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파병결정, 그 비민주성과 우리 軍

TV와 신문에서 우리 형제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다.

검토 완료

김민식(kame1004)등록 2003.10.22 11:02
최근 뉴스를 보니 터키가 이라크 파병을 유보한다고 하더군요.
유엔 결의안이 나오면 파병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던
파키스탄도 파병계획을 접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요청에 의한 파병을 검토하고 있는 국가는
이제 한국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 정부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어떤
입장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을 줄곧 해 왔습니다.
물론 이 말을 그대로 믿는 국민들은 없었겠죠.
다만 결의안이 나오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대로
충분한 여론수렴과 논의가 있은 후 어떤 식으로든지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부안군 원전폐기장 건설 추진처럼 여론수렴이나 논의 없이 파병이 결정되었습니다.
정부인사, 정당인, 학계,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 여러 사회세력이 참여하여
충분히 논의를 하고, 파병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당함을 설득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유형, 무형의 압력에 의해 이루어진 이라크에 대한 유엔 결의안이 나오자마자
정부는 이라크 파병의 긍정적인 인상을 보였고 결국 이틀도 안 되어
파병을 결정하기로 했다는 공식언급을 하였습니다.

배신당한 기분입니다.
솔직히 저는 노 대통령이라고 해서 미국의 무지막지한 압력에 당해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파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최소한의 절차와 설득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해 왔었습니다.
노 대통령이 늘 말해 왔던 대화와 타협을 기대하면서.....
그러나 이번에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보수정당과 보수언론, 보수여론에 포획되어 운신의 폭이 좁아져
대통령으로서의 지위도 인정받지 못하고, 대통령의 역할도 수행할 수 없다고 해서
8개월의 임기 동안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강건한 보수 헤게모니 기득세력에 포위되고 포획되어
대선기간 노무현 후보가 보여준 비전과 정견을 노무현 대통령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 탓만을 할 게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느끼게 되는군요.

무엇이 국익일까요?
이라크 특수?
그건 아닐 겁니다. 이라크 침공에 전폭적인 지지와 파병을 한 영국 역시도
이라크 재건 사업에 있어 미국에 밀려 전리품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물려 참전도 하지 않고 이제서야 미국이 좀 아쉬운 소리해서 들어가는 한국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그럼 세계평화의 유지?
하하하... 그건 궤변입니다.
누가 평화를 파괴했는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이것을 모르는 것은 미국 국민들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부시를 60% 이상 지지하는 미국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고귀한 수호자이지 않습니다.
미국인들이 말하는 '명백한 천명(Manifest Destiny)'은 궤변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인권과 평화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미국인들의 인권과 평화는
오로지 미국인의 인권과 미국인의 평화에 다름 아님이 이번 이라크 전쟁을 통해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유엔과 국제적 지지를 받지 않은 미국의 독단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전쟁과 그 전쟁 후의 뒷치닥거릴 우리가 해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전쟁에 우리군이 참여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5조를 위반하는 것입니다.
* 헌법 제5조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그럼 왜 파병을 결정하게 된 것일까요?
친서를 통해 이라크 파병과 북핵문제는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밝히면서까지
미국에 잘 보이려 한 것을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혹시 용산주둔미군 기지 이전비용이 천문학적인 것이니 좀 깎아달라고
북핵문제 대신 이 카드를 던진 걸까요?
정부 관계자도 아니고, 정부 관계자 중 아는 사람도 없는 저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이제 파병의 모든 책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파병하고 우리 돈으로 주둔비 내고, 우리 돈으로 피해보상을 해야 합니다.
남의 나라 전쟁에 우리가 돈과 몸을 바치게 된 거죠..
베트남 전쟁에서는 미국이 한국군의 파병비용과 파병군인 봉급, 보급품까지 책임을 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파병에서는 우리정부가 파병군인의 봉급과 보급을 책임지면
이에 대해 2억달러나 되는 돈을 지원금으로 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파병가는 우리 형들, 동생들, 오빠들입니다.
지금도 뉴스를 보면 매일매일 이라크에서 죽어가는 미군들을 보게 됩니다.
자신을 해방군으로 맞이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미군은 이라크인들에게는 점령군에 지나지 않음을
매일 같이 터지는 미군상대 게릴라전, 테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독립전쟁일테니까요.
아무리 후세인이 철권통치를 했다고 할지라도....

그 어떤 정당성과 명분도 없이 알 수 없는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파병가는 우리 군인들은 동티모르처럼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요?
MBC 시사메거진 2580에서의 이라크 지하조직원과의 인터뷰에서 나타나듯
미군을 돕는 외국군은 인종과 종교를 막론하고 그들에게는 적일 뿐입니다.
미국을 도와 이라크에 파병하게 될 유일한 국가인 한국군을 이라크인들이 어여삐 봐주고
한국군에게는 총알도 피켜가리라고 그 누구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즉 우리군은 전장으로 가는 것입니다.

명분 없는 전쟁, 무엇이 국익인지도 모르는 전쟁
파병 후 우리 뉴스와 신문을 장식하게 될 우리 형제의 주검들...
예측할 수 없는 전쟁비용과 부담금, 보이지 않는 결말...

기우라구요? 뭐.. 그럴 수도 있겠죠.
제발 기우이길 저 역시 바라마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문한 제가 봐도 그렇지 못하니 이런 글까지 남기게 되는군요.

국제평화, 미국과의 동맹관계, 이라크 특수 등등...
좋습니다..
그런 멋진 대의를 위해서라면 찬성하시는 분들께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되겠네요.
수제민 돕기처럼 우리정부의 비용부담이 예상되니 찬성하는 기업인은 헌금을 하고
파병을 찬성을 하는 정치인, 시민단체 분들께서는 현역에 있는 아들을 이라크 파병에 지원토록 하며
혹 현역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당당히 군에 입대시키도록 하는 것이 좋겠네요.
특히 이라크 특수를 기대하는 쪽에 계신 분들이라면 이참에 투자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지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네요
그 고상한 대의를..위해..

이라크에서 후세인이 물러난 것은 다행스런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1987년 민주화처럼 이라크인 스스로 독재정권을 몰아내지 못하고
외국군의 침략에 의해 추출되었으니 이라크인들로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어색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스맨이 중동까지 갈 수는 없겠죠.
그리고 우리군이 갈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앞서 적은대로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전쟁에 민주적 절차와 의견수렴도 없이
국가의 막대한 재정과 인력의 희생이 요구되는 이러한 파병결정을
너무나도 손쉽게 결정한 현 정부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오히려 대통령 재신임보다는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 국민투표를 물었으면 좋겠네요.
이거야 말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 아닐까요?
*헌법 제72조: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 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정부는 이라크 파병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파병 안한다고 해서 원래 감축계획이 잡힌 주한미군철수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경제적 능력의 부족과 불안정한 정치 탓에 국가신인도가 높지 않은 것이지
이라크 파병으로 인해 국가신인도가 높아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파병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면
명분으로 내세운 세계평화, 이라크 평화를 위한다면..
전투부대 위주가 아닌 공병과 의료 등의 지원부대를 주축으로 하여 파병해야 할 것입니다.
무정부적 상태인 이라크의 치안을 회복하고 무너진 사회적 기반을 이라크인들이
다시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파병의 목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아니라 미군처럼 점령의 목적을 보인다면
이라크 특수니 뭐니 하는 콩고물에만 마음을 둔다면
우리 역시 미군처럼 이역만리 이라크에서 의미 없이 죽어가는 우리 형제의 주검을 목도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국민과 대한민국 정부의 지혜와 용기를 기대해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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