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의 노골적인 베껴 쓰기

전체 13문장 중 7문장이나 표절한 한나라당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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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yms7227)등록 2003.02.25 11:52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이 연일 언론관련 논평을 내고 있다. 괴벨스, 포퓰리즘 등 상당히 자극적인 용어를 구사하며 한껏 유식함을 뽐낸다.

한데 23일의 성명에서 사용한 '나치 괴벨스' 인용은 전혀 문맥과 상관없이 툭 튀어나옴으로써 네티즌들로부터 갖은 희롱을 다 당했다. 한데 24일에는 또 '포퓰리즘'을 특이하게 해석함으로써, 독특한 언어이해능력 및 사용능력을 과시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은 상대를 하지 않고 우호적 언론만을 이용해 '포퓰리즘식'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포퓰리즘은 대중추수주의 즉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만 추구함으로써, 국가의 미래를 고려한 정책결정행위를 포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대중들의 입맛이란 언론사들의 '입맛'과 일치한다. 그리고 포퓰리즘이 실현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론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언론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

한데 '우호적 언론' 그것도 여론시장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훨씬 취약한 언론들만 가지고 포퓰리즘이 가능할까. 최소한 한국 사회에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거대신문들을 배제한 포퓰리즘이 실현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박 대변인은 문맥도 맞지 않고, 논리도 없는 '억지'나 '궤변'을 '성명'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괴벨스' 또는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는 언론이 받아쓰기 딱 좋은 표현인 줄은 알았던 모양이다. 동아일보가 아니나 다를까 '괴벨스'가 포함된 문장을 박 대변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인용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의 '짧은' 지식은 '열심히' 공부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한데 문제의 심각성은 박 대변인의 노골적인 베끼기에 있다. 23일 밤에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올라 온 사설과 24일 박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을 비교해 보면, 박대변인의 베끼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 드러난다.

먼저 제목을 보면, 24일 한나라당 성명 제목이 "노당선자의 언론관 이대로 좋은가? 노당선자의 왜곡된 언론관이 심히 우려된다"이다. 그리고 23일 조선일보 인터넷판 사설 제목은 "盧 당선자의 부정적인 언론觀"이다. 조선일보 사설제목을 박 대변인이 '문답법'으로 풀어 베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본문과 비교하면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박대변인은 전체 성명서 총 13문장 중 무려 7문장을 조선일보 사설에서 베꼈다. 시간상 조선의 사설이 23일 밤에 공개되었고 24일에 박대변인이 발표했기 때문에 '저작권'은 분명히 조선일보에게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 노 당선자가 인터넷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론을 주도해온 신문을 '족벌체제' '기득권체제'라고 지칭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으로 모는 것은 공인의 발언으로는 격에 맞지 않는다.

박 대변인: 자신의 당선에 기여한 특정한 인터넷 매체와 방송, 신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정권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끊고 원칙대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노무현 정부가 언론과의 비정상적 유착관계를 끊고 원칙대로 해나가겠다는 것에 이의를 달 필요는 없다.

박대변인: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정권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끊는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나, 그 실천 방안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 듯 하다.

조선일보: 가판 구독을 금지한다는 발상도 언론의 속보성과 정보성을 무시한 일방적 제동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박대변인: 언론 자율에 맡길 '가판발간' 문제를 대통령이 개입해 막겠다는 것으로도 들린다. 언론의 '정보성과 속보성'은 물론 국민들의 신속히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노 당선자의 언론관은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바탕하고 있는 데다, 신문에는 강한 개혁을 요구하면서 방송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이 사실을 정확히 보도해야 한다면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도 예외일 수 없다.

박대변인: 방송사와 신문사를 편가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 짓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당장 시정해야 한다.


오랜동안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등이 사설이나 칼럼 등에서 '정치 훈수'를 두면, 한나라당 대변인이 '지체없이' 성명이나 논평으로 흡수하고, 사무총장이나 총무가 국회에서 쟁점으로 삼아 왔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데 박대변인 처럼 주요 내용을 이렇게 거침없이 컨닝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몇몇 구절은 '순서'를 바꿈으로써, 몇몇 구절은 표현을 약간 달리함으로써 최소한의 '성의'는 보였다고 자부할지 모르겠으나, 전체 내용으로 보아 '표절'에 가깝다는 것은 앞으로 박대변인의 '정치적 성장'에 있어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박대변인은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적절한 단어 구사'도 할 줄 알아야한다. 그리고 최소한 13문장 정도는 남의 글 보지 않고 '작문'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직무대행이 한 때 '名대변인'이었음을 박대변인은 신경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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