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77호 1면 사진설명 유감

여자는 항상 누구외 몇명, 기타 등등?

검토 완료

최소희(limbus)등록 2003.11.08 13:52

대검찰청송광수안대희팬클럽의 운영자인 정성근(사진 왼쪽 두번째)씨와 회원인 문태석(사진 왼쪽), 박운호(사진 왼쪽 세번째)씨 등 4명은 보약 10첩과 칼국수 1인분, 햅쌀 10kg 1포대를 준비해 검찰에 전달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사진 속 장면을 잠시 살펴보자.
남자들이 각각 칼국수가 담긴 쟁반과, 쌀포대, 보약 10첩을 들고 있고 맨 오른쪽에 빨간 점퍼차림의 여자가 신문을 손에 들고 서있다.

문제는 설명 기사.
사진속 인물은 인터넷까페 운영자인 정성근씨와, 회원인 문태석씨, 박운호씨 등 4명 이랜다. 팬클럽 운영자의 이름, 나이, 직업부터 사진에 나온 다른 두 명 남자들의 이름, 나이, 직업은 모두 밝혀 적었는데 사진 속 여자의 신상명세는 쏙 빠뜨렸다.

사진찍는 기자에게 여자는 자신의 이름과 신상내용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말했을까? 그렇진 않을 거다. 왜냐하면 그 날 검찰청에 찾아간 사람은 다섯 명이라고 하였지만 사진에는 네 명만 나와있기 때문. 거부할 의사가 있었다면 여자는 애초 사진촬영부터 신상공개까지 이 모두를 거부했을 것이다. 얼굴 안 나온 나머지 한 명처럼.

왜 여자만 빼놓았을까.
사진속 여자도 자기 일을 제쳐놓고 그 날 검찰청에 갔을텐데. 직장인이라면 그 몇 시간을 위해 상사 눈치 살펴가며 외출허락을 받거나 그도 여의치않았다면 휴가를 썼을 것이고, 만일 전업주부라면 아이들 뒤치다꺼리와 집안 일들을 뒤로 미뤄놓고 나와야 했을 것이고, 애기엄마라면 아쉬운 소리해가며 애기를 아는 데다 맡겨놓고 잠깐 나온 걸 텐데 귀한 자기 시간 쪼개가며 마음의 선물을 전달하러 일부러 나온 여자 한 명에 대해서는 왜 전혀 소개를 안해주는 걸까. 왜 무시해버린 걸까.

사실 이런 현상은 오마이뉴스의 이 사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흔히 여자는 '누구누구 외' 또는 '누구누구와 기타등등'의 명단에서 매번 그 '누구누구'가 되지 못하고 그 뒤에 따라붙는 '그밖의 부수적인 인물 기타등등'에 들어가버린다.

지적받아야 할 것은 이런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취재하고 기사쓰는 기자들 의식이다. 더군다나 한심스러운 것은 사실을 은근히 무시하여 축소보도하는 이런 행태가, '요새같은 세상은 여자들만 좋지'라는 이런 말이 통용되는 살기좋다는 이 세상에 아직까지도 일어난다는 거다.

일상의 생활과 의식 속에서는 오마이뉴스 1면 사진처럼 여자의 존재를 별볼일 없는 것으로 취급하고 무시하면서 자기네들 그런 행동은 조금도 돌아볼 줄도 모르는 남자들이 '요새는 여자들만 살기좋은 세상'이라고 한숨쉬고 푸념하는 걸 듣고있으면 뭐라고 대꾸하고 싶어도 말이 안 나온다.

언제쯤 언론 보도 속에서 여자와 남자는 대등해질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에 이의제기를 해야 할까. 시정하라고. 오마이뉴스 사장의 양성평등 의식이 약간 의심스러운 수준이란 얘길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데. 어쨌거나 앞으로도 오마이뉴스에 이런 양성불평등적인 사진이 실릴 지 주의해 볼 일이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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