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탄소중립국가기본계획 중 그린리모델링 목표치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한국건설산업연구원(2023)은 공공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 평균사업비 57만 원/㎡ 가정을 바탕으로 건물 한 건당 그린리모델링 비용을 2억 9000만 원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정부 계획인 연간 20만 건 적용 시 연간 58조 원의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 사업의 규모와 지원이 극히 제한적인 기존 국토부 사업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건당 1200만 원, 최소 연평균 2조 4000억 원 이상은 필요하다. 이 비용은 정부 재정과 민간투자(개인), 금융이 분담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기본계획상 유일한 민간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지원사업인 '그린리모델링 민간이자지원사업'을 2024년 폐지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민간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지원사업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 예산도 계획 수립 이후 매년 크게 삭감되고 있는 실정이다(2023년 1910억 원, 2024년 1275억 원, 2025년 편성 1145억 원).
160만 건이라는 목표를 세워 놓고 대안도 없이 유일한 기존 사업을 폐지하고 공공리모델링 예산을 반토막 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표현조차도 부족하지 않은가.
노후보일러 교체로 리모델링 실적 채우나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중앙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지자체들이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하면 되지 않나? 감축수단 활용 권한 제한이 있는 지방정부는 건물부문과 수송부문 감축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므로 그린리모델링 지원 사업이 강조될 수 있다. 그러나 지자체 사업을 포함시켜도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시의 경우를 보자.
서울시 탄소중립기본계획상 그린리모델링 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건물 자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은 민간건물 제로에너지건축물(ZEB)사업, 안심 집수리 사업, 새빛주택 등이 있는데 연 3000~4000건 수준이다. 2030년까지 계획이 이행된다 해도 서울시 전체 건축물의 3.5~5%만 리모델링할 수 있다. 국가기본계획상 목표인 21.6%에 턱없이 못 미친다.
만약 노후보일러 교체를 그린리모델링으로 볼 수 있으면 형식적으로 목표 달성은 가능하다. 2030년까지 168만 건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온전한 그린리모델링으로 간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럽처럼 히트펌프로 바꾸는 것도 아닌 더 나은 효율의 가스보일러로 바꾸는 사업이고 따라서 새 보일러 수명(10년) 만큼 추후 온실가스 배출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계획을 담대하게 세웠으면 예산도 담대하게 편성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2020년 '
유럽 리노베이션 계획(Renovation Wave for Europe)'을 통해 3500만 채 그린리모델링 계획을 세우고, 연간 570억 유로(84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처럼 보일러나 LED 등, 창호를 지원해 주는 부분적 지원사업이 아니라 건물 자체에 등급을 매기고 건물 등급에 따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포괄적 접근 방식을 취한다. 탄소감축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에너지빈곤 해결과 건설산업의 일자리 확대와 재교육이라는 산업전환의 차원에서 재정을 투입한다.
독일은 2024년 그린리모델링 예산으로
189억 유로(28조 원)를 배정했는데, 이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2024년 국가기본계획상 전체 기후대응예산 14조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린리모델링 같은 감축수단이 중요한 이유는 감축효과를 즉각적으로 발휘하면서도 경기축소 방어와 산업전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인데, 정부는 건설에 10년, 송전선에 10년, 방폐장 건설은 가능한지도 의문시되는 원전 건설이나 탄소포집 및 저장(CCUS) 같은 기약 없는 기술에 돈을 퍼부으며 감축 부담을 다음 정부로 떠넘기고 있다.
생활폐기물 재활용률 83%? 소각장 예산만 늘어
그린리모델링 뿐만이 아니다. 목표와 예산의 괴리는 도처에서 발견된다. 2030년 전기차 420만 대, 수소차 30만 대, 갯벌 복원 10k㎡ 같은 목표들은 그 자체로도 만만치 않은 목표지만 계획이나 예산 편성은 그 의지조차 의문을 품게 만든다. 국내산업 보호라는 명분으로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개편하는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탄소중립 목표에서 더 멀리 물러서는 건 불가피하다.
앞으로 연간 60만 대를 등록시킬 복안은 있기는 한 건가(지난해 전기차 등록 대수는 15만 대였다)? 갯벌을 대규모로 복원하겠다면서도 갯벌을 메워 공항을 만드는 데는 망설임이 없다. 공항이 활성화되면 엄청난 탄소배출은 불가피하고, 망하게 되면 예산낭비와 생태계 파괴의 표본을 또 하나 추가하게 될 것이다.
생활폐기물 재활용률 83% 같은 목표도 그렇다. 2022년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56.8%였다. 이를 83%까지 끌어올리게 되면 현재 매립장을 전부 폐쇄한다 해도 소각장을 추가로 지을 필요가 없는 수준이다.
2022년 전체 생활폐기물 1675만 톤 중 211만 톤이 매립되고 494만 톤이 소각되며, 953만 톤이 재활용된다. 재활용률을 83%로 끌어올리면 437만 톤이 추가로 재활용되니, 매립 211만 톤을 전부 재활용으로 돌리고도 기존 소각장까지 일부 폐쇄시킬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