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잡겠다고 초가삼칸 태우는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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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영(bgsdy)등록 2003.10.16 14:56
문명은 언어로부터 출발하였지만 민주주의의 역사는 토지의 사유화부터 시작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토지는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어졌지만 옛날에는 몸과 토지는 하나다라는 신토불이(身土不二)는 생명 그 자체였다. 백성들은 땅으로부터 일용할 양식을 얻고 땅을 통하여 두 발을 디딜 뿐만 아니라 생을 다했을 때 땅으로 돌아가는 고향이었다.

토지의 국유화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였었다. 당시의 모든 토지는 왕의 것이었으며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백성은 없었다. 왕토사상이 백성들 머릿속에 가득 차있는 동안은 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삼국시대의 녹읍(祿邑)이나 식읍(食邑) 통일신라시대의 정전제 고려시대의 전시과(田柴科) 조선시대의 과전법(科田法)등 이름만 다를 뿐이지 왕이 하사하는 선물제도였다. 권력은 토지로부터 나왔다. 고관대작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영토를 하사 받기 위해 나랏님에게 머리를 조아렸고 백성들은 삶의 원천인 소작이나마 박탈당할까봐 부당한 다스림 앞에서 수긍하는 자세를 취해야 했다.

서구도 토지에 있어서 만큼은 시기상의 차이만 있었을뿐,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쇄국정책에 취해 우물안 개구리로 놀 때 서구민주주의는 토지의 사유화로부터 민주주의를 창출해내고 있었다. 민주주의의 근원인 사유화는 집권계급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일하기는 싫고 꿈만 꾸고 사는 이론가들 역시 남 잘되는 거 싫고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로크' 나 '스펜서' 같은 계몽사상가들은 천부인권론을 편집하고, 토지는 만인의 공유재산이므로 국유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사상가들이 이걸 가지고 자연법적 토지국유론으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사상은 19세기에 이르러 천부인권론으로 발전했다가 결국은 사회주의 토지개혁론을 등장하게 했고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이걸 슬쩍 고쳐서 토지국유화이론으로 짜깁기했다.

이렇게 발전한 토지국유화이론이 민주주의의 싹을 도려냈다. 1차 세계 대전이후에 구 쏘련(소비에트연방공화국)이 볼세비키 혁명을 빙자해 사회주의 토지혁명을 접목시켰기 때문이었다. 토지혁명이 일어나면서 쏘련은 동토의 땅이 되었다. 토지국유화가 민주주의를 잡아먹어 버린 탓이다.

요즘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하고 실물경제도 바닥이다. 정부발표대로 믿는다 해도 그리 희망이 없어 보이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경제의 가장 큰 덩어리인 부동산 경기가 바닥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한 대도 정부는 강남 집 값을 핑계삼아 부동산 값을 잡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도 태울 수 있다는 결연한 의지가 반갑기에 앞서 섬뜩하다. 부동산투기를 잡는다고 토지공개념 어쩌고 하는 것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지 강남공화국은 아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가격폭등은 일부의 문제이지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 오르는 지역이 있으면 내리는 지역도 있고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잃으면 일시적으로 폭등할 수도 있고 폭락할 수도 있는 게 시장경제원리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국의 부동산 경기자체를 죽이려고 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난 늙어 죽어도 강남 가서 살 마음은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강남의 아파트 한 채가 이십억이 아니라 백 억을 간다해도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상위계층으로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몇 프로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대한민국 전부를 놓고 볼 때 극소수에 불과한 사람들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면 안 된다고 믿는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부동산 대출비율 축소 발표, 은행별 지점별 대출총량제 발표 등에서 발전하더니 엊그제는 토지공개념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사정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어제 금융감독원에서 돌아오는 12월부터는 담보대출을 소득의 2,5배로 제한하겠다고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이런 극약처방으로 강남의 집 값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서민들이다. 이십억 가진 사람은 오억이 떨어져도 십오억이 남지만, 겨우 융자를 받아 집 칸이나 장만해서 사는 대다수의 서민이나, 융자를 받아 집을 장만하려는 국민들, 그리고 영세건설업자들은 단번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의 생리가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나가면 경제는 거덜난다. 홧김에 서방질하듯이 막 나가는 정책에 골병드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과 영세 중소기업인 뿐이다.

대통령의 부동산투기를 잡겠다는 의지가 좋은 의미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지만 결과가 그 반대로 나타날 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발전하면 비약적인 말이 될지 모르나 토지의 국유화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은행줄 막히면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신용불량에 걸리면 담보로 잡힌 재산은 국영기업체는 은행을 통하여 성업공사로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사유재산의 최대한 활용에 있고 그것을 정부가 간섭하면 안 된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칸을 태우는 우를 정부가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가진 자가 얄밉다고 없는 자가 덤으로 희생되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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