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보는 호국영령의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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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amie72)등록 2003.06.24 16:32
6월이 되면 방송 화면에서는 총알에 구멍이 뚫린 철모가 세운 총에 받쳐진 모습이 많이 나온다. 아니면 전쟁기념관이나 국립묘지의 동상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마치 호국영령은 전쟁 때 죽어간 사람만 있는듯이 말이다.

난 6월만 되면 자리가 불편하다. 반공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북한이 금방이라도 전쟁을 일으키기라도 할 것처럼 시위를 벌일 테고, 전쟁의 아픔을 잊지 말자며 눈물샘을 적시는 프로그램도 만들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전쟁의 아픔과 함께 더욱 견고한 수비와 더 나아가 공격 준비를 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호국영령은 말 그대로 나라를 지킨 영혼이다. 만일 전쟁이 없었다면 호국영령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을 것처럼 호국 영령은 늘 전쟁과 연관지어 말한다.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 오직 '국방'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늘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6월만 되면 다른 일 하는 사람은 국방의 보호를 받으면서 그 안에서 일하는 보호 대상인양 느껴지게 한다.

호국영령의 의미 속에는 임진왜란 때 싸우다 죽은 사람도 들어있어야 하고, 민주화를 위해 죽은 사람도 들어 있어야 하고, 불이 났을 때 불을 끄는 소방대원도 들어 가야 한다. 농부들이나 어부들도 들어가야 한다.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 어찌 땅덩이에 한정된 것이랴. 그 안에 사람들이 제대로 살아가게 만드는 것 또한 호국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어째서 호국영령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모두 6.25전쟁인지 안타깝다.

6.25전쟁은 그 기원을 따지자고 하면 그 원인은 일제하 우리가 우리 힘으로 독립을 하지 못한 것에서 시작된다. 더 원인을 따지자면 우리가 나라를 빼앗긴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냉전의 시대에 우리나라는 어쩌면 희생양이 아니었을까? 이념의 대리전을 치룬 것은 아니었을까?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이유로 북한을 적대시하게 되고, 미군이 주둔하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 당당하지 못한 대한민국은 미군의 충실한 협력자가 되어서 제 국민 죽는 것도 눈 감은 채 효순이 미선이를 비롯한 수많은 미군 범죄의 희생자가 나와도 아무 말도 못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6월 25일을 맞아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잊지 말자 6.25'하면서 북한을 적대시하는 것보다 다시는 그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또 6월 25일이다. 북한을 적대시하는 사람이 기세 등등한 날, 북한이 우리의 형제가 아니라 가족을 죽인 원수로 다시 인식되는 날. 바로 그 날이 다가 오고 있다. 난 마음이 불편할 거 같다. 속이 쓰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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