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

영화 오아시스를 보고

검토 완료

박은선(caster5)등록 2002.08.27 11:32
형의 교통사고 사망사건을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다가 2년반을 죽이고(?) 갓 출감한 홍종두. 자기 아버지를 죽인 사회 부적응자(실은 그의 형이 죽인)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중증장애인 한공주. 이 둘의 사랑을 무척 담담하게 바라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한 영화 오아시스.

오아시스는 한공주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방 한쪽 벽에 걸려 있는 벽걸이형 커튼안에 있었다. 허름하고 때가 얼룩져 있는 그 그림에 있는 오아시스는 그렇게 밝아보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속의 오아시스는 한공주에게 꿈이었고 세계였다.

그 세계에 밤마다 그림자가 드리운다. 바로 한공주가 사는 아파트 창밖에 있는 나무가 밤마다 오아시스에 그림자를 만드는 것이다. 홍종두는 마법으로 한공주의 무섬증을 없애준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그림자가 없어졌다, 없어졌다...'
정말로 한공주가 바라보던 오아시스에서 그림자는 사라진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한공주가 좋았던 홍종두는 자신이 겁탈하려고 했던 죄를 한공주에게 용서받기 위해 무릎을 꿇고 둘은 세상을 향해 낭만적인 데이트를 나선다. 여기에서 감독은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휠체어를 타고 레스토랑에 들른 그들에게 지적이고 우아하게 생긴 여주인은 '점심시간 끝났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멀쩡하게 맛있는 점심을 먹는 그 순간에.

세상을 잘 아는 홍종두는 멀쩡한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틀어버리는 심(?)한 몽니를 부리고는 그곳에서 나온다. 그리고 형이 경영하는 카센터 셔터문을 열고 그곳에서 짜장면을 시켜 낭만이 넘치는 점심을 먹는다. 홍종두와 한공주가 쫓겨나는 모습을 매우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레스토랑 안의 손님들. 바로 세상의 모습에 대해서 감독은 불편하게 톡 쏘아버리고 나온 것이다.

굳이 장애인에 대해서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애정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냥 네가 사는 모습이 이거 아니냐 하고는 휙 뒤돌아서 가버리는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그냥 간 것으로 알고 그렇게 살겠지.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길 바라는 감독의 마음을 애써 무시하면서….

가장 극적인 상황.
한공주가 '여자가 남자에게 같이 자자고 하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요?' 말한다. 둘의 인간미가 넘치는 뜨거운 사랑이 이루어진다. 광주에서 연극하다가 서울로 상경한 윤가현이 임신한 올케언니로 나오는데 바로 그 순간 오빠 부부가 공주 생일이라며 케익을 들고 들이닥치는 것이다.

둘의 사랑은 졸지에 멀쩡한 날강도 홍종두가 말도 못하고 사랑할 줄도 모르는(?) 여자도 아닌 한공주를 겁탈하는 장면으로 뒤바뀐다. 경찰에 수갑찬 채 끌려가고 인간말종으로 선고를 받는 홍종두. 그러나 자기 사랑을 강탈당하고만 한공주는 결국 끝내 자기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절규하고 만다.

감옥에서 온 편지가 나레이션으로 깔리면서 방안 청소를 하는 한공주의 온화한 미소로 영화는 끝을 맺는데 아름답지가 않았다.
아마도 낭만적인 감동보다는 불편함을 더욱 크게 느껴서 그럴 것이다. 미사여구로 영화를 아름답게 평할 수가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름다움은 결국 세상을 불편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가...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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