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를 털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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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선주(sunnyzoo)등록 2003.10.01 13:23
요즘 아이들은 쌀이 나무에서 열리는 줄 알고 있다며 어른들은 한심해 하신다.
그런데 솔직히 나도 아직 아이 수준이다. 참깨나 들깨가 어떻게 생겼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면 아마 우리 시어머니는 며느리 잘못 얻었다고 후회하실 지도 모를 일이다.

며칠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깨를 털었다.(사실 '턴다'는 표현이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겠다.)
도시에서 나서 자라 처음으로 깨 터는 것을 경험하니 그 광경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들깨... 꿀풀과. 일년생 초본. 외래식물로 동남아시아가 원산지. 잎은 식용하고 종자는 지방유가 들어 있어 기름을 짠다. 깻잎이 나면 쌈 싸 먹고, 쪄 먹고, 데쳐서 나물 무쳐 먹고, 씨는 털어 가루나 기름으로 짜서 먹으며 마른 가지와 잎은 불쏘시개로 쓰인다. 이쯤 되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이런 일을 시키는 시어머니를 조금은 원망하며 깻대를 나뭇가지로 마구 패 대다가 생각이 여기에 미칠 즈음 난 감동하기 시작한다. 새삼 자연의 희생 앞에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은 어쩜 우리네 엄마 인생과 똑같을까! 자연은 엄마 품속 같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구나!

평생 농사를 지어오신 분들이 들으면 사치스런 감상일 뿐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초보 주부, 초보 시골내기에겐 가슴 벅찬 깨달음이 아닐 수 없다.
다음 번엔 우리 아이들과 함께 깨를 털며 '또 다른 엄마'인 자연에 대해 얘기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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