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요금 체납 100만시대

급증하는 '생계형' 요금체납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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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희정(flame)등록 2003.07.28 19:43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서울시립대 근처의 고시원에서 취업 재수를 하고 있는 김 아무개씨(29)는 최근 자신의 '밥줄'과도 같았던 핸드폰을 이용 정지 당했다.

잘 다니던 출판 대행사를 그만두고 백수로 지낸 지 6개월 째. 회사 문을 박차고 나올 때는 금방 취업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녹치 않았고 두 달 핸드폰 비 합쳐 12만 6000원을 납부하지 못해 이제 사용이 중지된 것이다.

"겨우 12만원 때문에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이제 취업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할 때도 공중전화가 있는 곳까지 가야하는데… 정말 막막하기만 합니다."

김 아무개 씨는 친구가 거주하는 2평 짜리 고시원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상태다. 식사는 하루에 두끼를 직접 지어먹으며 버티고 있지만 친구 눈치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세 달 전 잘 알고 지내던 친구 A씨의 부탁으로 자신의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 시켜준 손 아무개(32)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경험해야 했다.

친구의 이름으로 연체되어 있는 핸드폰 요금 청구서가 자신에게 날라 온 것. 친구가 두 달 동안 연체한 금액은 무려 100여 만원. 그러나 핸드폰 명의가 손씨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연체된 돈을 손씨가 물어야 한다는 체고장이 날라 온 것이다.

"친구가 소액 카드대금을 갚지 못해 잠시 신용에 문제가 생겼다며 내 명의를 빌려달라고 해서 흔쾌히 허락했는데 이럴 줄 몰랐습니다. 물론 그 친구도 어쩔 수 없어 그랬겠지만 이제는 친구가 아니고 원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손씨의 불행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친구를 찾아 갚게 하려고 차일피일 미루던 연체 요금 때문에 이제는 자신의 핸드폰까지 이용 중지됐다.

이동통신회사들은 현재 핸드폰 요금이 2개월 이상 체납되면 일단 이용정지를 시키고, 또다시 2개월이 지나면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에 체납정보를 보내 요금 체납자 명단을 공유하게 된다. 이 명단에 오른 사람들은 요금을 납부하지 않는 한 더 이상 핸드폰 신규 개통을 하지 못한다.

소액 이동통신 체납건수 '109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생계형 요금 체납자'가 눈덩이처럼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동통신요금의 경우 2만원에서 10만원 사이의 소액 체납자가 대부분인데 이는 생계고에 따른 체납자가 점차 증가 추세입니다."

이동통신 요금이 장기 연체됐을 경우 수금을 대행하는 채권추심대행업체의 한 관계자의 지적이다.

실제로 2002년 12월 74만7700건이었던 이동통신요금 체납건수가 올 6월에는 109만2785건으로 증가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요금 체납액이 3000억 원에 이른다. 또한 이 중 소액 연체자의 비율은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도 "소액의 이동통신 요금 체납자가 증가한 것은 신용카드 300만 시대와 맞물려 있지만 최근 생계형 체납도 기아급수로 증가하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체납자들 대부분이 핸드폰 요금은 언제든지 갚기만 하면 신용이 회복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납부를 무한정 미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까지는 핸드폰 요금이 체납된다고 해도 이동통신 회사들 간의 협약에 따라 추가 핸드폰 개통이 안 된다 뿐이지 개인 신용 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현상은 각 이동통신 업계의 직권해지 된 가입자 증가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직권해지 된 가입자 수가 지난해말 17만3327명에서 올 6월말 35만9259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KTF는 39만4522명에서 63만5527명으로 늘어났고, LG텔레콤도 17만9851명에서 45만7258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채권추심대행업체인 한국신용정보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늘고 있는 요금 연체자들의 대부분은 10대로 무분별한 전화통화 습관으로 보인다"면서 "미성년자들에게 핸드폰을 개통시킨 후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100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들의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이미 그 비율은 15%에 육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액체납자들은 아버지나 친척, 친구 등의 명의로 언제든지 핸드폰을 다시 개통할 수 있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뚜렷한 경기 상승 요인이 없어 고의 체납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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