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사학 비리 감사, 변한 것이 없다

비리 관련자에 대한 솜방망이 감사 처리 여전해

검토 완료

박정훈(champjh)등록 2003.07.06 19:36

사립학교의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교사들의 시위는 2003년에도 이어졌다(2003년 3월 20일 동일학원 앞에서 집회) ⓒ 박정훈

과연 사립학교의 부패를 척결하는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할까?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이 참교육학부모회의 민원을 받아 실시한 불법 찬조금 관련 특별감사 결과를 보면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도 부패척결에 대한 교육당국의 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알게된다.

감사결과 서울시교육청이 8학교에서 6억9천만원의 불법 찬조금을 밝혀냈으며 이미 써버린 1억 6천만원을 제외한 5억 3천만원은 학부모에게 돌려주도록 했다. 찬조금에 관련된 4명에게 경징계(감봉, 견책), 금품수수 교사 1명 중징계(파면, 해임, 정직), 나머지 14명의 교장, 교감, 행정실장은 모두 주의, 경고를 받았다. 8학교에서 무려 7억 가까운 불법 행위가 저질러졌는데 주의, 경고 조치가 합당할까?

서울시교육청의 2002년도 용화여고 감사 결과 문서 ⓒ 박정훈

대표적으로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용화여고를 보자. 작년 6월 서울시교육청 감사실은 용화여고에서 학생 간식비, 식사비, 체육대회 경비지원 목적으로 7천만원, 에어컨 설치비로 2200만원, 전학생에게 청소용역비로 1천 7백만원을 징수한 후 학교 회계에 편입하지 않고 별도 관리한 것을 적발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올해도 불법 찬조금을 또 걷어서 이번 교육청 감사에서 1학년 1인당 15만원, 2·3 학년 1인당 20만원씩, 총 3천5백만원의 불법 찬조금이 적발되었다. 과연 불법찬조금에 관련된 사람들은 어떤 인사 조치를 받았을까? 작년에 서울시교육청은 용화여고 교장과 행정실장에게 경징계를 요구했으나 학교당국은 불문경고에 그쳤고, 올해는 교장 경고에 그쳤다.

2002년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적발에도 불구하고 2003년에도 이어진 용화여고의 불법 찬조금 모금 관련 교육청 문서 ⓒ 박정훈

그러면 사립학교에서 불법적이나마 찬조금 모금은 학교 운영상 꼭 필요한 것일까? 용화여고는 2002년 서울시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교육환경개선과 학생복지사업에 돈을 사용하지 않고 매년 1억, 2억원씩 학교운영비를 남겨 2001년말까지 총 22억원의 돈을 모은 것으로 교육위원회에서 지적되었으나 시정하지 않은 학교이다. 돈이 없어서 찬조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자식들을 볼모로 학부모들의 호주머니를 털어냈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교육청의 감사가 솜방이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답변은 무엇일까? 이번에 용화여고 불법찬조금을 감사한 이아무개 사무관과 직접 용화여고를 감사한 교육청 직원의 해명을 들어보자. 용화여고에 감사를 나간 직원은 2명인데 불특정 다수의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고 학부모회 회장, 총무를 조사하였다고 한다.

찬조금을 걷은 목적은 학부모회 친목회비, 학생 간식 제공비, 교사들과 식사비라고 한다. 1인당 15만원, 20만원씩 돈을 걷는 친목회를 본 적이 있는가, 학생 간식비는 학교 예산에 공식적으로 평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용화여고는 22억원의 돈을 모아놓은 학교인데 왜 그렇게 못하는가, 학교발전기금으로 얼마든지 돈을 걷을 수 있는데 왜 음성적인 돈이 필요했는가 등을 집요하게 캐묻자 직원은 답변을 거부하며 이름조차 밝히기를 꺼려했다.

최근 이례적으로 11일간 14명의 감사반이 나와서 특별감사가 이루어진 동일학원의 교사들은 교육청 감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특별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전교조 동일학원 분회장 조연희 교사(40· 국어)를 만나보았다.

7월 7일부터 매일 동일학원에서 서울시교육청까지 걷겠다는 동일학원 전교조 분회장 조연희 선생님 ⓒ 박정훈

"우리 학교 특별감사 마지막날 감사반장이 학교 운영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했어요. 부적절한 회계가 밝혀진 것만 해도 거의 40억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교육청은 담당자를 엄중문책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많은 돈을 부적절하게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생인권이 어떻게 짓밟히고 교권이 농락되었는데….

교육청은 사립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교육 파탄 현상을 전혀 모르고 있어요. 사립학교 다 그렇지 않느냐는 말을 막 해요. 교육청 특별감사에 기대를 걸었던 우리들은 최근 불법찬조금 감사 처리를 보면서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 전교조 교사, 졸업생, 학부모, 지역 사회 단체로 이루어진 '동일학원 정상화를 위한 범대책위원회'는 엄정한 감사결과를 촉구하는 의미로 7월 7일부터 날마다 종이학 1,000개씩을 가지고 교육청까지 50리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교육청까지 50리길을 걸어야 하는 동일학원 교사들의 절망감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참여정부 출범, 사립학교 부패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윤덕홍 교육부총리의 취임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사립학교 교사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는 교육행정에 절망하고 있었다. 참여정부 개혁정책의 시금석이 될 교육개혁, 과연 노무현 정부는 해낼 수 있을까?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