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수'는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거제 야생동물보호센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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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wjt21)등록 2000.02.21 18:43
거제환경연합 사무실에는 '동물 상근자' 한 마리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330호 7개월생 수컷 수달. 이름은 '달수'. 달수는 '애완동물'처럼 갖은 재롱을 다 부린다. 밥달라고 팔에 매달리기, 뒹굴기, 가끔은 책상위 서류 어지럽히기, 방문하는 사람에게마다 쪼르르 달려가 바지가랑이에 얼굴 부비며 손님 맞기까지. 칭얼대다가는 수건 한 귀퉁이를 물고 젖꼭지를 빨 듯이 잠이드는 모습은 꼭 아기같기도 하다.
최근에는 KBS '6시 내고향'과 SBS '모닝와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달수 이야기가 방송된후 '스타'가 됐다. 거의 매일 학생들과 어린이와 함께 찾아오는 어른들로 사무실은 북적거릴 정도.
달수와 거제환경연합(의장 엄수훈)이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월 30일. 거제시 연초천 하류갯벌에서 조개를 캐던 윤옥녀씨(50)가 "큰 쥐같기도 하고 쪽제비 같기도 하다"며 환경연합에 신고하면서부터.
당시 어미를 잃고 탈진했던 수달은 생후 2개월에 몸길이 55cm, 몸무게1.3kg. 사무실 한켠 1평 남짓한 판잣집 '달수네집'에서 살며 회원들이 낚거나 횟집등에서 얻어온 생선을 먹으며 현재는 몸길이 95cm, 몸무게 5,5kg으로 부쩍 자랐다.
아침 저녁으로 먹이를 주며 갖은 정성으로 보살피는 윤미숙 사무국장(39) 윤인혜 간사(36)를 엄마처럼 따르며 사무실에서 생활한지도 5개월째.
그러나 달수가 사람을 가리지 않는 것이 환경연합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큰 걱정거리. 처음부터 '최대한 자연적응 훈련을 거쳐 발견된 곳으로 돌려보낸다'는 원칙을 세웠으나 보호시설이나 자연적응 훈련 시설, 전문인력도 전무한 상태라고민이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야외훈련을 나가지만 놀기만 할 뿐 사냥에는 관심도 없다고.
이런 상황에서 자연으로 돌려보내자니 살 수 있을지 의문이고, 사람을 잘 따라 밀렵꾼에게 잡혀 보신용이나 박제용으로 둔갑될게 뻔한 실정. 그렇다고 수명이 20년인 수달을 마냥 사무실에서 키울수도 없는 상황이다.
환경연합은 자체로는 달수를 무사히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작전에 돌입했다. 우선 '야생동물 보호시설' 또는 '야생적응훈련장' 건립을 경남도, 문화재청, 환경부 등 관계기관에 정식 요청했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중앙환경연합과 연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달수 구명운동'을 벌일 구상이다.
윤국장은 "수달은 일본에서는 84년 멸종됐으며 우리나라에는 남해안 거제도 등 일부지역에만 남아 있는 천연기념물이자 '국제동물거래금지협약'에 올라있는 적색보호종"이라며 "정부가 천연기념물로 등록만 해 놓고 체계적인 보호 관리대책은 세우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거제지역에는 지난 96년부터 30여마리의 수달이 죽거나 부상당해 환경단체에 신고됐으며, 현재 약 120여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종합적인 보호대책은 물론 조난, 부상시 보호와 야생적응을 시킬수 있는 야생동물보호센터건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달을 비롯한 야생동물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대책이 세워질때 '달수'는 당당히 야생에서, '수달의 길'을 걸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원종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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