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친구 이름 알기

검토 완료

김은숙(amie72)등록 2003.07.09 19:07
빗소리가 시원스레 들리는 하루입니다. 저는 비를 무지무지 좋아합니다. 비가 내리는 날은 가만히 집에 앉아 있을 수 없지요. 이런 날은 반바지를 입고 나가는 게 좋습니다. 안 그러면 바지 밑단이 다 젖어 아주 무거운 바지를 끌고 다녀야 할 판이니까요.

오면서 백양로 길의 푸르름을 다시 한 번 보았습니다. 백양로에 백양나무는 거의 없고, 지금은 은행나무가 많습니다. 은행이 익을 때면 할머니나 아주머니가 은행 열매를 주우십니다. 은행의 냄새가 아주 지독하지만 은행 열매는 쫄깃하고 맛있죠.

은행나무가 암그루, 수그루 따로따로 인 거 아시죠? 그 구별은 잎이나 나무 모양으로 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그런데 은행의 암수 구별은 가지의 퍼진 모양으로 안다는군요.

암그루는 약간 동그란 모양으로 퍼지고, 수그루는 좀 길쭉하게 자랍니다. 그러니까 수그루는 위로 많이 자라는 편이지요. 백양로에 있는 은행나무에서 가지가 뾰족한 삼각꼴로 퍼진 것은 영악없이 열매가 없는 수그루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가지에 손을 대느냐 아니냐에 따라 이 모양도 달라질 수는 있겠죠. 가지가 뻗은 모양으로 구별하는 이 방법은 얼치기 식물학자 김은숙의 은행나무 암수 구별 법입니다.

봄 산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꽃 아시죠? 바로 진달래입니다. 김소월의 시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노래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자연은 어찌나 오묘한지 봄에 피는 꽃은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게 했습니다. 겨울의 어두움을 얼른 씻어내라고 그러는가 봅니다.

그런데 진달래와 철쭉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진달래가 철쭉보다 색이 흐린 분홍이긴 하지만 가끔 색이 진한 진달래도 있고, 아주 흐린 분홍색의 철쭉도 있는 걸 보면, 이 색으로 진달래와 철쭉을 구별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진달래와 철쭉은 잎과 꽃 주에서 무엇이 먼저 나오느냐로 아주 쉽게 가려낼 수 있습니다. 진달래는 꽃이 먼저 나오구요, 철쭉은 잎이 먼저 나옵니다. 잎 사이에서 이제야 꽃망울이 터지려고 한다면 그것은 철쭉이죠.

물론 시기적으로 꽃 피는 시기가 다소 다르니까 그것으로도 구별할 수 있지만 햇볕의 양이 어쩌느냐에 따라 진달래가 늦게 필수도 있구, 철쭉이 빨리 필수도 있지요.

그러나 꽃이 진 뒤 잎만 있는 상황에서는 구별할 수가 없으니 저는 얼치기 식물학자임이 분명하네요.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