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에게 교수 채용의 권한을 맡길 수 있는가

한국외대 인도어과의 교수 채용 병폐를 고발하면서 한국에서의 교수 집단의 부도덕성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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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gangesh)등록 2003.12.01 17:22
지난 9월 한국외국어대에서는 ‘인도학’ 전공의 용인 분교 인도어과 교수 1인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고 그 후 11월 28일 인사위원회에서 Y 박사를 최종 후보 1인으로 선정하였다. 이제 통보만 남아 있으니 최종 결정이 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 결과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고 이에 몇몇 관련 학자들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향후 대책을 숙의 중이다. 이에 이번 채용의 문제를 고발한다.

교수 채용은 분명한 기준에 의거하여야 하고 그 과정은 공개적으로 선발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 선발 기준은 각 대학마다 다르고, 그 과정은 대부분의 대학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사실은 각 대학마다 선발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은 각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 기준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보편적 합리성을 띠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 선발 기준의 보편적 합리성을 절대적으로 정할 수는 없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교수의 연구자로서의 자질, 학문의 필요성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인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로서의 자질에 대한 평가는 그 동안 그가 쌓아 왔던 연구 실적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뤄야 할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의 대학들은 일차적으로 연구물의 수를 평가하고 다음으로 대표 실적물의 외부 심사를 통해 정량 평가의 방법을 적용하고 있어 크게 문제시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반드시 현재의 연구 실적이 우수한 자만이 훌륭한 연구자라고 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다. 학문의 성격상 ‘보호’를 통해 향후 학문의 발전을 꾀할 수도 있고, 학과에서 꼭 ‘필요’로 하는 분과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교육자로서의 자질은 연구자로서의 자질보다 더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해당 후보가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불편부당하였는지, 관련 학계나 학회에서의 태도는 어떠하였는지, 학문적 사회 활동에 있어서 비도덕적인 부분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 일정 부분 평가가 가능할 수 있는 부분은 반드시 고려 대상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인격은 학과 교수들이 주관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기준을 이번 한국외대 인도어과의 교수 채용에 적용해 보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Y 박사는 1차 전형을 통과한 5인 중 연구 실적이 양적-질적 평가에서 4위로 보인다. (이 경우 대학 당국이 그 결과를 철저히 비밀에 붙이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와 같이 관련 학계가 좁은 경우에는 연구의 양과 질에 대해서 거의 보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렇다고 Y박사가 ‘보호’를 받아야 할 특수 학문 분과를 하고 있지도 않다. 이 부분에서는 같은 후보자인 L박사가 그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연구 실적 또한 탁월하다고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학과에서 현재 ‘필요’의 분과 학문을 고려해 본다면 K박사가 관련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세 번째로 이번 한국외대의 채용은 용인 분교의 인도어과에 대한 교수직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Y박사는 수없이 많은 자리에서 용인 분교 인도어과 출신은 한국외대 인도어과 출신이 아니라든가 용인 분교 출신은 교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여 왔다. 이외의 부분은 주관적 판단이 될 수 있으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본다.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특히 사립 대학에서의 교수 채용에서의 문제는 재단의 입김 혹은 재단의 비리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그 권한의 상당 부분이 학과 교수에게로 이관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외대 인도어과 문제에서 드러나듯 학과 교수들은 일부 사립 재단에서 하는 그 부당한 행태보다 더 비도덕적이고 더 부당한 결정을 내렸다. 이번 한국외대 인도어과 교수 채용의 문제는 금품 수수로 인한 채용이나 친인척 채용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일부 대학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동업자 정신으로 눈감고 넘어가는 - 그런 비교육적 비도덕적 문제라는 점에서 훨씬 심각한 병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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