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문제 상식으로 풀자

기자가 대통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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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현(nymp21)등록 2003.12.05 16:09
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알기론 가장 상식적인 정치인이었다. 비상식적인 정치판과 사회구조 속에서 상식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어찌보면 가장 비정상적인 정치인이었다. 상식에 기반을 둔 원칙, 이것이 아마도 작년 겨울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그렇게도 열광하던 많은 지지자들에게는 한줄기 빛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권타도'를 외치며 민주항쟁을 방불케 하는 시위가 전라북도 부안에서 매일 열리고 있다. 게다가 이 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최대 장점 중 하나였던 원칙주의였으니 정말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부안사태의 모든 책임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가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기자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가장 책임이 큰 사람이 노대통령이며 사태를 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도 노대통령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왜 그런가? 최근 노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면 노대통령은 이번 일을 전라북도의 발전이라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음이 분명한 것 같다. 부안이야기가 나올 때면 항상 ‘지역발전이라는 선물이 많이 붙어있어서 부안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하는 생각 이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물론 좋은 일 하려다가 뺨맞은 그 심정 억울함을 이해 못 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조금만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말은 변명도 되지 못함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지역발전’은 말이 좋아 선물이지 정확하게 말하면 ‘핵폐기장’을 떠맡은 것에 대한 대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받는 사람이 싫다는 데 강제로 주는 ‘선물’은 어느 나라에서 주는 ‘선물’인가. 노대통령은 또 국가사업이 주민반발 때문에 쉽게 폐기되면 정부의 권위가 손상되기 때문에 원칙에 따라 우선 사태를 진정시킨 후 주민투표등을 통해 순리대로 처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야 말로 비상식적인 발언이다. 노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시는가? 정부가 초반에 환경단체등을 만만하게 보고 안이한 대응을 해서 오늘의 부안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부안을 사랑하는’ 김종규 부안군수를 너무 믿어서 이번일이 일어났다고 하겠는가? 이번 사태의 분명한 원인은 정부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주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독재적으로 정책을 밀어부쳤기 때문이다.

7월에 있었던 유치신청에서 최종후보지로의 선정까지 정부가 보여준 것은 아무런 원칙도 없이 언론 플레이를 겸한 발빠른 후보지 선정 이었을 뿐이다. 이것은 마치 박정희나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의 정부행정을 똑같이 답습한 양상이다. 정부가 부안의 주민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행태였다.

게다가 정부와 언론이 ‘지역이기주의’라고 이미지를 씌어놓은 부안사태는 기자가 볼 때 다른 지역의 이기주의를 이용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어디엔가는 있어야할 님비시설을 힘없는 지역에 정부와 언론 그리고 다른 지역이 합심하여 밀어붙이고 있는 양상이다. 인권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이후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대통령께 감히 기자는 말한다. ‘부안사태’는 님비현상이 아니라 민주화 항쟁이다. 민주적 절차를 짓밟은 정부에게 대항해서 싸우는 소수 부안군민들의 민주화 항쟁인 것이다. 정부는 군민들이 법을 어긴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정부의 부당한 대우에 맞서서 항의하고 있을 뿐이다.

어찌 보면 이런 것들은 그동안 꿋꿋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의를 지켜온 노대통령에게 너무 가혹한 비판일지 모른다. 그러나 잘못했을 때는 당당히 반성하고 사과해야 어려울 때 도움을 바랄 수 있다는 점을 노대통령은 알아야한다. 나중에 아무리 올바른 선택을 할지라도 잘못에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면 모두들 이성적으로만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백번을 생각해도 잘 못이 없다면 만번을 생각해서라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평소 국민은 대통령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늦기 전에 부안의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면 훗날 노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역사적 책임을 고스란히 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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