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은 자격고사화 되어야 한다

왜곡된 교육시스템으로 인해 교육의 본래 기능 상실

검토 완료

김치민(sinkimch)등록 2003.11.05 14:47

수능대박 격문 ⓒ 김치민

현재의 왜곡된 교육 시스템은 입시와 취업 전쟁으로 인하여 교육목표가 상실되었으며 이로 인한 비교육적 행태로 인한 현상이며, 사회적 불평등 완화라는 교육의 본래 기능이 상실된 결과라고 주장하였다.

전남지부는 왜곡된 현 교육 시스템을 정상화 하기 위하여 '수능시험을 졸업자격 고사로 전환하고 자격고사를 통과한 사람은 누구든 원하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대학은 학생 선발의 개념에서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개념으로 사고를 전환'할 것을 촉구하였다.

한편, 전교조 전남지부는 도내 40여개 고사장에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을 격려하는 격문을 붙혔다. 참교육 마크를 배경으로 한 격문은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과 함께 수능대박이라는 쪽지를 물고있는 집게를 넣어 현사회의 교육문제를 풍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는 학부모, 교사, 학생들의 시험 준비에 대하여 위안과 격려를 하면서도, 잘못된 교육현실을 바로잡고자하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대입 수능에 대한 전교조 전남지부의 입장
-교육시스템 개편 자원에서 접근하고, 수능을(고교 졸업/대학입학) 자격고사화 하라-

우리의 대학입시는 서열화된 대학체제로 인해 서열적 평가체제가 행해지며 현재로는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외현된다. 서열적 대학입시는 초중등교육 전반을 규정하고 있으며, 한국교육의 가장 주요한 문제인 초중등교육 왜곡과 사교육 범람의 주된 요인이다. 현 대학정원이 고교졸업자 수를 초과하기 시작하고 있지만 학벌주의와 대학서열체계 때문에 서열적 대학입시의 규정력은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학의 경우 시장의 고등인력 신규수요 한계로 인한 구조적인 취업난을 겪고 있으며 치열한 취업경쟁이 대학 전반을 규정하면서 취업 사교육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기초학문 토대가 크게 위협받고 있으며 대학간(지역간, 학교간), 학과간 격차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학의 경우 80%, 후기중등(고교) 65%가 사학으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구성으로 교육권에 대한 국가책임 방기가 구조화되어 있다. 반면에 교육정책에 대한 의사결정 및 운영에 있어서는 관료적 통제가 매우 강하게 행해지는 시민배제의 운영시스템이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국사회의 교육문제는 도를 넘어 서고 있다. 사교육비 과다 지출 문제, 조기교육 열풍, 주입식교육, 0교시와 강제 보충수업 등 입시를 중심으로 온갖 파행과 탈법, 불법과 심지어 비리까지 횡행하고 있다. 이미 지적되고 있는 교육문제의 심각성만으로도 교육시스템의 전면 개편은 불가피하다. 온 국민의 고통인 사교육비 문제 하나만으로도 공교육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수술을 요구받고 있다. 교육부도 "근본적인 사교육비 절감 방안은 없다."고 실토할 정도이며, '학제 개편'이나 '수능 자격고사화' 등 시스템차원의 사안을 간헐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왜곡된 교육현실을 양산하는 파행시스템, ▲자원과 노력이 과잉 소모되는 낭비시스템, ▲대다수를 패배자로 내모는 실패시스템, ▲사회적 불평등을 전수하는 불평등시스템으로 규정하고, 시스템 차원의 전면 개편을 공론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며 공청회 등을 통하여 의견을 청취하고 확산시키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점만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입시지옥, 취업전쟁 속에서 본래의 교육 목표가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의 목표는 대학입시가 아니며 대학의 목표도 취업만이 아니다. 초중등교육에서 '교양있는 민주시민 양성'은 온데 간데 없으며 대학 역시 더 이상 학문의 전당도 사회비판의 풀도 아니다. 본래의 기능을 다시 살리는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
둘째, 그런 가운데 온갖 비교육적 파행과 왜곡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교육의 본래 목표 상실, 갖은 파행과 왜곡, 엄청난 사교육비, 인간발달의 기회비용 상실 등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면서도 대다수는 실패할 수 없는 과잉투자-실패시스템이다. 사회적 합리성 차원에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넷째, 교육을 통한 사회적 불평등 영속화가 계속 구조화되고 있다. 이 역시 사회적 불평등 완화라는 교육 본래 기능의 상실이기도 하다.

현재의 '입시체제'는 단순한 평가체제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수능평가방식의 배후에는 거대한 골리앗인 '대학 서열화 체제'가 있다. 이 골리앗을 무너뜨리지 못하는 한 입시개혁은 무의미하다. 현재의 대학은 대학 서열화를 기반으로 한 '학생선발경쟁'에 일신을 의지하고 있다. '선발'을 통해 먹고사는 이들에게 자기혁신(대학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공허하기까지 하다. 대학개혁의 발목을 쥐고 있는 것은 분명 '서열화'와 '학벌주의'다. 대학의 '간판'을 내리고 '인재'양성에 몰두해야 '대학'이 살고 '초·중등학교'가 산다.

인문계 대학진학률이 87%에 이를 정도로 대학수학은 이미 대중화되었다. "원하는 누구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 입시지옥을 해소하겠다."는 권력자들의 공언은 외우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대학의 숫자를 늘려왔다. 하지만 권력자들의 공언은 허구에 불과하다. 대학은 들어가지만 '원하는 대학'엔 들어갈 수 없어 자살하는 학생은 여전하며 '입시경쟁'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하는 기차처럼 갈수록 더해간다. 우리나라의 입시경쟁은 유치원으로 넘어갔으며 나아가 '태아'에까지 이르고 있다. 수험생의 200% 넘게 대학수를 늘린다 하더라도 학력지상주의에 기초한 대학서열구조가 존재하는 이상 입시경쟁을 사라지지 않는다.

