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상식을 찾아 나서며

언론의 입에서 재갈을 빼내야

검토 완료

김주환(haejiggy)등록 2001.07.13 15:11
한마디로 말해 나라가 나라가 아니다. 법이 법이 아니다. 사회정의가 실종되었을 때는 입 한번 뻥긋하지 않던 의사협회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생명까지도 담보로 하는 투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전 국토가 묘지화되고 있는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가진 자들은 온갖 불법을 저질러가면서 묘지 터를 더욱 늘려가고 있는가 하면, 넘치는 화장장을 당장 해결해야하는데도 자기 지역만큼은 안된다고 자치단체장까지 머리띠를 두르는 세상이다.

이 사회에 넘치는 집단 이기주의적 민원은 합법적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는다. 오로지 내게 득이냐 실이냐에 죽고 살기로 나서고 있다. 생존권이라는 미명아래 온갖 불법이 난무하고,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아래 온갖 부조리가 횡행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도덕적으로 가장 투명해야할 자들이 가장 부패되어 있다는 것이다.

흔히 정치인과 공무원을 그 사회의 부정부패의 대명사로 알고 있으나, 이는 사회의 부조리가 관료의 부조리를 조장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가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것 중에 특히 놀라운 것은 이러한 사회적 부패를 비판하고 감시하며 정화시켜야 할 집단이 가장 부패하였다는 것이다. 작금의 국세청 세무조사결과 드러난 언론사의 부패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나라가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의 증명은 언론사가 부패하였다는데 그지지 않고 있다. 썩어 드러난 부패에 대한 부끄러움과 참회없이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언론 탄압이라고 맞서고 있는 국면이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야당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적 의도가 없는 행정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설사 그 의도가 내년 대선을 겨냥한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법 아래 이루어진 세무조사 결과 언론의 부패가 드러났다면 공당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옳은가. 언론사의 세무조사는 언론탄압이므로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인가.

야당과 일부 국민들 중에는 정부가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견 타당한 측면이 없지 않다. 부패한 언론의 비판은 이미 그 정당성을 상실하였기에 진정 제정신을 가진 언론이라면 할 말을 못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들에게 재갈이 물려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부패한 언론이 금번 부패에 대한 참회를 하고 투명하고 깨끗한 언론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면 그들의 비판은 더욱 확고한 정당성으로 자리매김할 게 아닌가. 양심에 털난 입에 물린 재갈이 저절로 빠질 뿐만 아니라, 그 가시 같은 털마져 없어질 것이 아닌가.

나라를 나라이게 해야한다. 법을 법이게 해야 한다. 천년만년 살 것 같은 생각을 버리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득권은 왜 존재하는가. 그것은 기득권 담 밖에 있는 비기득권(소외)의 계층이 있기 때문이다. 소외의 계층이 소란하면 기득권은 무너진다. 그러면 누가 비기득권의 계층을 소란하게 하는가. 바로 그대들, 부패한 기득권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 가진 자가 깨끗하고 가진 자의 담이 낮고, 가진 자가 사회의 고통을 감당하려 할 때 가진 자의 정당성마저 확보되며, 비로소 나라를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