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칙한 민원행정의 극치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

- 용인시 학일리 장경사 인근 송전탑 건설계획에 따라 피해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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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pungwuna)등록 2000.10.18 14:30
- 산업자원부 및 한국전력의 장경사 인근 송전선로 계획 배경과 문제점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 산하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서는 서울 남부지역 및 수도권 신도시의 전력공급 목적에 따라 "345KV 신안성-신용인 송전선로 건설사업"(이하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 사업은 '전원개발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 한전이 산자부에 신청하여 1996년 11월 29일 승인된 사업이다. 문제는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최초의 노선결정이 인근 지역주민에 대한 공청회나 인근 조계종 사찰인 장경사(주지 정휴 스님)의 의견수렴 과정 없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최초의 노선이 국가시설인 극동기상연구소 인근을 지나감에 따라 업무상 방해가 된다는 요청으로 안성시 관할 천주교 미리내 성지
쪽에 두 번째 노선으로 변경되었을 당시에도 인근 지역주민들에게는 단 한번도 사업계획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이렇게 지지부지 사업이 지연되다 두 번째 노선이 안성시와 천주교 미리내 성지(100만 서명운동 등 대중을 동원한 반대운동 전개)쪽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한전은 극동기상연구소(쌍령산 정상이던 최초의 노선을 쌍령산 정상 공제선 이하로 송전선로를 구성토록 시정통보)와 미리내 성지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수준에서 인근 사찰인 장경사쪽으로 휘어지는 세 번째 노선으로 변경하였고 이 노선계획의 변경승인요청을 2000년 7월 11일 산자부에 제출하였다. 이때 사업사실과 노선변경에 대해 알게된 장경사 주지 정휴 스님이 한전을 방문했을 때 한
전에서 취한 조치는 "노선변경은 극비사항인데 어떻게 알았느냐? 나중에 결정되면 말하려고 했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이것은 국익을 위한다는 명목이라지만 해당 지역주민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 채 진행된 한전측의 음모적인 행정을 취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며 현재는 정황상 노선 변경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니 이해하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 한전이 말하는 장경사 노선의 정황은?
우선 두 번째 노선의 경유지였던 안성시의 반대의견을 보면 다음과 같다.
본 사업지역은 경관이 수렴하여 차츰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추세로 미산리 산골 주민들도 관광객을 상대로 농작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고압선은 방문객과 주민들에게 생명의 위험을 주는 요소이고 사회적으로 문제화되고 있는 전자파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하였다.
또한 천주교 미리내 성지는 카톨릭 신자들의 순례지로서 "성지 분위기를 크게 저해"한다는 이유로 카톨릭과 신도연합측에서 반대하고 있고 향후 민원의 소지가 많으므로 두 번째 노선을 반대한다고 반대민원을 제기하였다.


