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아름다운 가게' 지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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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anar)등록 2003.01.17 22:19
'아름다운 재단'의 '아름다운 가게'(http://www.beautifulstore.org)는 알뜰, 공익, 환경, 사랑방을 모토로 내걸고 활동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는 쓰지 않는 물건을 기증 받아 판매함으로써 알뜰한 삶을 권장하고 환경을 생각하며, 그 수익금을 힘든 이웃들과 나누고, 편하게 들러 차 한잔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사랑방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올해 아름다운 가게는 경기도로부터 거액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경기도청 환경국 환경지원과의 김태정 사무관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아름다운 가게의 재사용운동이 주민참여, 자원봉사, 수익금의 사회환원을 기본 요소로 하여 재활용을 촉진하는 데 많은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어 경기도 의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03년 경기도 예산에 확정된 '재활용 활성화 시책사업'으로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름다운 가게에 대한 지원은 “'사회단체보조금'으로서 단체장의 임의 보조사업은 아님”을 밝혔다.

아름다운 가게에 대한 지원은 공식적인 사업으로 예산을 배정받았고, 관이 직접 지원할 수 없기에 지방의제사업의 일환인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와 아름다운 재단측이 공조체제를 구축하여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고 한다. 구체적인 추진방법은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측과 운영의 노하우와 전문 경영능력을 갖춘 아름다운 재단측이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합리적인 역할분담을 통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얼마나 지원되기에 ‘거액’이라는 꼬리가 붙는 것일까? 김태정 사무관에 따르면, “실제 지원되는 예산은 작업장 시설과 수선장비, 기증품 수거차량 구입비, 전시판매장 인테리어 설비 등에 소요되는 경비 6억원입니다. 다만, 장소임차 보증금 12억원은 우리도 환경자원과에서 직접 집행계약하고 경기도 재산으로 채권이 확보됨을 알려드립니다” 장소임차보증금이 경기도의 재산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무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원은 18억원이라는 매우 큰 액수이다.

특히 이 액수는 다른 단체에 대한 지원과 비교할 때 두드러진다. 김태정 사무관에 따르면, “우리 도에서는 환경보전에 대한 시민참여 활성화와 시민단체들의 역량제고를 위하여 '경기도환경보전기금'을 조성하여 동 기금의 이자수익으로 환경단체에서 추진하는 환경교육 및 홍보활동 등 환경살리기 실천운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총 206억원의 기금이 조성되어 있고 2000년부터 2002년까지 153개 단체에 15억7500만원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그냥 눈대중으로만 봐도 지원의 규모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3년 동안 153개 단체에 지원한 금액이 올 한해 아름다운 가게에 지원하는 액수보다 적다.

그리고 액수만이 아니라 그 지원과정도 뭔가 허술해 보였다. 그래서 실무를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들은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에 사실을 확인하는 메일을 보냈다. 1월 14일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의 박연희씨는 전화통화에서 "이 사업은 경기도청 환경국에서 공문을 보내와 맡게 되었고 우리와 사전조율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1월 22일 운영위원회를 통해 사업을 떠맡을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 것인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한 일이지만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 사업을 진행할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과천녹색가게 남미정 대표 인터뷰

- 최근 경기도가 '아름다운 가게'에 거액을 지원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박원순 변호사님을 좋게 봅니다.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시민운동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셨죠. 사실 경기도의 지원 자체가 잘못은 아니라고 봅니다. 도지사를 통해 직접 지원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사실 그런 자리에 있으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다만 사전에 미리 저희랑 조율이나 협의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아름다운 가게에 대한 지원이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을 무시한 듯한 느낌도 드는데요?
"장소임대용인 12억의 지원은 괜찮다고 봅니다. 녹색가게도 시민회관 내에 있으니까요. 문제는 소모적인 비용인 6억인데요. 조금 과도한 지원이라고 봅니다. 지원을 받아 기부문화를 활성화시키고 좋은 곳에 쓸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론 긍정합니다. 다만 아름다운 가게가 환경친화적인 사업이라고 홍보하는데 정말 그런지 의문입니다. 주로 기부를 받아 되파는데 목적이 있지 그 사업 자체에서 친환경적인 요소는 별로 없거든요. 사고 파는 형태지 교환 시스템도 아니고.”

