요. 그 중에 특히 님은 지금 베이징에 특파원으로 계시다구요. 애초 이 글을 쓸 때 님이 누군지 밝히지 않겠다고 했고 저는 결국 이름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그 약속을 지키고 있음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님이 그 대학 무슨 과를 몇 등으로 졸업했는지까지 밝힌다면 아마 독자들은 님의 존재를 대번에 알아차렸을 겁니다...만 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만 해도 누군지 뻔히 알겠는데 무슨 말이냐구요? 그래도 나는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의 칼럼에서처럼 ‘영희 동무(가명)’가 누군지 밝히지 않는다면서 식당의 위치와 모 전문대를 같이 졸업한 스무 살 동갑네기 세 사람이 근무하고 있다는 식으로 쓰진 않았습니다. 저는 그 정도로 위트 있는 사람이 못 됩니다. 동짱님의 글을 읽노라니 그 영희동무가 누군지 정말 모르겠더군요.

요즘 우리 신문들도 독자수 늘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죠. 언젠가 님이 신문을 읽고 있는 우리에게 ‘고객님 고객님’ 하고 부르기에 ‘낯간지럽다. 그냥 편하게 독자님으로 부르지 않으면 다른 신문을 사 보겠다’고 썰렁한 농담을 건네자 바로 ‘독자님’으로 바꿔 부르더군요. 님의 그러한 서비스 정신의 ‘저의’를 ‘무한 부수확장’ 탓으로 돌리는 독자들도 많지만 나는 그런 대응 자체를 생존차원으로 해석하며 넘어갔습니다.

동짱님. 언젠가 한번은 오마이, 한겨레 등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일장기를 제호 위에 올려놓은 예전 신문을 보여주며 ‘니들 친일했다는데 맞느냐’고 물으니까 ‘그런 식으로라면 한국에 살았던 사람들 다 친일한 거 아니냐’며 기염을 토하기에 분위기가 썰렁해진 적이 있지요. 또 요즘 조선일보가 예전만큼 정보도 못주고, 특종도 못한다며 탓하는 독자가 있자 ‘참다운 보수언론의 맛을 모른다’며 훈계하듯 면박을 주던 기억도 새롭군요. 예전에 도심에서 시위하면 님의 신문에서 ‘국법질서를 혼란케하는 세력, 무장한 불순자’ 운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를 생각하면 낭만적인 일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짱님. 이제 얼마 후면 미국 대선이군요. 그런데 왜 뜬금없이 미국 대선을 왜 님에게 묻냐구요? 우선 용산기지, 이라크 파병 등과 관련해 님의 신문과 미국은 관련이 많은 편이 아닙니까. 그리고 내가 미국 대선을 님에게 묻는 게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이 ‘6자 회담’의 전망을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북한식당 ‘영희 동무’에게 묻는 것보다 더 현실적이 아닐까요?

이사대우 기자이자 워싱턴에서 칼럼을 보내고 있는 님의 선배 기자가 미국 대선에 대해 이미 알려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님도 이번 대선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남의 나라 군대가 센트럴 파크에 주둔하면 미국 시민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미 국방장관은 미군 기지의 후방 이전을 당연시 했죠. 반대로 미군의 인계철책을 중요시하며 파병을 한미동맹 차원에서 관철하려던 ‘민족지’는, 민주당 케리 후보가 부시를 11% 앞선다는 현 여론결과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케리가 당선된다 한들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직 시간이 남은 일,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겠죠.

다만 이번 미국 대선이 끝나면 태평로에 위치한 님의 신문사에 들러 미군의 이라크 장기주둔이 한국 장래와 조선일보에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미국 대선의 결과를 한국 장래와 조선일보의 미래에 결부시키는 것이 뜬금없는 질문이라며 면박주지는 마세요.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이 6자회담의 결과를 ‘영희동무’에게 묻겠다는 것보다는 관련성이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 질문을 받고 당황할 영희동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님! 만일 부시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축하주라도 돌리시겠죠. 부시에 등을 돌린, 유럽과 미국 내 유권자들이 ‘부시 재선? 말도 안 돼’라고 할지 모르지만, 정말 가끔 조선일보를 보는 우리는 그런 축하주를 함께 마실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부시도 바뀌고, 모 신문도 바뀌어야겠죠.

동짱님! 이름도 위치도 출신성분도 밝히지 않았던 영희동무는, 그러나 6자회담이 끝나면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이 방문하는 식당에 근무하고 있을 영희동무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요? 조선일보 기자가 자신을 그토록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요? 갑자기 나도 영희동무가 보고싶어지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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