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것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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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영(bgsdy)등록 2003.09.30 12:59
못생겨서 미안하다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한 시대를 풍미하던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전파를 탈때, 밥맛없게 생긴 사람이 어떻게 연예인이 될 수있느냐는 비난에 못나서 미안하다고 읍소한 말이었다.

이 말은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한이 많아 이해할 기회가 없었던 세인의 동정심을 자극해서 무명이었던 그를 일약, 대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국민들은 스스로 못나서 미안하다고 말을 할 때 그의 실체를 인정했다. 인정하는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가만 뜯어보니 별로 못생기지도 않았는데.. 뺀질거리게 생긴 거 보다야 못생긴 이주일이 훨씬 낫지"라는 실체인정에 따르는 긍정의 효과를 덤으로 얻기도 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비슷하겠지만,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사람을 보고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옷 잘입는 거지는 얻어 먹어도 못입은 부자는 괄시를 받는다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하여 직업의 귀천을 가를 때 연필을 굴리는 직업을 으뜸으로 쳤고,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하여, 사리를 분별하는 능력보다 외모의 수려함을 일순위로 쳤다.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이러한 민족성을 이어 받은 백의민족이다 보니, 잘 생긴 사람이 덕을 보고, 못생긴 사람들이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불이익을 당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자명할 것이다.

입사시험에 인물값을 매기고, 선을 볼때도 인물에 값을 매기게 되었다. 이름하여 꼴값이라는 것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말이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못생긴 것 보다야 잘 생긴 것이 났다는 말에 토를 달지는 않는다. 보기좋은 떡이 맛이 있다는 것 또한 세상의 이치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마음은 모르다 보니, 편하게 생긴 사람, 음흉하게 생긴사람, 까다로운 사람, 바람끼가 잇어 보이는 사람, 일편단심형인 사람, 물렁한 사람, 유능한 사람, 얼굴을 보고 판단하고 계산을 하는 것 또한 당연할 수 있다.

서양의 점성술이 발달한 것 처럼, 우리나라는 관상술이 발달했다. 괜찮아 보이는 얼굴, 답이 안 나오는 얼굴, 저 사람은? 이 사람은/ 하면서 외모로 판단을 하는 것이다.이렇게 외모에 치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간과하게 된다. 관상보다는 수상(手相)이 낫고 수상보다는 족상(足相)이 낫고, 그 모든 것을 합친 것 보다 심상(心相)이 낫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치기 때문이다.

난, 남자고 여자고, 잘 생긴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잘 나가는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잘생긴 사람은 꼴값을 떨 확률이 높다보니 머리가 비었을 것 같고, 잘나가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모르고 살다보니 건방질 거라는 편견이 있어서다.

자신의 위치에서 당당하게 사는 사람,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세상을 사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고 믿는다. 이주일씨가 못생긴 것은, 못생겨서 못생긴 것이 아니라. `못생겨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당당함을 떠나 못생겼을 거라는 편견이 작용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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