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가·민요 부르며, 이별의 아쉬움 달래

어느 고등학교 졸업식장의 풍경

검토 완료

김강임(kki0421)등록 2003.02.17 13:32

아쉬운 졸업식장 ⓒ 김강임

" 부딪히는 파도소리 잠을 깨우니 들려오는 노소리 처량도 하구나. 어기야 디어챠 어야디야 어기어챠 뱃놀이 가잔다"

선·후배가 어깨동무를 하고 한바탕 흥을 돋구니 그 열기 또한 후끈하다. 체육대회도 아니고 그렇다고 응원을 할만한 이유도 없는데 이 겨울에 무슨 '뱃노래'일까?

3년 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선후배가 함께 모여 열기를 달궜던 학교 체육관에서 이렇게 큰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 얼마 만인가. 초조하기만 했던 대학입시와 그 결과. 방학 등으로 쥐 죽은 듯 조용하기만 했던 학교 체육관이 오늘은 아침부터 술렁였다. 떠나는 이들의 아쉬움이랄까 이별의 아픔을 토해내는 방법이 이색적이었다.

동이 트기 전에 학교 교문에 들어서면 맘 놓고 기지개 한번 켜 볼 겨를 없이 앞만 보며 달려왔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오늘만은 눈물겨운 감회에 젖어보는 것도 사치는 아닐 듯 싶다.

지난 금요일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치러진 졸업식장.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흔히 매스컴을 통해 보았던 졸업식 날 밀가루 세례와 계란세례를 생각 할때 이날 치러진 졸업식장의 분위기는 그 자리를 함께 한 모든 내 외빈들과 선배. 학부모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흔히 사람들은 '졸업은 다시 시작'이라고 하지만 졸업을 하는 당사자들에게는 어디 그런가? 첫발을 내딛는 대학생활의 설레임과 낭만. 그동안 틀에 박힌 교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탈피하기 위해 최후의 몸부림을 쳐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한 교정 체육관에서 치러진 졸업식 광경은 성숙한 분위기를 자아낼 만치 엄숙하고 대견스러웠다. 특히 졸업생과 재학생이 교가와 응원가. 민요를 부르며 졸업식 잔치 분위기를 연출하며 떠나는 이들의 앞날에 축복을 빌기도 했다.

마지막 불러보는 교가 ⓒ 김강임

1학년과 2학년이 미리 졸업식장에 대기하고 있다가 3학년 졸업생들이 들어오자 힘찬 박수를 친다. 뒤이어 여느 기념식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의례와 표창장 수여식이 끝나자 졸업생 대표의 아쉬움이 담긴 답사가 이어졌다.

그동안 노심초사 자녀들의 뒷바라지에 땀을 흘렸던 학부모들은 훌쩍 커버린 자신들의 자녀들이 그동안 잘 자라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며 다소 숙연한 분위기였다. 이날 따라 항상 불호령으로 학생들의 다스리고 지도해 줬던 선생님의 얼굴도 상기 된 표정이다. 물론 자신의 가르침이 넓은 세상에 나가서도 흐트러짐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일 게다. 많은 졸업생들의 가슴에도 저마다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듯 장내의 분위기는 엄숙했다.

그리고 공식기념행사가 끝나자 학생회장의 지휘아래 '다시는 부르지 못하는 교가' '잊지 말자 교가'를 두 손을 불끈 쥐고 연거푸 불러대기 시작했다. 이들의 가슴속에 얼마나 학교를 사랑하는 애틋한 마음이 간절했으면 이렇게 교가를 미친 듯이 불러대는 것일까?

뒤이어 졸업생들과 후배들이 함께 어우러져 파도를 타듯 흥겹게 부르는 '뱃노래' 와 '응원가'는 졸업을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한 장내 내빈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선배와 후배가 어깨를 겨루며 외치는 응원가와 치돌배기 기합 솜씨는 앞으로 무한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에겐 희망처럼 느껴졌다.

이쯤이면 대학생활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심리로 다소 흔들릴 법도 한데 교복을 단정히 입고 졸업식에 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우려해온 청소년들에 대한 잘못된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식이 끝나자 학부모들은 3년 동안의 고생을 잊기라도 하듯 졸업생들에게 한아름 꽃다발을 선사하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카메라의 불빛은 마치 축복의 불꽃처럼 화려했고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학생들과 기념사진 찍기에 바쁜 담임 선생님의 인기도 하늘 높은 줄을 몰랐다.

이제 헤어지면 다시 못 만나볼 사람처럼 만나는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나누는 광경은 학교 정문 앞에서 꽃을 파는 꽃장사 아줌마의 기분처럼 함박꽃으로 피어났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어디론가 다시 떠나는 졸업생들의 발길을 보며 "제발 오늘만큼만 그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