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에 홀로 남은 앵무새
이혁진
한 달 전 쓰레기 대란으로 동네 골목 주택가 이곳저곳에 쓰레기 투기 금지 안내판이 난무하는 현실을 소개하고 자투리땅에 뜻하지 않은 조류 미니동물원이 생겨 주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적이 있다.
다음 기사였다. 이 기사를 접한 많은 독자들이 댓글로 응원과 박수를 보내왔다. 동물원을 관리하는 이름 모를 주인에게도 격려가 쏟아졌다(관련 기사:
'쓰레기 몰래 버리던 공간, 주인의 묘안이 놀랍다' https://omn.kr/2a2lg ).
한 독자는 "구경가는 길에 반려 조류동물을 위한 수의약품과 상비약을 나눔차원에서 걸어두겠다"면서 "이 건물로 이사와 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취재한 입장에서 조그만 보람을 느꼈다.
기사가 나간 뒤 MBC <생방송 오늘아침>에서도 연락이 와 후속취재에 응하기도 했다. 9월 12일 방송 내용을 보니, 조류 미니동물원이 쓰레기 투기금지의 획기적 대안으로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우리 모두 주변의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라 하겠다.
그런데 엊그제 아침 동물원 현장을 찾아 살펴본 결과, 그곳은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변해 있었다. 외관상 울타리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울타리 안 상황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동물원 주인(생방송 오늘을 통해 조원욱씨로 확인됐다)을 찾아 묻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그를 알지 못해서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위엄을 자랑하던, 이곳 생태계의 주인이었던 수탉은 어디 가고 없었다. 혹시 우리 안 어딘가에 들어가 쉬고 있는 건 아닌지 살폈지만, 수탉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