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최대 정치적 실수(?)

개혁은 말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검토 완료

유상준(ysj7211)등록 2002.12.07 08:56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최대 실수(?)

이번 16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제시된 국가적 과제는 대략 첫째, 부정부패 척결. 둘째 지역주의 청산. 마지막으로 정치개혁 등 3가지로 모아지는 듯하다. 이는 현재 유권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주제임과 동시에 새로운 정부의 정치적 과제가 되기 때문에 다수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가 이런 일들을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지를 선택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각각의 후보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어떤 후보자와 그가 속한 정당이 얼마나 개혁적인 정책을 내놓았는지를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개혁성을 평가해보자.

이 후보는 언젠가 토론회 자리에서 후보자가 그간 취했던 개혁적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지정 기탁금제" 폐지를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이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지정 기탁금제라는 것이 언제부터 시행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것이 시행된 것은 정치자금을 제공하되 선관위를 거쳐 어떤 기업이 어느 정당에 얼마를 기탁하는지를 밝히게 함으로써 정치권과 기업 간의 은밀한 뒷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정치자금을 햇볕 아래로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어도 여, 야 간에 형평성을 유지하는 일에는 실패하였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힘 있는 정부 여당을 '지정'하여 정치자금을 '기탁'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를 97년 당시 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 후보가 폐지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당시 김영산 정부 말기의 국정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선거 전략이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보통의 각오를 가지고는 시행할 수 없는 엄청난 정치개혁이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 여당에서 '독식'하던 정치자금을 의석 수에 따라 다른 당과 나눈다는 것이 보통의 결단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역시 "대쪽"다운 결단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에 발생한다. 이회창 후보의 결단에 따라 이전까지 신한국당에 들어오던 정치자금은 대폭 줄어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후보는 당과 정치권을 그에 걸맞게 "돈이 안드는" 구조로 바꾸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돈 드는 구조는 온존하는데 들어올 돈은 확 줄어든 현실, 이것은 당시 급박한 대선 국면에서 엄청난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로 인해 이회창 후보와 신한국당은 '손대지 말았어야 할' 돈에 손을 댄 것이 아니었을까? 대선 이후에 드러나서 아직까지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건들, 소위 "세풍" "안풍" "각종 비자금 사건" 등 지금까지 이회창 후보를 따라 다니며 괴롭히는 각종 의혹 사건들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비단 부패 의혹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는 소위 "세풍"의 주역인 서상목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헌정사상 신조어라고 생각되는 "방탄국회"를 열일곱 번이나 여는 무리수를 두었고 이것으로 이회창 후보의 "대쪽"에는 금이 가고 말았던 것이다.

이 후보는 30년간 나름의 소신있는 공직 생활을 통해 얻었고, 만약 그대로 잘 간직했더라면 그후의 "병풍" 등과 같은 정치적바람을 막는데도 긴요하게 사용될 수도 있었을 "금쪽"같은 "대쪽" 이미지를 이렇게 망가뜨리고 말았다. 이 어찌 최대의 실수(?)라 하지 않을 수 있으랴?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