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공권력 투입', 한겨레 대 조선, 보도 스케치

'진압'과 '충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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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원(dreamsun)등록 2000.06.30 19:10
'진압'과 '충돌'. 지난 29일 새벽, 롯데호텔 공권력 투입을 묘사한 두 신문의 논조를 읽을 수 있는 핵심 단어입니다. '진압'과 '충돌'이라는 두 단어는 두 신문의 보도 경향에 큰 차이를 빚어냈습니다.

먼저 '충돌'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춘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6월30일자 신문에 이와 관련해 두 건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조선일보는 롯데호텔의 파업을 의사들의 집단폐업 이후 잇따르고 있는, 공공이익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충돌'이라는 말을 '격렬'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제목으로 뽑을 수 있었지요. 이해관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특별한 배경 설명을 붙이지 않아, 독자들은 사전지식이 없는 한 그저그런 진부한 다툼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해관계 다툼에 관한한 쉽게 양비론적 입장으로 접근하고 보는 우리 사회의 '관행'을 조선일보는 충실히 따르고 있고, 독자는 이에 대해 웬만해선 별 다른 문제의식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의사들의 폐업 때문에 그런 종류의 보도에 감각이 무딜대로 무디어져 있지 않습니까.

자연스럽게 조선일보는 (조선일보가 보기에) 유일한 피해자로 보이는 마침 롯데호텔에 투숙해 있던 외국인들의 반응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조선일보는 그들의 입을 통해, 사건의 세 당사자인 노.사.정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다음은 '진압'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춘 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은 6월30일자 신문에 사설을 포함해 세 건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한겨레신문은 한 사업장에서 1천여명이나 되는 노조원들이 한꺼번에 연행된 '의외성'에 주목하고, 이를 의사들의 폐업 때문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권위를 만회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와 연속선상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진압'이라는 말을 '강경'이나 '강제', '마구잡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쓸 수가 있었지요. 한겨레신문은 20일 동안 파업을 벌여온 롯데호텔 노조의 파업 배경을 설명하는 한편으로, 노조가 정상회담 기간 중에는 집단행동을 자제했었다는 노조의 '유연함'을 은근히 부각시켰습니다. 의사들이 폐업 중에 보인 '경직성'과 은근히 비교되는 부분이지요.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의사들의 폐업과 롯데호텔 노조의 파업을 파급력이나 불법성의 잣대로 견주어, 공권력 행사가 적절했는지, 형평성에 어긋남이 있는 것은 아닌지를 따졌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겨레신문은 공권력 투입이 적절하지 않다는 혐의가 짙고, 형평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롯데호텔 공권력 투입을 단순히 이해관계의 문제만으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이 점은, 공권력 투입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을 인용한 양상에서도 나타났는데, 민주노총의 것만을 인용한 조선일보와 달리, 한겨레신문은 노동계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까지 아울렀습니다.

한겨레신문은 진압과정에서의 공권력의 과잉과 노조의 수난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다음은 한겨레신문에서 인용한 것으로 당시의 정황묘사입니다.

인용 1. <특히, 경찰은 농성 노동자들을 해산시킨 뒤 연행과정에서도 노조원들을 마구 때려 노조원 김재수(37)씨가 머리에 상처를 입는 등 곳곳에서 노조원들이 다쳤다. 또 경찰은 강제진압 소긱을 듣고 현장에 온 롯데호텔 노조원과 민주노총 관계자들마저 폭행을 당하며 연행했다.>

인용 2. <새벽 4시40분께 임신중인 부인 이아무개(29)씨의 전화를 받고 급히 현장으로 달려왔다는 최아무개(32 서울 용산구 보광동)씨는 경찰의 강경대응에 항의하다 연행되기도 했다. … 특히 노조원들에게 오리걸음을 걷도록 한 뒤 고개를 들면 무차별적으로 구타하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어느 신문이 더 설득력을 가지느냐, 그 판단 여부를 떠나, 연행과정에서 나타난 이런 식의 과잉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조선일보의 무관심을 지적하며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목적은 수단의 부당함을 결코 합리화시킬 수 없는 것이지요.

참고 : 분석 기사 목록

한겨레신문(6월30일자)

-법집행에 형평성 있어야 한다/4면.사설
-롯데호텔 파업 강제진압/경찰 마구잡이 연행…노조원 70여명 부상/"의사에 뺨맞고 노동자에 분풀이" 비난여론/19면.이재성 정인환 기자
-"임신부10여명 연막탄에 고통"/여성조합원들 비명…연행중 무차별 구타도/19면.정인환 기자

조선일보(6월30일자)

-노동계 대정부투쟁 선언/롯데파업 강제진압 반발/민노총.한국노총 파업결의/30면.김동섭 기자
-로비 점거한 파업/노.경 격렬 충돌/사과도 없는 호텔/손님 배려는 없었다/롯데호텔 파업.진압… 외국인들 분통/새벽 폭음.연기에 "폭동났나" 공포 떨어/농성하며 호텔안에서 불고기 굽기도/31면.장일현 신동흔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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