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는 버리고 '아내'와 삽시다

자기 아내를 가리켜 '와이프'라고 말하는 '국민타자'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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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seulk)등록 2003.10.10 18:19
"야구장에 나오기 전에 저희 와이프가 밥 먹으면서 오늘 홈런 못 쳐도 괜찮다고, 이제까지 해왔는 것도(해온 것도) 잘했다고 격려를 해줘서 오늘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가 지난 2일 56호 홈런을 쏘아 올렸습니다. 이 홈런으로 그 동안 일본 왕정치가 가지고 있던 아시아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우게 되었다지요.(아시아에 프로야구를 하는 나라가 기껏 한국과 일본밖에 없는데 이 기록을 말하면서 '아시아'까지 들먹여야 하는 걸까요? 한국 일본 프로야구 홈런 신기록 정도로 말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위에 적어놓은 말은, 신기록을 세운 기분이 어떠하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승엽 선수가 답한 말입니다. 텔레비전 뉴스 시간에 이 선수가 하는 말을 듣다가 자기 '아내'를 버리고 '와이프'와 함께 밥을 먹는 '국민타자'를 떠올리며 저는 씁쓸하게 웃고 말았습니다. '이승엽도 '와이프'와 사는구나….'

이 선수처럼 요새 자기 아내를 일컬어 '와이프'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아내', '부인', '처' 따위의 살가운 말들이 널려 있는데도 아무 거리낌없이 '와이프'를 찾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떤지 몰라도 저는 '와이프'라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 아내를 지칭하면서 '와이프'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 '와이프'의 무엇이 되어야 합니까? 짝을 제대로 맞추려면 '남편' 대신 '허즈번드'가 되겠군요. 그러면 그 아내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기 남편을 가리켜 '허즈번드'라고 말할까요? 저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들은 '허즈번드' 찾는 '와이프'를 본 적이 있습니까?('와이프'와 '허즈번드'를 놓고 따져보면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언어적 허세를 심하게 부리고 산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승엽 선수가 "야구장에 나오기 전에 제 아내가…"라고 말했다면 얼마나 듣기 좋았을까요. 다음날 신문들에는 이승엽 선수의 '와이프'가 실리지 않았습니다. 이 선수의 인터뷰 기사를 훑어보니 '와이프'를 그대로 옮겨놓은 신문은 눈에 띄지 않더군요. 이승엽 선수가 말한 '와이프' 자리에는 '아내'나 '부인'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승엽 선수가 '와이프'를 버리고 '아내'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선수뿐 아니라 이 땅의 남편들 모두 '와이프'는 잊으시고 '아내'와 살갑게 사시기 바랍니다. '와이프' 너무 좋아하면 그 '와이프'들이 남편들 '허즈번드' 만들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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