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일간지의 ‘서해교전’ 보도태도 살펴보니…

[지역언론따라잡기(9)]]‘무책임한’ 대북강경론 따라하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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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kjw1732)등록 2002.07.09 14:58

ⓒ 경남도민일보 권범철

뉴스따라잡기 담당자가 전쟁을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비극인지는 잘 안다. 특히 52년전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학살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참상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서해교전과 관련, ‘확전 불사론’을 펴는 일부 보수언론의 기사를 읽고 있으면 마치 이승만 정권의 ‘북진 통일론’이 부활되는 것 같아 섬뜩한 생각마저 든다. 또한 신중론을 ‘친북좌파적’이라고 몰아붙이는 일부 우익단체와 정치인의 매카시즘적 광기를 보면서 한국전쟁 당시의 민간인학살 논리가 되살아나는 공포를 느낀다.

익히 알려진 대로 <조선일보>는 처음부터 이번 교전을 ‘북의 의도적인 도발’로 규정하면서 ‘우리 군이 왜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키지 않았나’는 문제제기와 함께 ‘필요하다면 대규모 전력을 투입했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태도는 이번 사태가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 때문이라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이런 논리는 지난 4일 재향군인회 등 우익단체의 집회에서 “소 바치고 쌀 퍼주고 총탄 맞고 전사했네”“퍼다준 대북지원, 총탄되어 돌아왔다”“김정일 서해도발, 백배 천배 응징하라”는 구호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번 서해교전에 대한 지역언론의 보도는 어떤 모습일까?

사설에서 분명한 차이

사실 지역언론의 경우 직접 국방부나 연평도에 취재진을 보내지 못해 <연합뉴스>를 받아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논조의 차이도 없을 것 같지만, 잘 보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우선 <경남신문>의 경우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서해도발’로 규정하고 컷을 뽑았다. 이후 제목에서 ‘서해교전’이라는 용어가 뒤섞여 나오긴 하지만, 사설에서는 ‘도발’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또 <경남일보>는 일반 기사에서는 ‘서해교전’으로, 사설에서는 ‘서해도발’로 쓰는 등 혼용하고 있다. 그러나 <경남도민일보>는 처음부터 사설과 기사에서 일관되게 ‘서해교전’이라는 용어로 통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신문의 논조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경남신문>은 7월 1일자 ‘도발 격퇴할 대책 세워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의 햇볕정책을 겨냥, “이제 포용정책만이 유일한 대북정책이란 인식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이에 대한 도민반응을 담은 기사에서도 주로 재향군인회장과 초등학교 교감, 상공회의소 회장, 공무원직장협의회장 등의 코멘트를 받았다.

재향군인회장은 “북한은 우리가 아무리 잘해주더라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고, 초등학교 교감은 “금강산여행 국고지원과 비료, 식량지원 등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남공무원직장협의회 회장은 “정부는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논리보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확실한 태도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응징을 해야 한다”며 응징론을 폈다.

이와 달리 “이번 서해교전 원인은 있는 사실 그대로 밝혀져야 되겠지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마산YMCA 허정도 이사의 의견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호전적인 느낌을 주는 인물선정과 편집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또 2일자 사설에서는 “북한 경비정 1척을 격침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들다”고 <조선일보>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면서 “필요이상으로 사건을 확대하거나 지나치게 긴장을 조성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하여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관광선을 띄우고 포용정책 불변을 천명하는 것이 과연 사태해결의 유일한 길인지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일보>도 <경남신문>과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1일자 ‘햇볕정책에 대응한 북의 도발’이라는 사설에서 “북측의 도발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햇볕정책으로 그것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본 것이 현 정부였다. 그래서 쌀을 갖다 주었고 비료를 주었으며 귀한 달러를 퍼다 주었다”고 하면서 “아무리 햇볕정책이라도 북측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정부만 그것을 믿지 않았다. 북한의 함포사격이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며 햇볕정책을 걸고 넘어졌다.

그러나 <경남도민일보>는 다른 신문과 확실히 다른 논조를 보였다. 2일자 사설에서 ‘대북화해정책은 지속되어야’는 제목으로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는 한국내 일부 세력은 교전규칙의 개정을 거론하기도 한다. 필요하다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의 단계를 없애고 선제공격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발적 충돌을 대규모 교전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고, 남북간의 긴장 유지를 원하는 세력의 기도대로 이끌려갈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남북간 공동조사와 협의 등을 거친 후 신중하게 조처해야 할 것이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렇게 서해교전 소식을 전하는 언론의 논조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과 관련, 언론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은 최근호에서 “전쟁 나면 언론이 책임지나”며 무책임한 대북강경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여중생 압사사건은 외면

이같은 서해교전과 함께 또하나의 참사인 6월 13일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에 대한 보도태도도 각 신문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 사건은 당시 월드컵 열기로 인해 거의 모든 언론에서 외면해 인권단체의 비난을 샀다.

<경남도민일보>도 6월 22일에야 비로소 ‘사이버여론브리핑’난을 통해 처음 이 사건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를 알렸고, 25일과 27일에는 정혜란 칼럼과 김용기 칼럼을 통해 이 사건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한편 28일에는 사설을 통해 다시 이 문제를 짚었다. 또 인터넷에 이 기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보도하라는 독자의 항의를 받은 후, 29일부터는 2면과 3면에 기사를 통해 이와 관련한 인권단체들의 시위소식과 함께 도민들의 반응까지 취재해 보도했다.

<경남신문>의 경우도 처음엔 이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가 7월 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사진을 실은 뒤, 5일에는 ‘‘미군 탱크 살인’ 바르게 처리하라’는 사설을 실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이와 관련한 기사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 <경남일보>의 경우, 사설은 물론 기사에서도 일체 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비록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긴 하지만 우리사회의 본질적 모순이나 문제점을 나타내는 사건이기도 하고, 이미 우리지역에서도 시민사회의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른 일인만큼 좀 더 적극적인 지역신문의 역할이 아쉽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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