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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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amie72)등록 2003.11.25 15:31
밤에 강의를 듣는다.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통 모르시는 한국어교육과를 다닌다. 이 한국어교육과는 대부분 교육대학원에 개설이 되어 있다. 교육대학원은 저녁에 공부한다. 왜? 대부분 선생님들이 배우시니까. 저녁 먹고 6시에 수업이 시작되면 10시쯤 끝난다.

문제는 1교시이다. 이상하게 1교시 이 선생님 수업만은 내가 꼭 졸게된다. 절대 졸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건만 어느 순간 난 눈을 감고 있었다. 퍼뜩 깨고 나서 그 민망함, 선생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실 것인가에 대한 속상함, 그리고 정신히 몽롱해서 듣지 못한 선생님의 주옥같은 강의들, 졸면서 쓴 글씨는 나를 더욱 속상하게 만들 뿐이다. 다행히 그 글자를 알아 볼 수 있어서 나중에 정리할 수 있으면 상관이 없지만 정말 무슨 선이 희미하게 꼬부랑꼬부랑 이어져 있는 상황이면 다른 사람 자료를 빌려 봐야 한다.

우리 과 사람들은 거의 졸지 않는다. 다른 일을 하다가 뜻한 바가 있어서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이다. 다들 바쁜 시간 내서 오기 때문에 시간 맞추기도 빠듯하다.

특히나 이 수업은 전공 필수이기 때문에 바꿀 수도 없다. 벌써 몇 학기 째 이 선생님 수업을 전공 필수로 듣는다. 아, 그런데 난 이 선생님 시간은 어김없이 몇 분을 몽롱하게 보낸다.

선생님과 나는 무엇이 안 맞는걸까? 다른 선생님 수업 시간은 생생한데 왜 유독 이 시간만 이럴까? 벌써 몇 학기째 듣는 수업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건지.

오늘도 마찬가지다. 난 안 졸려고 무지 애쓰지만 정신은 혼미해지고, 선생님이 자꾸 나를 쳐다보는 것도 느껴지지만 나의 작은 눈은 점점 더 작아진다.

몇 분이 흘렀을까? 몽롱해서 책상 보다가, 갑자기 정신이 맑아진다. 그러나 수업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몇 분 내가 졸았다면 감은 눈으로 고개 들고 선생님을 향했다는 뜻이다. 부디 선생님이 내가 눈이 작아서 존 것처럼 보였구나 생각하시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하루 이틀도 아닌 나의 졸음이니 그렇게 생각하시겠지.
'오늘도 조네.'

다음 시간부터는 강의 전에 그 날 수업 내용에 대해 미리 질문하신다고 하셨다. 나는 꼭 걸릴 것 같다. 걱정이다. 과 사람들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은데. 열심히 하면 되겠지. 그래도 막상 질문을 들으면 잠깐 머리가 하얘지면서 답이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

아침에 언니 일 도와주고 학교 가면 낮 동안에 꼭 잠을 잔다. 잠이 유달리 많은 애가 요즘 아주 죽을 맛이다. 잠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요즘 내 잠이 그다지 적은 게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에고에고 힘들다.

다음 월요일, 어떻게 하면 말짱하게 1교시 수업을 마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졸지 않을 수 있을까?

다음 월요일 남편에게 전화 걸어 오늘은 선생님 시간 졸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작은 눈 뜨고 선생님 강의 잘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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