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 보고서] 동북아 안보와 향후 미군의 역할(?)

미국은 언제까지 세계 경찰국가 노릇을 하려는가?

검토 완료

박영기(onekorea)등록 2000.08.04 16:15
다음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거론되고 있는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의 철수 문제 등 동북아 국제 정세 변화와 관련, 미 외교정책의 보수적 입장을 대변하는 헤리티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소장 랠리 워첼(Larry M. Wortzel) 박사가 최근 발표한 정책보고서 가운데 주요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동북아 안보와 향후 미군의 역할(Planning for the Future: The Role of U.S. Forces in Northeast Asian Security)'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워첼은, "동북아 미군 철수는 미 국익은 물론 지역 안보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동북아 미군의 장기 주둔을 역설하고 있다

동북아 안보와 향후 미군의 역할
(Planning for the Future:
The Role of U.S. Forces in Northeast Asian Security)


동북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정치 환경이 크게 변했다.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다당제 민주주의는 미국이 동맹국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게 만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규모와 주둔 기간에 대해 점점 더 의문을 갖는 유권자들을 상대하게 된 것이다.

지난 6월 중순의 남북 정상회담은 주한미군의 주둔군 지위협정 협상을 앞두고 한반도에서 미군 철수의 목소리를 높이게 만들었다. 주일미군에 대한 대중의 지지 역시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두 동맹국에서 미군을 철수하게 되면 아시아의 안보 전망은 크게 바뀔 것이며, 잠재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클린턴 행정부는, 아시아 주둔 미군이 현안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문제에 대처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미국은 동맹국들과 이 지역의 효과적인 안보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협조를 하지 않았다. 이 지역의 안보 구조는 언제 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중요한 이 지역을 오랫동안 보호해 왔던 것이다.

이제 미국은 한일 양 정치 지도자들과 긴밀한 협의를 해야 한다. 미군 주둔이 왜 여전히 바람직하고 필요한지 그 이유를 양국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고 동맹국들의 주권과 독립을 지지하기 위한, 대민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의 국익과 동북아시아의 변화

거의 지난 한 세기 내내 전쟁에 시달렸던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이 가지는 중요한 안보이익은 이 지역의 안정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이 지역의 미군의 존재는 안보 조종을 위한 접착제 역할을 해왔다. 동맹국들을 보호하는 한편, 역사적으로 적대국이었거나 경쟁 관계에 있었던 국가들의 군비 경쟁을 막는 데 일조한 것이다.

동시에 이 지역에서 미군의 존재는 균형을 잡아주는 선의의 힘(benign ounterbalance)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최근의 전쟁 경험으로 불신을 키워왔다. 미군의 존재가 지역 국가간의 이 상호 불신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영토를 차지하려는 의도 없이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미일 한미의 양자 관계는 일본과 한국의 군사, 정치, 경제적 이익을 확실하게 보호해준다. 미국은 주일 미군과 함께 일본에 핵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로써 일본은 평화 헌법을 유지할 수 있고, 공세적인 군대로 발전시키지 않아도 되며, 핵무기 시대에 핵무장을 하지 않고서도 안전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미군의 전투력과 장비가 존재하기에 한국에서 민주주의와 경제가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남북한 정상회담이 보여준 것처럼 동북아 국가들에서는 공식 견해와 여론 사이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 미국이 평양에 경제적인 보상을 해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그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만일 북한이 단지 말로만 약속을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과 정책을 변화시킬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 지역 주둔 미군의 성격을 바꾸려는 대중의 압력이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워싱턴과 서울, 도쿄의 관리들은 이런 요구에 대응할 때 미래를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유럽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구성원들이 소련 붕괴와 독일 통일 이후에도 지속적인 미군 주둔을 환영하고 있다. 상호 불안감과 의혹, 군비 경쟁을 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동북아에서도 미군의 전진 배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이 스스로를 고립시켜 아시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든, 동맹국들의 철수 요구를 받아들여 미군을 철수시키든, 미군 철수라는 결론은 이 지역의 안정과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 모두에 재앙이 될 것이다.

아시아에서의 강력한 미군의 존재는 경제적 전략적 안정을 위한 조건을 창출해내고 있다. 이 지역에서 미국이 존재하지 않게 되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 구상에서 커다란 전략적 공백이 야기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심각한 군비 경쟁을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 항공로와 해로권 장악을 위한 서태평양의 경쟁, 심지어 핵무장 경쟁까지 불러일으킬 것이다. 결국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 육해공군이 사라진다면 이 지역의 전쟁 억제력과 안전 보장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세력 균형의 유지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은 2차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점령했을 때 이루어진 것이다. 한국전은 냉전의 첫 전쟁이었으며, 세력 균형을 강화시켰을 뿐이다. 중국의 후원을 받은 공산주의 북한의 위협은 미군 주둔을 정당화시켰다. 냉전 종식 이후 중국과 북한은 민주주의를 강력하게 거부했으며, 대신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확산시켰다.

