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조선일보는 좌파인가

<강천석 칼럼> "손석춘은 '좌파 또는 친정부 언론인'" 주장...사실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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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yms7227)등록 2004.02.19 17:12

조선일보 9일자 '강천석 칼럼'. ⓒ 조선일보 PDF

연일 수구언론의 사설과 칼럼은 한나라당을 걱정하고 훈수 두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한나라당을 보수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간주하면서, 보수세력의 침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풍성한 가운데 칼럼니스트들 또한 이에 빠지지 않는다.

비록 보수세력을 태운 한나라호의 침몰을 감지한 쥐새끼들이 호들갑을 떨며 이리저리 부산스럽지만, 밖에서 침몰하는 배를 보며 애태우며 선주(船主)의 심정인 양 '애정 어린' 독설을 퍼붓는 칼럼니스트들.

비록 그 수준이 천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래도 혹시 당대의 칼럼니스트(?) 중 '탁견' 하나 없겠나 싶어 여러 신문 사이트를 헤매던 중 순간적으로 날아오는 주먹과 '뻑'하는 소리에 잠시 정신을 잃을 정도의 느낌을 줄 만한 참으로 비겁하고 기습적인 칼럼 하나를 접했다. 이 정도면 '대통령 서너 차례는 해먹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이 칼럼에 대해서 '말꼬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온전히 감수하겠다는 각오로 말꼬리만 잡아보고자 한다.

김수환 추기경 발언 관련 '소동'을 두고 한국사회 전반의 '권위상실'을 질타하며 쓴 조선일보 전 편집국장 강천석씨의 2월 9일 조선일보 <강천석 칼럼> "권위가 무너진 벌판에 부는 바람". 비록 10여일 전의 칼럼이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문제가 심각한 비틀린 주장이 있어 '말꼬리'를 잡아 제 자리로 비틀고자 한다.

언론의 권위가 무너진 벌판에서 '쇼'하는 강천석

여기에서 그는 1960년대 후반 프랑스 학생들이 연극의 메카인 '코미디 프랑세즈'의 무대를 점거한 사건을 두고 프랑스 지식인 레이몽 아롱이 "철부지들이 '코미디 프랑세즈'의 권위를 짓밟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

그러나 짓밟혀 깨뜨려진 그 권위에 새살이 돋는 데는 수백, 수천 배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강씨는 '철부지들'의 '권위 파괴 행위'에 대해 분통을 터뜨린다. 그리고 "종교의 권위, 예술의 권위, 대학의 권위, 언론의 권위가 무너진 벌판에는 우중(愚衆)을 앞세운 권력의 바람만 휘몰아친다…벌써 그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며 권위의 상실시대를 짜깁기한 지식으로 풀어낸다.

하지만 강씨가 비겁하고 뻔뻔스럽게 외면하는 대목이 있다. 일제식민지 시대에 민족을 배신하고 친일한 종교 예술 언론인들과 '그 자식들'이 아직도 이 땅에서는 큰소리치며 민족의 정기를 흩어놓고, 심지어 친일관련 인물 진상규명조차 막아 선 곳이 한국이지만, 최소한 프랑스는 2차대전시 독일에 부역한 나라의 반역자들을 가차없이 처형했다는 사실이다. 청산해야 할 인간들을 살려주고 출세시킨 한국 땅에서 이제는 무너진 권위를 애끓어 하며 권위마저 탐내는 인간들, 그들을 대변하는 '강심장' 강천석씨.

심지어 '언론의 권위가 무너진 벌판에 우중을 앞세운 권력의 바람이 휘몰아친다'는 마지막 주장은 '언론 희화화'의 절정이다. 외로운 벌판 홀로 서서 벌이는 '쇼'다. 분명한 것은 나라의 반역자 국민의 배신자 독재정권의 부역자들, 인권탄압 등 반민주주의의 나팔수 노릇을 자임했던 조선일보의 전 편집국장으로서, 그리고 조선일보의 녹을 먹고있는 자로서 할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주장이 언론의 권위를 벌판에 나는 까마귀 떼의 먹이감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거짓말하고 국민을 속여왔던 조선일보, 그나마 있었던 권위마저 앞 장 서서 짓밟히게 했던 조선일보의 직원이 '언론의 권위'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희대의 코메디'감이다. 하지만 워낙 많이 하고 자주 지금도 태연히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일상적인 일로 간주된다는 사실에 기대어 강씨가 너무 배짱 좋게 나간 것 아닌가 의심들 정도다.

손석춘이 좌파 또는 친정부? 노무현은 좌파? 그럼 "조선일보도 좌파네"

당장 이 칼럼에서도 강씨는 한겨레 논설위원 손석춘씨 '그'라 지칭하며 '좌파 또는 친정부 언론인'이라고 묘사한다. '반미하면 좌파고 조선일보 비판하면 친정부'라는 조선일보식 도식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반미하는 전세계 민중들은 다 좌파다. 조선일보 비판하는 한국인들은 모두 친정부'라는 억지주장이다. '언론의 권위' 상실에 조선일보가 '혁혁한 기여'를 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사실왜곡 또한 조선일보는 당대 최고임을 입증한다. 그동안 손씨가 썼던 기명칼럼을 본 사람이라면 손씨가 얼마나 노무현 정권에 비판적이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강씨는 최소한의 자료수집이나 독서를 하지 않았고, 그냥 자신의 선입견이나 짧은 지식으로 '손석춘은 친정부 언론인'이라고 내질렀던 것이다. 당연히 사실왜곡이다.

또 '좌파 또는 친정부 언론인'이 담고 있는 속내는 '좌파=친정부'며 곧 노무현 정부가 '좌파'라는 말이다. 일단 색깔론의 악령이 머리를 스친다. 하지만 더 문제는 노동자를 탄압하고 농민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으며, 천인공노할 거짓말로 침략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전쟁놀이'를 지지하며 그것도 모자라 우리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고 있는 노무현 정부를 좌파로 분류하는 고무줄 잣대가 놀랍다. 반노동, 반농민, 전쟁지지, 파병찬성은 조선일보가 주장해 왔던 내용이고, 노무현정권이 일관되게 밀어붙였던 정책이다. 그렇다면 '조선일보=좌파'란 말인데 허∼참….

여기서 조선일보의 억지논리와 사실왜곡의 '전통'을 유추할 수 있는 귀중한 실마리 하나가 발견된다. 강씨가 전 편집국장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이런 전통이 그냥 만들어졌겠는가. 강씨는 누구로부터 배웠고 누구를 가르쳤겠는가. 편집국장의 글쓰기 기본이 억지논리와 사실왜곡인데 오죽하겠는가. 대단한 전통이다.

대표적인 신문3사가 민족반역 국민배신 독재부역을 '전담'해온 집단들임은 역사가 증명한다. 한데 이들의 '권위'를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강씨. 그것도 또 한번 김수환 추기경을 팔아먹으며 옹호하는 듯하면서 종국에는 '언론의 권위'를 살짝 집어넣는 그 '천연덕스러움'에 일단 '감탄사' 만발이다. '어찌 이리도 비겁하고도 뻔뻔할까' 그런 류의….

강천석, 생명연장의 꿈을 가졌으면

강씨에 가르쳐 주고 싶다. 반역자 배신자 부역자들이 일구어온 권위라면 깡그리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칭찬해야 할 일인지 비판해야 할 일인지 정도는 구분해야 1등 신문 조선일보의 전 편집국장이요, '강천석 칼럼'을 쓸 수 있는 칼럼니스트로 '생명연장의 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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