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왕산 추모제유왕산 추모제를 위해 모인 양화 사람들
오창경
백제유민들은 백제의 노래인 산유화가(山有花歌)를 부르며 놀았고 당나라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하는 영혼을 마지막 뱃길이 된 금강에서 불러온다. 돌아온 혼백이 상여에 실려 유왕산에 오르면 그들 넋을 극락에 보내기 위하여 기원하는 의식으로 '천도굿'을 열었다.
매년 음력 8월 16∼17일 이틀에 걸쳐 300여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여군 양화면 유왕산 일대에서 열린다. 유왕산추모제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충청남도 부여군이 후원한다. 2015년부터 백제문화제에 통합되어 추진하고 있다.(참조:다음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사전)
20년 전에는 1박 2일 간 열렸던 유왕산 놀이가 이런 규모로 축소된 것이 너무 서운해 자료를 찾아서 그간의 과정을 밝혀 보았다.
그때는 금강에 배를 띄우고 왜 상여까지 동원했는지도 몰랐지만 행사의 규모를 보면서 비감에 젖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백제가 역사에서 사라진 날부터 백제 유민들은 백제를 잊지 않으려 백제의 노래인 산유화가를 농사일의 전반에 걸쳐 부르고 매년 8월마다 만나서 한바탕 한 풀이하는 의식으로 백제의 정신을 계승해왔다.
겨우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모든 의식은 사라지고 비장한 음악과 잘 차려진 제상만 그날의 분위기를 대신하고 있었다. 유왕산 어디에도 슬픈 역사가 느껴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 많았던 양화 사람들과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금강물만 변하지 않고 슬픈 눈물방울을 반짝이면서도 비극의 역사를 집어삼키고 유유히 흘러가고 있을 뿐이었다.
"야, 여기는 목 놓아 울면서 소리 지르기 딱 좋은 곳이네."
온몸을 휘감는 무력감과 유난히 반들거리는 금강물에 압도되어 가슴이 답답해질 즈음 누군가 이런 말을 내뱉었다. 유왕정에서 금강물을 바라보던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탄식 섞인 감탄사였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진솔한 표현이었다. 유왕정에서 내려다본 금강은 이상하게도 슬픈 감상을 자아내면서도 아름다웠다.
목놓아 울기 딱 좋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