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해고 통보에 계약직 여 공무원 ‘분통’

고양시, 인사발령 하루전 사표 종용…거부하자 일방적 해고

검토 완료

백현석(limbus)등록 2003.07.16 16:45

고양시가 지난 4일 인사발령을 하면서 계약기간이 6개월이나 남은 여성복지회관 관장에게 사표를 종용을 하고 거부하자 일방적으로 해고함으로써 파문이 일고 있다. ⓒ 우먼타임스 장철영

전국에서 여성들의 사회진출 확대와 양성평등문화 확산을 다짐하던 7월 여성주간에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35년 가까이 일하던 직장에서 쫓겨난 여성 공무원이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여성복지관장으로 일해오던 이모(별정직 5급) 관장은 지난 3일 총무과장 내정자와 인사계장의 방문을 받고 황당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씨를 찾은 두 사람은 “내일 발령이 나니 오늘 당장 사표를 써라. 그렇지 않으면 계약 해지를 할 것”이라며 협박에 가까운 통고를 했다.

이씨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바로 다음날 해촉되었다. 그리고 후임으로 동장인 여성 5급 일반직 공무원이 발령을 받았으며, 그 동장 자리엔 남성 공무원이 임명됐다.

올 1월 재계약을 한 이씨는 12월까지 여성복지관장직을 수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씨는 “발령이 나기 하루 전에 찾아와 사표를 강요하는 것은 계약 조건을 악용한 처사로 결과적으로 여성고위직 한 자리가 없어진 결과”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또 “동장이던 여성공무원이 여성복지관 관장으로 발령이 났으면, 그 자리에 여성을 임명해야 하는데 남성 공무원이 임명됐다”면서 “이는 여성 고위직 한 자리가 줄어든 처사”라며 항변하고 있다. 더구나 어차피 계약서 내용으로 해촉이 될 상황이라면 업무 인수인계라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도 있었는데 시는 이를 매몰차게 거부한 것.

이번 인사는 고양시 시설관리공단이 설립되면서 여성복지회관이 시설물로 확정돼 단행된 것이다. 당초 이씨의 계약서엔 여성복지회관이 시설물로 확정이 되면 계약이 종료된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고양시 시설관리공단은 설립등기만 했을 뿐, 고양시청 4층에 임시로 사무실을 마련하고 현재 직원을 공모하는 등 아직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않은 상태다. 이렇게 되면, 고양시 여성복지회관은 시설물 관리는 관리공단이 하지만, 인사는 여전히 고양시청이 하는 기이한 모습을 당분간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고양시 관계자는 계약서 내용을 들어 “여성복지관장에 대한 인사는 문제가 없다”며 기존 방침을 되풀이했다. 또 당시 총무과장은 자신도 승진 대상에 올라 있었기 때문에 여성복지관장 인사에 대한 부분은 잘 모른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한편 이씨는 고양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낼 것을 면밀히 검토중이다. 이씨는 “해촉 통지를 기안한 사람이 당시 총무과장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그가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도 “후배 공무원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행정소송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해 이번 인사를 둘러싼 억울함과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갈등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365일이 여성의 날 여성주간 필요없어”
강현석 고양시장 망발

강현석 고양시장(사진)은 지난 2일 여성주간 기념식에서 “365일이 여성들을 위한 날인데 여성주간이 필요 있는가. 여성주간은 남성들을 소외시키는 일”이라며 여성을 비꼬는 듯한 발언을 해 행사에 참석한 여성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그는 또 4일 인사에서 기존 여성고위직 1명의 자리가 없어진 것과 여성복지관장에 여성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를 발령한 것에 항의하는 김유임 고양시 의원(사회산업위원장)에게 “계약서상에 명시한 부분대로 처리한 것으로 안다. 도의적으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원칙적인 말만 했다.

이런 발언들은 정책결정의 최고책임자인 시장이 여성정책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타 시도에 비해 특이할만한 여성정책을 시행하기는커녕, 오히려 뒤떨어져 있는 고양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 우먼타임스 백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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