- 한전이 말하는 정황속에 나타나는 종교편향
그렇다면 한전(담당 송전부 권혁기)은 쌍령산을 사이에 두고 좌우측에 있는 안성시와 용인시의 정황을 어떻게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는지 의아심이 들 수밖에 없다.
안성시 미리내 성지쪽으로의 두 번째 노선은 미리내 성지와 600미터 거리를 두고 22개의 송전탑이 건설될 예정이었다. 이 노선이 성지 분위기를 크게 저해 한다는 천주교측의 민원을 한전은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300미터 거리에 21개의 송전탑을 건설하는 용인시쪽 세 번째 노선에 대해 장경사의 사찰수행환경 훼손의 민원은 왜 묵살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미리내 성지와 같은 산능선을 사이에 두고 있는 장경사에서 볼 때 산세와 주변 한경을 중요시하는 사찰의 특성상 산과 더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전은 거리상 더 협소한 장경사
쪽으로 노선을 변경하여 대웅전의 바로 인근 가파른 산중턱에 90미터 가량의 송전철탑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 중부사업소의 본 송전선로사업의 담당인 권혁기씨와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나타난 한전의 입장은 한마디로 "극동기상연구소와 천주교 미리내성지측의 민원은 받아들였지만, 조계종의 민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 "조계종에서 민원을 제기한다 하더라고 한전의 공식입장은 장경사 노선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한전의 입장은 같은 산 능선을 끼고있는 용인시쪽 원삼면은 경관이 수려하지 않아서 산림이 훼손되어도 된다는 것이요, 원삼면 주민들은 고압선의 위험과 전자파의 피해속에 노출되어도 된다는 것이요, 스님들의 청정한 수행도량인 장경사의 수행환경은 파괴되어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 산사태가 일어나는 지역에 송전탑을?
현재 문제의 세 번째 노선은 90미터 가량의 송전탑이 정확히 쌍령산 정상을 공제선으로 하여 장경사쪽의 산능선 중턱으로 200미터 가량 내려왔다. 장경사 주지스님은 90미터 높이의 송전탑이 대웅전 주변에 우뚝 설 모습에 잠도 못 이루고 있다. 지역 주민도 마찬가지다.
변경승인 요청된 노선의 쌍령산은 원삼면의 학일마을 뒷산으로 집중호우시 산사태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으로 1991년 1명의 지역주민이 사망한 이후 매년 산사태가 일어나고 올해도 무너진 지역이며, 작년 수해당시에도 산사태가 일어나 흙더미가 장경사 요사채까지 내려와 피해를 본 지역이다. 만일 송전탑 건설로 인한 산림 훼손시 피해재발이 더욱 우려되는 지역인데 한전은 소잃고 또 외양간 고칠격으로 국가예산을 낭비하려 하고 있다.
또한 쌍령산 일대는 해주오씨 종중의 임야로 약 10년 전에 건설업체와 보증금 10억원에 1억원씩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어 지상권이 설정된 지역으로 송전탑 설치시 임대목적의 침해와 재산상 손해가 발생될 것이 분명하며, 대단위 소유필지를 보유한 일산실업의 개발계획과도 부딪혀 행정상의 민원제기가 명확한 지역이다.
더불어 조계종 소속 사찰이며 고려시대 창건이후로 이 지역의 전통적인 사찰로 존재하는 장경사(창건 당시 쌍운암)에서는 최근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설 초안을 저술한 백운경한대사가 고려시대에 창건한 쌍운암 절터를 확인하였고, 그 절에 보관되었던 목판이 발견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과 발굴 작업이 계획되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송전탑 건설시 쌍운암 절터와 같은 민족의 문화재 훼손과 스님들의 청정한 수행도량으로서의 장경사 피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송전탑은 세월이 흐르면 지역의 흉물로 남겠지만 사찰은 지역과 산과 강과 주민과 함께 영원히 존재함을 한전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과연 조계종의 민원제기는 지역이기주의인가?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한전은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들만의 잣대로 노선계획을 변경하였다. 최근 한전은 조계종에서 산자부에 보낸 "송전선로 변경요청" 공문에 대한 회신을 통해 마치 조계종의 민원제기를 지역이기주의 또는 님비현상으로 치부하고 있다.
과연 지난 두 번의 송전선로변경 당시 안성시 주민과 미리내 성지측의 집단 행동 및 100만인 서명운동에 의해 노선계획을 변경한 한전이 무슨 근거로 조계종 총무원장스님 앞으로 지역이기주의(님비현상)에 의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공문을 스스럼없이 보낼 수 있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 결국 불자들이 나서서 풀 수밖에 없는 장경사 인근 송전선로 계획
본 송전선로 노선계획과 관련된 사건은 현재 산자부의 전력산업과(담당 정기훈)에서 해당지자체(용인시)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관련부처의 협의와 의결과정을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용인시에서는 장경사 인근의 송전선로 계획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산자부에 피력한 적이 있다.


- 국민의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는 한전과 산자부
이렇듯 지역자치단체의 반대의견과 지역주민, 지역 사찰의 반대의견이 분명함에도 한전은 장경사 송전선로 노선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얼마전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이는 전 국민적으로, 민족적으로 크게 축하해야할 일이지만, 이번 송전선로 노선계획과 관련된 해당지역의 민원제기에 대한 편향적 처리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채 진행되는 국가사업의 모습은 오히려 지역간 대화를 통화 조화와 국민통합이 아니라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 장경사 송선선로 문제, 이제 불교가 나서야 한다.
장경사 송전선로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불교가 힘있게 나서야 한다. 일개사찰의 환경분쟁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범불교적인 차원에서 전통사찰의 수행환경을 파괴하고, 지역주민의 안전을 소홀히 여기는 산자부 및 한전에 강력한 항의를 해야 할 것이며, 더불어 장경사의 본사인 용주사에서도 산자부 및 한전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산자부 및 한전의 결정을 엄중히 지켜 볼 것이다.
극동기상연구소와 천주교의 민원을 받아들인 산자부 및 한전이 불교계의 민원과 반대의견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주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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