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바 거리한국 예능에도 나왔던 오뎅골목이다.
정세진
녹차의 고장 시즈오카에 온 김에 나의 첫 픽은 말차 사와(과즙수)였고 배우자는 맥주를 골랐다. 오토시라고 부르는 기본 안주는 에다마메와 시즈오카 특산이라는 사쿠라에비(벚꽃새우)를 살짝 볶은 것이다. 참고로 소량 제공되는 오토시도 유료인데 일종의 자릿세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말차 사와는 진한 초록색에 단맛이 전혀 없는데 쌉쌀한 녹차향이 드라이한 일본 소주의 풍미를 한층 돋운다. 오뎅 메뉴 중에서 찐 어묵인 한펜과 가운데가 뻥 뚫린 대롱 모양의 치쿠와, 푹 삶은 무, 오징어, 다진 고기완자 츠쿠네 등등을 선택했다. 한국식 오뎅이 '국물'에 비중을 두는 데 비해 이동네는 다양한 재료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생선을 뼈째 갈아 만든다는 검은 한펜은 시즈오카의 시그니처 메뉴기도 하다.
잠깐 사족을 붙이자면, 우리는 보통 어묵=오뎅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식 오뎅(おでん)은 가쓰오부시 육수에 어묵(가마보코)을 포함해 무와 소힘줄, 달걀, 다시마 등등 다양한 재료를 익혀먹는 요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즉 오뎅 재료로 어묵이 포함돼 있는 셈.
오뎅꼬치 외에 안주류는 별도로 가격이 적혀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운영하는 가게인데 안주 하나를 만드는 데 꽤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옆자리 아저씨들이 주문한 달걀말이가 익어가는 걸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데 이분들, 자신들이 먹으려던 안주를 우리 부부에게 토스한 후 새로 주문하시는 거다.
감사인사를 꾸벅 하고 한입 맛봤는데 모짜렐라 치즈가 듬뿍 들어 녹진녹진한 맛이 그만이다. 첫날부터 생각지 않은 친절을 경험하고 왠지 흐뭇해졌다. 겨자에 찍어먹는 오뎅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고,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생 와사비를 쓱싹 직접 갈아서 먹는 장어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