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바이러스 감염 대상 0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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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amie72)등록 2003.08.19 14:25
장을 보다가 남편이 좋아하는 술을 샀습니다. 남편은 물론 소주를 샀겠지만 그래도 건강을 생각해서 조금 비싼 과실주를 샀습니다.

과실주가 한 병에 2천원이 조금 넘습니다. 제가 매일 커피 우유(600원)를 마시지 않으면 일주일에 한 병은 맛있는 술을 사줄 수가 있을 거 같습니다. 남편이 담뱃값을 아껴서 제 신발을 사주었듯이 무언가 작은 내 욕망을 절제해서 남편에게 작은 선물을 할 생각입니다.

저녁에 남편 친구가 회를 사준다고 해서 따라나가 맛있게 먹었지요. 집에 남편 생일 선물로 술 사둔 게 있다고 했더니 집에 가서 또 먹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오늘 산 술, 오늘 다 비웠습니다.

남편 친구가 참기름에 비빈 밥이 먹고 싶대서 남편이 맛나게 비볐습니다. 남편의 밥 비비는 솜씨는 오랜 자취 생활의 훈장 같은 것이지요. 비벼 놓은 밥을 보니 배부른 상태에서도 입 안에 침이 고입니다. 그러다 또 먹으면 안 되지요. 아예 숟가락을 내놓았습니다. 숟가락 들면 먹고 싶을까봐서요.

한밤중에 고추장에 비빈 밥을 맛나게 먹는 두 남자. 둘 다 배가 볼록 하지요. 아마 내일이면 몸무게가 2kg은 늘어나 있을 듯합니다.

남편 친구는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면 장가를 가고 싶다고 합니다. 우리 보면서 장가가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이 친구뿐이 아니지요. 그런데 이 친구는 우리 집에서 가까이 살고 있어서 자주 만나니 우리 모습을 더 많이 봐서 더 그런가 봅니다.

죽이 잘 맞는 우리를 보면서 남편 친구는 우릴 '부부 사기단'이라고 합니다. 사실 부부 사기단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네요. 우리 부부는 이 친구 울궈먹고, 뜯어먹고 가끔 자의반 타의반으로 저녁을 사게도 하거든요. 밤 늦으면 술도 사고요. 그러니 부부사기단 맞지요.

그러면서도 엄청 부러워하는 걸 알아요. 샘나면 꼭 여자 친구에게 전활 걸거든요. 그래서 얼른 결혼하자고 말한답니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릴 작정입니다. 특히 찬재 아저씨가 감염 대상 0순위입니다. 찬재 아저씨는 아직 코드가 맞는 여자 친구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우리 부부가 결혼하기 전에 참 잘해주셨어요. 장난으로 찬재 아저씨가 이 마누라에게 작업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워낙 마음이 착해서 내 심술과 신경질 다 받아 준 것을 알지요.

착하고 생각 똑바르고, 결혼하면 우리 남편이 하는 것보다 마누라를 더 아껴 줄 사람, 우리의 주례 선생님만큼이나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이 찬재 아저씨입니다. 저보다 한 살이 많으니까 지금 33살이네요.

가끔 이 마누라에게 좋은 여자 소개해 달라고 하는데 내 주위에 적당한 사람이 있어야 말이죠. 그래서 이렇게 글 올립니다. 다음에 이 사람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사진도 올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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