- 전체적으로는 긍정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단체를 지원하는 전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재활용, 친환경 제품쓰기를 홍보하는 데 있어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겠죠.”

- 제가 생각하기에 중앙의 시민단체가 지역의 풀뿌리단체들의 사업으로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아름다운 가게 이전에 녹색가게가 수년 동안 지역에서 활동해오고 있었고, 환경운동연합의 에코생협 이전에 한살림, 여성민우회에서 생협운동을 진행해 오고 있었죠. 중앙과 지역이 서로 각자의 역할을 자리매김을 하고 분담을 하면 운동이 더 활성화될 수 있을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도 기부문화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아름다운 가게가 사람들의 인식을 많이 변화시키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예전에 참여연대에서 저희 녹색가게를 방문했어요. 사진을 찍고 인터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아름다운 가게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사실 운동이 잘 되면 좋겠지만 서로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에서 같이 얘기하고 협의하는 게 중요한데 그런 과정이 없어 많이 아쉽죠.”

-‘운동’이라는 이름을 쓰려면 사람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아름다운가게의 활동방식이 정말 ‘운동’일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그렇죠. 지금처럼 물건을 기증 받아 판매만 하는 체계라면. 서민들이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도 아닌 것 같고. 찾아오신 분들에게 녹색가게를 추천하면서 서로 도왔으면 해요. 사업방식도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바뀌었으면 하구요.”

- 경기도 내 다른 녹색가게에서는 이번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전체적으론 취지에 공감합니다. 다만 논란의 여지가 계속 남아있습니다.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고.”

과천녹색가게는 90년초 생협운동을 기반으로 1992년 과천 ’1단지 자원재활용캠페인‘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그후 알뜰시장, 학교 어린이 알뜰장 등을 열었고, 이런 사업을 통해 상설매장의 필요성을 절감해 1996년 3월 과천시의 협조로 과천시민회관 지하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1997년 7월 서울YMCA의 제의로 녹색가게 운동을 연대활동으로 펼치게 되었다. 녹색가게 설립 후,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재활용작품 전시회, 엄마와 떠나는 청계산 생태기행, 교복물려입기, 재활용패션쇼 등을 개최했으며 궁극적으로 주민자치를 지향하고 있다. 경기도 내에는 녹색가게가 14군데 있다.
/ 하승우
어떻게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없이 예산을 배정하고 의결 받았을까? 그래서 다시 경기도청으로 사실을 확인했다. 1월 14일 전화통화에서 김태정 사무관은 “지난해 가을 박원순 변호사가 경기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했는데, 그 때 아름다운 재단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그 취지에 공감해 사업으로 추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운영방법을 확정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내에 있는 다른 단체가 아니라 아름다운 가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재활용운동을 열심히 벌이고 있는 기존의 녹색가게에 대해서는 시와 군에서 건물임대나 운영비 등을 이미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가게가 매스컴에 자주 보도되기 때문에 재활용사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도 덧붙였다.

아름다운 가게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메일을 두 번 보내고 게시판에 글을 두 번 남기고 나서야 어렵게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가게의 김연희씨는 게시판의 답변을 통해 "아름다운가게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홈페이지 상에서 공식적으로 지원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의회 심의를 통과하였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집행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 예산의 집행과 통과과정에 특별한 문제는 없고, 추후 집행될 경우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가게는 한국에 뿌리내리지 않은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누구도 그런 의도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그 짧은 시간에 수억 원의 예산을 배치할 만큼 ‘감동적인’ 연설이 있었을 수 있다. 너무 좋은 사업이기에 경기도가 ‘순수하게’ 먼저 나서서 지원을 결정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감동과 순수함은 ‘너무 특별한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예산이 배정, 확정되었다. 설사 그 집행과 통과과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할지라도 뭔가 거북함이 남는다.

그리고 운동은 열려 있어야 한다. 남미정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드러나듯, 지역단체는 중앙의 시민운동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중앙의 시민단체가 잘 활동해줘서 운동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활동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앙의 시민단체의 ‘애정’은 지역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것은 작지만 중요한 ‘예의’다. 지역에서 수년 동안 힘들게 진행해온 사업과 중복된다면 최소한 사전에 통보를 하거나 협의했어야 옳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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