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아동 ‘비디오 증언’ 증거능력 인정 주목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 “증거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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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진(limbus)등록 2003.11.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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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아동이 법정에서 직접 증언하지 않아도 진술 비디오만으로 증언을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재판장 이대경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유학중 일시 귀국했을 때 고모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A양 사건 재판과 관련하여 “피해자의 법정 증언이 없더라도 기존의 진술조서와 비디오테이프 등 자료에 증거 능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진술 비디오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피의자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L양 사건과 상반된 견해다. 이에 따라 11일 열리는 A양 사건 재판은 재판부가 아동성폭행 피해 사건에서 형사소송법 314조의 예외조항을 인정하고 비디오 증언을 유죄판단의 근거로 인정할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형사소송법 314조는 당사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및 기타 사유 등으로 출두할 수 없고 진술조서를 신뢰할 수 있을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법정 진술을 면제받고 진술조서나 비디오 증언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를 수사과정에서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는 지난 6월부터 서울에서 시행중인 진술녹화제(10월부터 전국 확대)와 증거보전절차가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11일 성폭행 피해아동에 대한 전담검사가 초기 경찰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한편 피해자의 진술을 녹화하고 증거로 채택하는 ‘13세 미만 아동 성폭행 피해자 조사 지침’을 마련했다. 그러나 다섯 달이 지나도록 아동 성폭행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런 장치들은 실효성이 없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덕화 간사는 “비디오 증거를 인정하는 것은 새로운 법률이 아니다. 이미 형사소송법 314조에 비디오 증언을 증거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이번 재판을 통해 법률이 현실적으로 피해아동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적용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행령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사 단계에서는 경찰이 허둥댄다. 아동심리전문가나 상담원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고, 경찰들도 어떤 질문을 통해 진술을 이끌어내야 할지 몰라 뭘 물어야 하는지 되묻기도 한다”며 녹화단계에서의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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