대학의 대중화를 통해 교육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겠다는 말은 '거짓'이다. 우리나라의 입시경쟁은 교육기회의 불균등한 배분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공부담 공교육비가 현저히 떨어지고 사부담 공교육비와 사교육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이것은 부모의 재력에 의해 학력이 결정되고 학력-사회계층의 악순환을 구조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와 입시개혁의 출발로서, 대학 서열화 폐지의 '상'으로서, '대학평준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학평준화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질적인 입시개혁으로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를 가져올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입시개혁은 평가방식의 변화가 아닌 대학서열화 구조의 타파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둘째, 비생산적 학력지상주의를 극복하고 풍부한 인적 인프라 구성을 통한 사회적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우리 나라는 능력보다 출신학교를 통해 사회적 출세가 좌지우지되고 있는 사회다. 학벌주의 타파는 적어도 대학서열이 없어지고 대학이 보편화될 때 가능하다. 학력지상주의는 대학생들로 하여금 학교간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실제 '공부하지 않는 대학생'을 양산하고 있다. 현재 90%에 가까운 대학진학률임에도 불구하고 인재 인프라의 부족을 느끼는 이유 또한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대학 경쟁력은 더 이상 대학 서열화를 통한 입시경쟁을 통해 달성될 수 없다. '학교간판'을 미끼로 신입생 유치경쟁이 아닌 실질적인 공적투자를 통한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고등수준의 인재 인프라가 구축된 한국을 부러워하는 나라도 많다. 현재 제1세계 국가들은 사회적인 인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30%수준으로 고등교육진학을 끌어올리려고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한 무상교육은 당연한 수순이다. 자본의 논리로도 교육은 사회적 투자의 대상이다. 이미 양적으로 충분한 수준의 인재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국가는 사회적 책무성을 갖춘 인재 양성을 고민해야 한다. 학력 인플레를 끊임없이 조장해왔던 구래(舊來)의 구습을 깨고, 국민들의 보편적 교육을 복지적 관점에서 구축할 필요가 있겠다.

프랑스 등 대학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결과적으로 획득되어지는 것은 실로 너무나 크다. 실질적인 복지를 교육을 통해 보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국가가 보장하는 교육체제를 거친 학생들의 사회적 책무성은 구조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 한국과 같이 개인부담 교육비의 비중이 클수록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무성보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삶의 목표로 삼게 된다. 무상교육은 현실론에 근거해 평가할 대상이 아니다. 무상교육은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으로서, 적극적인 복지적 관점에서, 사회가 교육의 진정한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할 대상이다.

수능과 같은 국가수준의 획일적인 평가체제는 오직 학생들을 서열화해서 대학에 순서대로 배치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목적이 원활하게 달성되지 못했을 때 고작 수능의 변별력 여부를 둘러싸고 난이도에 대한 논란만 되풀이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보통교양중심의 기본학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학입학시험에 종속된 교육을 탈피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 종속의 고리가 바로 대학입학시험이다. 따라서 졸업 자격고사제('입학 자격고사제'도 논의과정에서 검토해 볼만함)를 실시한다는 것은 이러한 고리를 끊어 학교 급별로 각각의 목표에 부합하는 교육활동을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수능은 국가주도 평가체제로서 단위학교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일시에 수십만 명의 응시하는 시험을 그것도 12년의 교육과정에서 단 하루만 보게 되는데 어떻게 다양한 교육활동이 보장하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수능은 한국교육의 고질병인 획일화와 표준화를 양산하는 진원지이다.

졸업 자격고사제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일어나는 평가의 역할로 절대성취기준에의 도달 여부를 묻는 것이다. 재학기간 이루어진 교육활동에 대한 교사들의 평가와 최소한의 국가수준 도달 여부를 일부분 측정할 수 있는 시험을 결합하여 졸업 자격 부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졸업 자격고사제도는 기본학제의 정상적인 운영과 함께 학생들을 걸러내는 선발기능보다 학생들의 능력과 적성을 중시한 고등교육기회의 확대와 개방을 중시하는 맥락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졸업 자격고사제를 통과한 사람은 누구든 원하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은 학생선발이 아닌 대학 교육의 질 향상으로 문제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대학 서열화에 기대어 점수 높은 학생 유치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수학능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양질의 대학교육을 통해 잠재적 능력을 극대화시켜 주는 것을 목적으로 대학 발전방향이 맞춰져야 한다. 학생들이 갖는 사회적 책무성은 경쟁을 통해서 형성되기보다는 사회가 책임있게 인재를 양성해 졸업시킬 때 가능한 것이다.

수능시험을 고교 졸업 자격 고사로 바꾸는 것은 요원한 일 같으면서도 현실 가능한 대안이다. 수십 년 동안 우리사회에서 변할 수 없는 관행인 양 행해지고 있는 평가는 실은 평가의 본래 목적을 벗어난 것이다.

평가의 교육적 본래 기능을 회복한다는 단순한 차원에서도 이미 졸업(입학)자격고사의 필요성은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졸업(입학) 자격고사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이루어진다면 구체적인 시행방안들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나라들의 예를 참고하여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수능시험을 고교 졸업(대학 입학) 자격고사로 용도 변경하는 원칙에 대한 합의와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2002. 11. 3.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 전교조 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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