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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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arete80)등록 2003.03.31 10:53
전쟁을 하면서 평화를 말하는 부시. '부시시'한 그의 논리가 그럴 듯 하게 들렸는지 블레어가 활짝 웃는다.

70년 전 A.F. 헉슬리는 이렇게 말을 했다. "가장 큰 위험은 웃는 얼굴을 한 적으로부터 온다." 라고. 전 인류에게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일까. 자연재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재해는 그 원인에서 결과까지 인간의 지각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결코 자연재해로부터 인간은 완전하게 해방될 수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할 뿐. 필자가 생각을 하기에 전 인류에게 가장 큰 위험은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행위가 범인류화되는 것이다. '부시시'한 부시와 '웃는' 블레어의 얼굴을 보면서 70년 전 헉슬리의 말에 소름이 돋는다.

2003년, 이라크는 사냥터가 되었다. 후세인이라는 독재자를 잡기 위해 모든 첨단 사냥도구들이 쓰이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사냥을 하고 있다기 보다 첨단 사냥도구의 성능을 생생하게 스크린을 통해 홍보하는 '홈쇼핑'을 보고 있는 듯 화려하다. 그러나 이름만 첨단무기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빛깔만 좋은 개살구임이 드러나기 시작,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만큼이나 전쟁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양태를 오늘까지 이어가고 있다. 당연한 결과일까. 그래서 소름이 돋는 것일까. 그 대가로 후세인의 행방은 묘연해 지고, 애꿎은 이라크 국민들만 어줍지 않은 사냥도구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 사냥을 지켜보는 이들은, 과거에 실패한 사냥의 기억을 미국은 서서히 떠올리고 있을 것이며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로마제국을 닮아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세계여론이 미국을 외면하고 있고, 전쟁의 여정이 처음의 예상처럼 순조롭지 않는 상황에서 이라크는 점점 폐허가 되어가고 있다. 폐허가 되어 가는 땅에서 생명체의 존엄성은 눈을 씻고 찾아 볼 필요도 없다. 이라크 전쟁을 통해 제국이 품은 야욕이 이성의 눈을 서서히 멀게 하고 있고 있음을 확실히 느끼기 시작한다. 이라크 국민의 절규가 귀에 들리는 듯 하고, 그 절규는 그들에게서 끝날 것 같지 않음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미국 매파의 핵심 전략가인 마이클 라단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동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쟁이 우리의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라고 말한 것을 기억해 볼 때 그 느낌들은 단순한 추측과 지각의 범주를 넘어선다.

필자는 요즘, 부시가 CNN방송을 통해서 이렇게 말을 할 것 같아 하루에도 몇 번씩 소름이 돋는다.

"You`re Next!" 필자에게도 2003년의 봄은 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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