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항에서 농담하면 징역 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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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민(hanfan)등록 2003.08.10 13:44
한 프랑스 조종사가 미 공항의 보안검색에서 '내 신발에 폭탄이 들어 있다'고 농담을 건넸다가 그 자리에서 즉시 체포돼 최고 11년형을 선고받게 됐다고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이 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항공사인 <에어프랑스>의 부기장으로 근무하는 필리페 리베레(50)는 지난 8일 저녁 시간대에 뉴욕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해 파리 드골 공항으로 향할 예정이었던 'AF009'를 몰 예정이었으나 보안검색을 받던 중 '신발에 폭탄이 들어 있다'고 말한 뒤 곧바로 공항경찰에 체포됐다.

부기장이 탑승하지 못하자 'AF009'호기의 이륙은 프랑스에서 부기장을 긴급 수혈한 이튿날 오전에야 가능했다. 승객 350여명은 부기장의 부적절한 농담 한 마디로 인해 케네디 공항 인근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야만 했다.

목격자들은 문제의 부기장이 보안검색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농담처럼 '내 신발에 폭탄이 들어 있는데요'라는 말을 건네자 곧 체포됐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에어프랑스>사 역시 "오해받을만한 표현"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영국의 'BBC 방송'과 프랑스의 'AFP 통신'은 리베레 부기장이 결국 부적절한 농담을 건넨 혐의로 10일 오전 미국 법정에 서게 될 것이며 최고 11년 징역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죄목으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케네디 국제공항의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갖고 "리베레 부기장은 거짓신고를 한 혐의로 기소됐으면 7년형을 선고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들의 '당시 그가 농담으로 건넨 말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신발폭탄' 농담이 있은 뒤 곧이어 공항경찰이 출동해 리베레 부기장의 몸을 샅샅이 뒤졌지만 신발은커녕 그 어느 곳에서도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공항경찰은 이어 'AF009'호기까지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아무런 문제점은 존재하지 않았다.

미 공항경찰, 신발·카메라·MP3 기기 등에 신경 곤두세워

사상 최악의 테러로 평가받는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뒤 미국은 공항의 보안검색을 대폭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 발생 3개월이 지난 2001년 12월에 영국시민권자인 한 아랍계인이 신발 밑창에 폭탄을 장착해 기내에서 테러를 기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부터 '신발폭탄 테러범(shoe bomber)'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이 용의자는 미국 법정에 의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신발폭탄 테러 기도가 있은 뒤부터 미 공항검색은 더욱 엄격해져 '신발을 벗어 보라'는 주문은 더 이상 지나친 요구가 아닌 상황이 됐다. 기내 안전을 위해 신발뿐만이 아니라 음료수병(독극물이 들어 있을 가능성 때문)에 대해서도 승객에게 '한번 시음해 보라'는 요구도 낯선 지시가 아니며, 노트북을 비롯 휴대용 오디오 기기에 대해서도 전원을 켜고 작동해 보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미국이 9·11 테러를 기획한 것으로 믿고 있는 알 카에다의 은거지에서 카메라, 휴대용 오디오 기기 등으로 위장한 폭탄 등이 발견되면서 이 기기들에 대한 공항에서의 검색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어프랑스 부기장의 '신발폭탄 농담'은 곧바로 미국 실정법에 의해 처벌받게 됐다. 목격자나 <에어프랑스사>에서는 '농담이었으며 잘못된 언어 전달이 문제였을 뿐'이라고 부기장을 옹호하고 나섰지만 테러와의 전쟁 중에 있는 미국은 '폭탄'을 소재로 한 농담에 관용을 베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데 에어프랑스 부기장의 비극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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