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급여변경2009년 용산구에서 의료급여 무더기 전환(1종에서 2종으로)이 통보되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의료급여 종전환은 수급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늘렸다. 이에 항의하는 퍼포먼스.
빈곤사회연대
윤석열 정부가 가장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상대로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열린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본인부담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급여는 소득이 낮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취지의 복지 제도다.
애초 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던 의료보호제도를 개악해,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일정한 금액의 본인부담을 도입한 후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급여 대상자의 일부를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편입시켰는데, 이들이 보험료를 부담할 처지가 못돼 생계형 보험료 체납자가 되면서 의료 서비스를 아예 받지 못하는 처지로 내몰리기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역대 정부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 보장 정책을 개악해 왔다. 의료급여 예산의 비중이 2006년 1.84%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1.30%로 축소된 것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게다가 불합리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름뿐인 부양의무자라도 있으면 소득 기준을 충족해도 의료급여 자격을 얻지 못한다. 이 때문에 약 73만 명이 의료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돼 의료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렇게 2000년대 이후 역대 정부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를 공격해 왔다.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형편이 더 어려운 약자들을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말로 보편적 복지 확대를 막아 왔지만 실천은 말과 달랐던 것이다.
정부가 의료서비스 제공에 인색한 까닭
정부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제공에서조차 이렇게 인색한 까닭은 무엇일까?
2000년대 이후 역대 정부들은 모두 긴축 재정 기조를 유지했다. 정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1997년 IMF외환 위기로 재정이 거덜난 이후 역대 정부들, 특히 우파 정부들은 긴축 재정을 금과옥조로 여겼다. 재정 적자가 커지면 하늘이라도 무너질 듯이 말이다. 그래서 재정 안정을 명목으로 노동자·서민들을 위한 복지 예산을 줄여왔다. 노동자·서민들의 삶이 고단해지든 말든 나라 곳간만 채우면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정을 어디에 쓰려고 이렇게 긴축하는 걸까? 노동자·서민들의 복지에 쓰는 것은 아니니 다른 곳에 사용하거나 사용하려는 것일 게다. 이명박의 '기업 프렌들리', 박근혜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등 우파 정부들은 집권할 때마다 나라 재정이 적자가 나건 말건 기업·부자 감세에 열을 올렸다.
복지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기업·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다. 부자 감세에 대한 대중적 반감 때문에 정부는 기업·부자 감세로 경제를 부양하겠다고 했지만 기업들은 장기간 이윤율이 낮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투자를 하지 않기에, 감세는 결코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동산 투기 등만 부추겨 서민들의 삶을 더 고단하게 만들었다.
부자 감세로 인한 재정 적자를 공공부문 민영화와 구조조정, 복지 축소로 메우면서 노동자·서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바람에 삶이 어려워질 대로 어려워 졌는데, 부동산 투기 등으로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었다.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22조 퍼붓고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3조 삭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