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3> 일본에서 아시아 시사 열려

다시 쓰여질 인류구원의 '묵시록'

검토 완료

강현식(bueno2)등록 2003.07.04 18:38

ⓒ 씨네서울

“I'll be back!"

터미네이터가 12년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돌아왔다. 속편 <터미네이터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이 2일 일본 도쿄에서 아시아 지역 시사회를 열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1,2편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뒤를 이어 조나단 모스토 감독과 주연배우인 아놀드 슈워제네거, 그리고 T-X를 연기한 크리스티나 로켄이 일본을 방문해 대대적인 시사회를 가졌다.

모든 속편이 그러하지만 <터미네이터3>의 전체 시나리오는 몇몇 주요 스태프들에게만 전체 공개되었을 만큼 2편에 이은 심적 부담을 안은 채 삼엄한 보안 속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과연 3편의 내용은 어떠할까?

터미네이터의 아버지 제임스 카메론조차 “도저히 3편에 와서는 1,2편과 같은 화제작을 만들 자신이 없었다”라고 토로하며 연출을 포기할 만큼 <터미네이터3>는 가히 전작들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필요로 했다. 이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무래도 2편과 3편을 매끄럽게 이어나가는 정교한 구성과‘묵시록’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뛰어난 연출력에 있다.

또한 오랫동안 기다려온 관객들에게‘상상하는 그 이상을 보여주어야’만 하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전작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범작보다 못하다’라는 오랜 속설을 깨뜨리는 것 또한 이 영화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출연배우들도 그동안의 공백을 지켜나가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 버렸다. 사라코너를 맡은 린다 해밀턴은“이 영화는 도무지 인간에 대한 배려가 없다”라는 말로 출연을 고사했고, 그녀의 아들 존 코너역의 에드워드 펄롱은 마약혐의로 커다란 이미지 실축을 경험한 터라 새로운 배역을 찾는 것 또한 제작진에겐 버거운 일이기도 했다.

ⓒ 워너브라더스

그러나 조나단 모스토 감독은 과감하게 <인 더 베드룸>에서 신선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 닉 스탈과 ‘줄리엣’클레어 데인즈를 캐스팅하는 한편, T800의 새로운 적수 T-X 역으로 크리스티나 로켄을 낙점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감독은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제외한 모든 인연을 배제함으로써 부담감을 떨쳐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관객들은 3편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놀라운 영상과 내용을 업그레이드시킨 영화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전작보다 두 배나 많은 개런티(3천만 달러)를 받고 또다른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일어선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5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죽재킷을 입는다는 것은 나에겐 흥분되는 일이었다”고 말할 만큼 자신감을 드러내었다.

자, 이제 더 뭘 망설이는가. 1억 7천만 달러의 제작비와 ILM사의 든든한 특수효과 그리고 더욱 향상된 T-X의 능력이 갖추어진 지금, 다시 한번 인류를 구원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을 뿐이다.

2편에서 어머니 사라 코너와 함께 미래의 인류가 보낸 T-101과 함께 무시무시한 암살자인 T-1000을 물리친 존 코너는 성장하여 어느 새 25살의 청년이 되었다. 그 사이 어머니는 죽고, 그만 홀로 남아 정처 없는 유랑자 신세가 된다. 기계들의 감시 체계인 스카이넷의 추적을 피해 운둔 생활을 하는 존 코너. 그의 앞에 나타난 여성 사이보그 T-X(터미나트릭스). 다시 암살자의 추격을 받게 된 존 코너는 수의사 케이트 브로스터와 함께 도망치는 신세가 되고 만다.

ⓒ 워너브라더스

한편, 인간 저항군들이 존 코너를 지키기 위해 명령을 재프로그래밍한 구형 터미네이터 T-800이 도착한다. 그러나 사이보그 T-X는 액체 금속 위에 진보된 합금으로 만들어져 전작에서 나온 T-1000과 같은 변형이 가능하고 플라스마 대포를 장착했으며, 심지어 다른 기계를 통제하기도 한다. 과연 그들은 또다시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터미네이터3>의 거대담론은 아무래도 인간과 기계가 서로 격돌하게 되는 비극적 현실에 있다.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가 그것을 만든 인간들을 지배한다는 설정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문제로 인식하게 한 매우 설득력 있는 모티프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터미네이터3>는 전작에서 제기한 ‘묵시록’의 방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관건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제임스 카메론이 세운 어두운 미래 사회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실제로 관객들의 기대를 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1997년 8월 29일. 전작에서 제시한 ‘심판의 날’은 이미 지나갔지만, 3편에서 준비하고 있는 관객들을 위해 마련한 또 다른‘인류구원의 날’은 언제가 될지 궁금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12년 동안이나 그를 기다린 관객들에 대한 배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