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절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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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triana)등록 2000.07.08 08:53
1997년 1월 16일자 "한겨레21"에 실린 특집기사 제목이다.

그 특집기사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총체적으로 망가진 사회... 21세기를 향해 다시 세우자.

한국은 21세기초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는가? 오늘의 한국은 그 원대한 목표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그러나 이런 질문 앞에 낙관적일 수 있는 근거들이 힘을 잃고 있다. 당면한 경제불황은 그것이 일시적 침체라기보다는 구조적 허약성에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더욱이 정치는 여전히 비전과 전망을 보여주지 못한 채 구태의연한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은 낡은 입시교육의 틀 속에 맴돌고, 계층, 지역간의 갈등, 집단 이기주의, 부정부패, 권력형 부조리 등 국가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병폐들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한국에게 미래는 없을지 모른다. 새해 벽두부터 도처에서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인가? 일종의 '위기 신드롬'이 한국 사회 전반을 침울하게 휩싸고 있는 이때, <한겨레 21>은 국가적 리더십에서 정치 경제 외교 통일 환경 등 사회 주요 부문에 걸쳐 한국이 처한 위기의 본질을 되짚어 보는 대특집을 마련한다.

대한민국이란 세계 속의 한 작은 민족 공동체가 격동의 변혁기 속에서 어떻게 존립하고 나아가 선진문화 국가로 발돋움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가? 이런 위대한 꿈에 동의한다면 한국의 현재 모습을 독자들도 함께 고민해 주길 바란다.

1. 철학이 없는 나라
한국의 미래는 비관적이다. 토론과 설득 대신 날치기가 설치는 나라. 그것은 국가경영 철학과 비젼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2. 대선에 희망은 있는가?
비젼은 없고 욕망만 남은 정권쟁탈의 싸움판. 정치인들은 거짓말만 남발한다. 97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은 유쾌할 수 없다.

3. 기술없는 재벌경제의 종말
3저 호황과 반도체 호황에 가려있던 한국경제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기술이 없는 나라. 그러나 재벌경제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4. 미국으로부터 독립하라
우리에게 독립외교란 없다. 대부분의 외교적 결정은 미국에 의존해 이뤄진다. 동북아시아 외교전쟁에서 백전백패가 뻔하다.

5. 통일을 하려는 것인가?
북한을 대화창구로 유인할 지혜로운 정책은 없는가? 정치적 줄타기만 남아 있다. 동포는 있되 동포정책은 없다. 오히려 적으로 만들고 있다.

6. 학교는 죽었다.
제도교육은 죽었다. 새싹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은 교육현장에서 짓밟힌다. 창조력 죽이기 사회적 질곡을 언제까지 놔둘 것인가?

7. 아, 끔찍한 환경대재앙!
숨쉬기조차 불안한 세상이 온다. '개발과 성장'의 탐욕속에 이 땅의 생명이 죽어간다. 삶의 터전의 파산을 알리는 불길한 징후가 계속되고 있다.

그 특집기사의 요지다. 3년이 지나 21세기로 접어든 지금 변한 것이 있는가? 정치권과 기득권들에게 철학과 비젼이 있는가? 기술없는 재벌경제는 가고 기술력에 승부를 거는 벤쳐기업이 승리하였는가? 미국으로부터는 독립되었는가? 햇볕정책은 정말 실효를 거둔걸까? 아직도 여전히 창의력과 상상력을 말살하고 있는 제도교육은? 제대로된 환경정책은 있는가?

아직도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더더욱 절망스럽다. 더더욱 절망스러운 이유중의 하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한겨레마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현재 정치가 정말 잘되고 있어서 그러는 것일까? 위기의식을 느낄땐 바로잡을 수 있다. 그나마 지금은 그런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난 더더욱 대한민국이 절망스럽게 보인다.

* 위로 갈수록 애국심이 옅어지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요즘도 좀 더 정당한 대접을 받고자 하는 직원들을 공권력으로 짓밟는 재벌들이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친놈이라고 할지 몰라도 IMF 초기에 난 한돈의 금반지를 갖다 내면서 우리나라는 잘될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노예근성에 침을 뱉어주고 싶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희망이 아니라 때론 분노일 수도 있다.

오히려 그 분노속에 삶에 대한 진지한 애정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언제까지 기득권들이 망쳐놓은 나라를 국민 들이 피땀을 흘려서 바로잡아 놓아야 하나? 그리고 그 기득권은 철저히 유지되겠지. 수많은 죽음들을 조롱하면서.

IMF 때 문에 자살하는 수많은 가장들, 아이들,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 심지어 일가족들이 자살하기도 했다.그들이 게을러서일까? 이 나라가 그들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의 나라이기 때문에 할 것은 하더라도 가슴 속의 분노만은 남겨 두어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철저히 응징해줘야 한다. 매스컴에서는 거품을 빼자느니 어쩌니 하면서 국민들에 대해 질책하고 충고했었다. 하지만 말이다. 과소비와 도피유학, 고액과외 같은 것이 극소수 부유층이 문제이지. 서민들의 문제는 아니었다. 왜 일부의 잘못을 국민 모두의 잘못이라고 몰아부치는 걸까?

국민소득이 높아지 는 만큼 생활수준이 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왜 그런것까지 과소비로 몰아붙여 모든 국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걸까? 자살하는 서민들이 과연 과소비할 만큼의 돈이라고 있었을까?

평생 김밥을 말아 모은 재산을 장학금으로 환원하는 할머니는 있어도, 자기 재산을 선뜻 내놓는 졸부, 재벌들은 본적이 없다.어떻게든 상속세를 줄여보 려고 노력을 했으면 했지.

맞아 죽을 각오로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솔직히 일본 사람한테 이런 충고 받는거 달갑진 않다. 게다가 그 인간의 진의도 의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얘기들이 사실인데 어쩌랴)

"IMF 위기를 맞아 온 국민이 금을 모으고 달러를 모을 때에도 외화 밀반출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일부 기업인은 입만 열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외치면서 뒤로는 경치 좋은 외국 땅에 호화별장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회사는 부도 직전이라고 연일 신문에 오르내리던 모 그룹 회장이라는 사람이 외국에 출장을 가면 특급 호텔 한층을 모조리 빌리는 것도 모자라 헬기까지 동원해서 골프 치러 간다며 난리를 피운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애국심을 발견할 수 있겠는가? 과장이라고 생각하겠 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내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까 하는 말 이다. 명예훼손 문제만 아니라면 이름을 밝힐 수도 있다. ..... 사회 지도층으로 갈수록 더욱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애국심이 점점 옅어지는 상황이 계속되면 머지 않아 국민조차 애국심을 길러야 할 필요성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길거리로 몰아내고 재벌들은 저 짓거리를 하고 있다. 아직 전직 대통령들의 재산은 환수하 지도 못하면서 안그래도 숨막히는 서민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제발 우리도 뼈를 깎는 노력은 아니더라도 그래두 노력하고 있다는 걸 좀보여줘라. 남의 팔목을 자를땐 자기 손가락을 자르는 시늉이라도 좀 해봐라. 아직도 구조조정을 해야한다며 가장들을 거리로 내모는 재벌 총수들의 퇴직금이 수백억이다.

정태춘의 노래가 생각난다. 아! 대한민국 저들의 공화국.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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