6월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관계는 큰 진전을 이뤄, 대북 봉쇄정책은 시장을 통한 관여로 바꾸었다. 정상회담 일주일 후 미국은 수십 년을 끌어온 경제 제재를 풀면서, 상품, 원료, 금융 거래에 대한 제한을 해제했다. 만일 북한이 세계 무역 체제에 들어와 융화가 되고 그것이 통일로 이어진다면, 남북한 사이의 안보 관계가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며, 여론 또한 급변할 것이다.

최근의 남북 정상회담 결과 대두된 낙관론은 아시아에 주둔해 있는 10만 명 미군의 궁극적인 철수를 강조하고 있으며, 우선적으로 한국의 비무장지대에 있는 3만7천 명의 주한미군부터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되려면 남북한이나 중국-타이완 간의 문제 등 해묵은 논쟁거리를 먼저 성공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또한 일이 일단 해결된 후에는 분쟁이 절대 재발하지 않는다는 것도 가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맞춰 주둔 미군의 성격을 재평가하는 것이 좀더 신중한 정책 결정의 자세일 것이다.

안보군을 재구성하는 작업은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책임과 지역 내 강대국으로서의 책임을 신중하게 고려해 진척시켜야 한다. 따라서 미군의 병력 규모와 역할에 대한 재검토는 동맹국들과 상의를 해서 가까운 시일 안에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검토 작업은 주둔 미군의 목적과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중국처럼 안보 구조의 재구성을 희망하면서 주둔 미군을 반대하는 국가들은 상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미군의 구조와 배치 변화에 포함시켜야 할 것 중의 하나는 점점 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비전투 작전 수행 능력에 대한 재고이다. 주둔 미군은 주둔국의 국민들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동맹국과의 전통적인 훈련과 다른 형태의 군사 접촉은 물론, 재난 구조 임무와 비전투 대피 작전(유사시 미국인과 동맹국 국민의 소개), 지뢰 제거, 질서 유지, 잘 기획된 마무리 전략(exit strategy)을 전제로 한 단기간의 평화유지 활동, 밀수 및 마약 거래에 대한 대처 등이 포함될 것이다.

미군 재구성을 위한 좀더 특별한 조치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전략적으로 전진 배치된 기지의 지상군과 함께 전통적인 전쟁 기동 연습을 수행하기 위한 미군의 전투 능력 제고(최소한 미 육군의 1개 전투 여단과 일부 해병대 원정군 필요)

적국의 비행기나 미사일 공격 방어를 포함해, 이 병력의 공중 해상 우송을 원활히 하기 위한 재정 확보

분쟁 잠재 지역에 대한 제공권 확보와 해상 교통로 통제 능력을 갖춘 해군 확충

잠재적 재난 구호 임무를 포함해, 모든 형태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육군의 1개 공병 여단, 1개 의무 여단, 헌병, 정보전 확충

첩보 수집 강령 및 분석 기관, 1개 군 첩보 여단을 포함한 첩보 지원 확보

지역 내의 주요 지휘 통제본부의 지속적인 가동

이 정도 수준의 병력 확보를 검토해서 워싱턴과 국방부를 설득해야 하며, 이제부터 아시아의 군사 문제는 병력 숫자 놀음이 아닌 전략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 말은 미국이 신뢰할 만하고 균형잡힌, 우발사고에 대비한 육해공군 병력을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미군은 어떤 구조를 가지든 기동력이 있어야 하며, 위기시에 즉각 출동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지역에서든 정치 경제 문화적 환경 변화 때문에 야기되는 모든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워싱턴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장기간 주둔을 목표로 삼아야 하며, 미국의 대일 대한 관계를 강화시키는 지도력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기존의 안보 합의는, 더 확실한 정치 협력과 외교적 교환 방문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서울과 도쿄의 국회의원들은 자국의 주둔 미군을 더 강화시키고 장기간 주둔시키기 위해 상호 협력할 미 의회의 의원들을 찾고 있다. 의회는 같은 뜻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제휴하기 위해 이런 교섭 제의를 잘 활용해야 한다.

워싱턴은 중국에서 얻어내는 경제적 국제정치적 이득과, 남한이나 일본 같은 진정한 동맹과 동반자 관계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남한이나 일본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칙을 우리와 공유하고 있고 이를 지지하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은 미군의 동북아 주둔은 미군이 보호하고 있는 해당국 국민들의 동의하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늘 인식하면서, 미국이 취하는 군사 행동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결론

아시아에서 세력의 균형을 유지하고,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안보 구조의 주축 역할을 하며, 안정적인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도력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동맹국들이 요구하는 나름의 안보와 우리가 원하는 안보는 균형이 맞아야 한다. 전통적인 전쟁의 필요성이 전략 환경의 변화에 따른 예방적 방어력과 균형이 맞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요구에 부응할 때만이 동북아에서의 미국이 국익이 보호될 수 있으며, 미국의 양자 관계는 더욱 강화된 지역 안보와 협력의 정신, 보다 더 진전된 민주주의에 의해 지지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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