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60대 할아버지의 국토 순례

지역 감정 타파와 월드컵 성공 개최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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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선(yousun)등록 2001.02.14 12:05
얼마 전부터 국토 순례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참가 인원도 개인에서부터 1백여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에 이르고, 목적도 우리 국토 다시 보기를 비롯해 조선일보 타도와 지역 감정 해소 등 다양하다. 올해도 1월 1일부터 11일까지 광주에서 부산까지 동서화합을 위한 바느질 걸음이라는 국토 순례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한 60대 할아버지가 홀로 국토 순례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본 기사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2월 10일) 내용을 재구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지역 감정 타파와 월드컵 성공 개최'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7일 국회 의사당을 출발한 곽만춘(경기도 광명시)씨. 그는 올해로 64세의 고령이며 청각 장애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약 한달 반 예정의 국토 순례를 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해 온 그는 평소에도 지역 감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고 마음 아파해 왔다.

자신도 넉넉하지 않는 형편임에도 그는 수시로 재활용품을 모아서 그것을 팔아 장애인 성금으로 기탁하는 따뜻한 마음과 나눔의 정신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2달 전 정년 퇴직을 해서 현재는 재취업을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국토 순례를 시작한 그는 뇌성 마비인 아들이 있고 자신이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어려움 형편임에도 단호히 이 일을 시작했다. 이러하기에 그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고 숭고하게 여겨진다.

그는 서울을 출발해서 목포를 거쳐 부산까지 간 다음 동해를 해서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을 할 예정이다. 그는 '지역 감정 분쇄하고 국민 통합 이룩하자'와 '월드컵 성공개최와 16강 진출'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으며 등에 진 배낭에는 깃발도 달려 있다.

또한 그는 일체의 후원금도 없이 출발했으며 숙식에 대해서도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 나라와 동포를 위해서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그 험난한 길을 나선 것이다.

현재(10일) 그는 공주를 향해서 걸어가고 있으며 발에 물집이 잡혀서 고생을 하고 있다. 다행히 기독교 신자인 관계로 가는 곳곳에 있는 교회에서 머물고 있는데 너무나 잘 대해 주고 있으며 식사도 잘 하고 있다.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지나가는 차량들이 겨우 그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보고 지나가고 있는 형편이다.

그의 모습에서 구도자의 삶이 느껴지는 것을 왜일까? 깨달음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먼 구도의 길을 가는 구도자. 곽만춘씨는 자신의 깨달음이 아닌 우리 모두가 모른 척하고 지나가고 있는 것을 대신 깨닫게 해 주고자 길을 떠난 진정한 구도자가 아닌가 싶다.

부디 그가 자신의 바램대로 무사히 국토 순례를 마치고 최종 종착지인 국회 의사당에서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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