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실라 농장사방이 언덕이고 올리브나무들이 가득하다. 새와 멀리서 들리는 개와 양 소리를 빼고 사람 소리는 우리뿐이다. 올리브 추수가 시작되는 10월이 되면 북적북적해진다고.
라정진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농장주
인적 없고 야생미가 가득한 땅을 지나, 농장으로 향하는 좁은 도로로 접어들었다. 비포장도로라서 먼지가 한가득 날린다. 대문을 지나니 사방이 언덕이고 올리브나무들이 가득하다. 새와 멀리서 들리는 개와 양 소리를 빼고 사람 소리는 우리뿐이다.
조용하고 깨끗하다. 10월은 되어야 올리브를 수확하니, 제일 바쁜 철을 앞두고 청소와 시설 정비만을 하고 있어 한적하단다. 추수철이 되면 정반대라고. 일요일만 쉬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무척 바쁘단다.
20여 년 전 농장을 산 주아큉은 초반에는 유칼립투스 나무와의 전쟁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당시 이전 농장주가 심은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무척 힘들었단다. 의아해하는 나에게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일단 재래종이 아닌 철저히 돈을 벌 목적으로만 심은 나무들이었단 말이죠. 녀석들은 뿌리를 사정없이 깊게 뻗어 땅으로 파들어 갑니다. 다른 나무들과 공생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계획적으로 플랜테이션을 조성해서 심은 유칼립투스는 7년에 한 번씩 베어냅니다. 좋은 값에 제지회사에 팔리죠. 수익성이 좋아요. 철저히 돈 벌기용 나무들입니다. 게다가 잎과 수액에 알코올 성분이 많아서 불에 잘 타죠. 고온 건조한 날씨에 나뭇잎끼리 마찰되면 자연발화되기도 해요. 산불이라도 나면 그야말로 불쏘시개가 되는 거예요."
최근 몇 년 새 기후변화 이슈와 맞물려 더 심각성을 띠는 포르투갈의 여름철 산불에는 사실 유칼립투스 나무도 있다. 화재에 취약한 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으니 위험할 뿐더러, 다른 나무들과 공생할 수 없으니 그 또한 문제다.
걸어서 다 둘러보려면 몇 시간은 족히 걸릴 215 헥타르, 평으로 치면 약 65만 평의 농장을 한가롭게 거닐었다. 그중 단 14헥타르만 100년 넘은 오래된 올리브가 있는 구역으로 확실히 다르다. 올리브들의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구부러져 있다. 나무들마다 개성이 있다.
"제가 이 농장을 시작한 이후엔 야생동물들도 더 많아졌어요. 토끼, 여우, 멧돼지, 또 새들도 많고요. 이전에는 사냥 허용 구역이었는데, 아쿠실라 농장을 시작하면서 사냥 금지 지역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단 제가 야생동물을 위한 생츄어리(sanctuary 안식처)로 운영하고 싶단 생각이 컸고요. 또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관계 시설의 일부분인 물 파이프가 총 때문에 손상되면 안 되니깐요. 농장을 매입한 후, 근처 초등학교 애들을 불러 용돈을 주기로 했죠. 숨어있는 탄피 찾기를 놀이처럼 하면서요. 몇 천 개의 총알에서 나온 플라스틱 껍질을 수거했습니다."
주아큉이 웃으며 말한다. 야생동물 안식처 확보나 유기농 농장 운영에서 보듯, 자연과 조화로운 삶에 관심이 많다. 상업적 대량생산 육식에 회의를 느껴, 몇 년 전까지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였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단다.
그냥 몸과 입맛이 당기는 대로 편안하고 즐겁게 먹고 싶은 것을 먹되, 절대 과식하지 않고 간헐적 단식을 한다. 그렇게 하니 지금은 저절로 소식이 될 뿐만 아니라 더 건강해졌다고. 생활도 좀 더 자연스럽고 여유로워졌단다.
원래는 섬유 의류 산업에 몸담아 무척 바쁜 날들을 보냈고, 지금도 바쁘긴 하지만 섬유-의류 회사 운영의 비중은 점차 줄이고 있는 중.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쿠실라 농장에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