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학교 다니지 말 것이지...

- 건국대 학생들, 등록금 인상 건으로 총장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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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sinichi5)등록 2000.03.11 10:53
실로 충격적인 말이었다.
건국대학교 맹원재 총장이 학생대표와의 대화 말미에 다소 얼굴을 붉히며 던진 말이었다. 총학생회장과 단과대학 학생회장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에선 이 사실을 가능한 한 빨리 학우들에게 알리고 동시에 총장실 앞 천막농성까지 논의 중이다. 한마디로 열 받은 것이다.

매년 첫 학기가 개강하면 통과의례처럼 시작되는 것이 등록금 투쟁이다. 이는 실질 물가인상과 비교해봐도 턱없이 오르는 인상폭과 학교 재정의 대부분을 학생의 납입금으로 해결하려는 빗나간 대학측의 태도, 그리고 대학교육의 공공성 문제와 맞물리어 정부의 교육정책의 비판을 축으로 진행된다. 덧붙여 대학재정운용의 투명성 시비가 더해져 학내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건국대 총학생회는 오늘 3월 10일을 '등록금 인상 저지를 위한 일만 이천 대동의 날'로 선포하고 오후 1시 민주광장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최근에 가졌던 집회 가운데 비교적 많은 약 2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하였다. 본집회 시작 전 이 대학 풍물패들이 집회의 흥을 돋았고, 그간 투쟁경과 보고와 새내기들에게 등록금 투쟁의 당위를 알리는 학생회장들의 발언이 있었다.

역시 압권은 학생회장단과 총장과의 대화.
총장실 앞에서 학생들을 말리는 실랑이가 10분 정도 있었다. 특히 학생처장은 엄연히 학생들의 직접선거로 뽑힌 학생대표에게 반말을 심하게 해 그 직위가 의심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가까스로 총장과의 대화가 시작되고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시작됐다. 학생대표들의 주장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현재의 안인 12.8%인상은 학생들과 충분한 협의가 되지 않고 결정된 것이다, 우린 이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턱없이 오른 등록금때문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등록금 분할납부를 실시할 의향은 없나?
▶왜 학교는 학교발전에 드는 비용을 학생들에만 전가하는가, 진짜 학교의 삼 주체가 고통분담하자!

이에 맹원재 건국대 총장은 '자신은 미국유학 시절 접시닦이해서 등록금을 댔다면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등록금을 납부해야 한다. 등록금 분할 납부건은 이것을 시행했을 때 약속을 안 지키는 학생이 있으면 어떻할거냐, 학생회가 책임질거냐고 반문하고 요즘 학생대출을 저리에 해주는 은행이 많으니 그쪽으로 알아봐 달라고 답했다.

이에 격분한 농대 학생회장이 "등록금이 너무 올라 학교를 휴학하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정말 총장님의 말씀대로라면 등록금이 삼사백 올라도 학생들은 조용히 학교 다녀야 하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맹원재 건국대 총장은 이에 "당연하다. 대한민국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 아니냐! 돈 없으면 학교 다니지 마라"고 답했다.

단순히 등록금 인상폭을 얼마로 조종할 것인가의 문제를 떠나 학생들은 분노하고 있다.

"총장님은 발언은 우리들의 시각과 시작부터가 어긋나 있습니다. 교육의 공익적인 측면을 아예 무시한 말이죠. 대학이 돈버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대학당국은 세금감면 혜택을 받습니까?"

건국대 박범진 부총학생회장의 말이다. 중앙운영위회의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 총장님의 생각을 확인한 이상 학생회장단들은 투쟁의 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천막농성부터 시작하여 학우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총장실 점거까지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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