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문화관광부 장관의 새빨간 거짓말

임명시기까지 속이는 장관의 기고문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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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yms7227)등록 2003.02.21 14:58
김성재 문화관광부 장관의 '궤변'은 이제 '거짓말'을 익숙하게 하는 구사수준으로 '비약'하고 있다. 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송위원회를 민간기구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방송정책권'을 정부에 귀속해야 한고 주장하더니 이제는 아예 자신이 '청와대 비서관'으로 임명된 시기까지 거짓말한다.

장관 재직시 내내 침묵하던 김 장관이 임기 1주일을 남겨두고 갑자기 '방송정책'의 정부 귀속, 정확히 말하자면 '방송위원회'와 '합의'해서 결정하는 방송정책을 방송위원회 없이 문화부가 단독으로 결정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상 방송과 통신 정책을 둘러싸고,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끊임없이 갈등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문화부는 당사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문화부가 뛰어 든 것이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싸고 소외됐던 문화부가 '방송정책권'을 매개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논의의 한 축을 차지하려는 '기도'다.

정보통신부는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안(이후 방송위 안)'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문화부는 '방통위 안'에 긍정적이며 이를 활용하려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제시된 '방통위 안'은 정책, 심의, 규제를 방통위가 맡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명실상부한 공적 기구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정통부를 따돌리며 문화부가 '방통위 안'을 받아들이면서, 그 내용을 왜곡하여, 정책권을 문화부가 갖고 심의기능을 방통위에 넘긴다는 기막힌 발상을 정권 말 혼란기를 틈 타 논쟁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런 기도를 '책임지는 정부'라는 명분으로 정당하고 합리적인 논쟁을 통해 생산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겠다면 이것은 무조건 나무랄 일이 아닐 수 있다. 혹자는 이를 향해 '부처 이기주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정부부처가 자신들의 권한과 책임을 확대하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 장관이 이 논쟁을 헌신적(?)으로 추진하여 시중의 쟁점으로 부상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이 사실만으로도 문화부 관료들은 김 장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한데 이런 '성과'를 거두는 방식이 너무 비열하고 유치하다는 데 그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18일 '대한매일'에 김 장관 명의로 기고한 내용 중 다음 대목은 차마 대한민국 장관이 쓴 글이라고 믿을 수 없을 수준이다.

우리는 대통령 직속으로 방송개혁위원회를 구성해 방송법을 제정하고 방송위원회를 만들 때 주로 프랑스 모델을 따랐다. 당시 본인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으로서 이 논의에 참여해, 방송정책은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어서 세계 모든 나라에서 방송정책은 정부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방송정책 권한은 정부에 있어야 하며, 만일 방송위원회가 정책기능까지 가지려면 '권한만 가지고 책임은 지지 않는 민간위원회'가 아니라 미국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국회에 책임지는 국가행정기구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방송개혁위원과 언론학자들은 미국의 방송체제와 FCC는 우리에게 맞지 않기 때문에 프랑스식 민간위원회로 하면서 정책권한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치권의 타협에 의해 방송정책은 방송위원회와 문화관광부가 합의하도록 했다.

민간기구냐 국가기구냐 하는 이분법적 논리도 '무식함'에 연유한다는 점을 다시 지적하지 않더라도 왜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이제까지 쌓았던 '성과'를 단번에 허물어뜨리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밝히건대 '방송개혁위원회'는 방송법 개정을 위해서 98년12월부터 99년3월까지 한시적으로 활동했던 조직이다. 그리고 김 장관은 2000년 1월에 '정책기획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런데 '당시 본인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으로서 이 논의에 참여해'라며 국민들에게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논쟁에서 김 장관이 '방송'과 관련해서 얼마나 무식한지는 눈치챘지만, 자신이 언제 '청와대 비서관'에 임명되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거나 착각한다는 것은 거의 '치매' 수준이다. 이것이 라디오라면 말하다가 생긴 '착오' 또는 '기억'의 문제로 해명하면 덮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신문 기고에서 이런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의도적 날조'외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정치인들도 거짓말을 할 때 최소한 자신들의 기존 주장에 대해서 '해석의 차이' 또는 '기자들의 오해' 등으로 변명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한다. 한데 행정관료 그것도 신학대학 교수출신의 장관이 조금만 확인하면 만천하에 탄로 날 '기간'까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정치인의 거짓말'과는 차원을 완전히 달리한다. '사기꾼'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명확한 사실관계에서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거나 설득하려고 하는 의도된 거짓말이라는 사실은 김 장관이 얼마나 파렴치한 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자신의 임명시기마저 슬쩍 속이는 장관이 주장하는 '방송정책'이니 '방송통신위원회'니 또는 '외국의 사례' 하는 것이 어찌 설득력이 있겠는가. 쟁점으로 부각시켜 문화부의 입지를 다지려는 노력은 백 번 양보해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치더라도 자신이 하지도 않았던 주장을 한 것처럼, 그리고 자신이 임명되기 전의 일을 임명 후의 일처럼 거짓말하는 김장관같은 사람을 혹여 노무현 당선자 진영에서 중용하려는 계획이 있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올바른 판단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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