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둥이로 90대를 맞은 만세시위 참가자

[오늘의 독립운동가 20] 10월 1일 타계한 서금이 지사

등록 2024.10.01 11:53수정 2024.10.0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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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북 의성군 비안면 서부리 산5-3번지 '기미 3.1독립만세운동 기념탑'

경북 의성군 비안면 서부리 산5-3번지 '기미 3.1독립만세운동 기념탑' ⓒ 정만진


"의성 비안 3·1독립운동은 1919년 3월 12일 비안공립보통학교(현 이두초등 비안분교)에서 학생들과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봉기하였으며, 경상북도 내에서 가장 먼저 만세운동을 펼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비안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의 만세운동은 당시 급장이던 우희근, 박기근 등이 중심이 되어 3월 11일 비안 장날을 계기로 봉기할 계획이었으나 사전에 정보가 새어나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날 150명의 학생이 학교 뒷산에서 독립만세를 외침으로써 시작되었다.

의성군 비안면이 도내 3·1만세운동의 효시로 확인되자, 기념탑건립추진위원회가 2002년 12월 22일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의성군 비안면 서부리 산 5-3번지(비안분교 뒷산)에 기미 3·1독립만세운동 기념탑을 건립하였고, 이후 해마다 비안 면민들이 3·1운동 재현행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위 인용문은 경북 의성군 비안면 서부리 산 5-3번지에 건립되어 있는 '기미 3·1독립만세운동 기념탑'에 대한 국가보훈부 현충시설서비스의 해설('시설 내용') 전문이다. 1919년 3월 12일 비안공립초등학교 뒷산에서 펼쳐진 독립 촉구 시위가 경북 도내 만세운동의 효시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경북에서 가장 먼저 만세 시위를 펼친 비안 사람들

이 시위에 참여하였던 서금이(徐金伊) 지사가 1948년 10월 1일 세상을 떠났다. 출생연월일이 1880년 4월 17일이니 향년 68세였다. 본적이 비안면 쌍계리 221번지인 서 지사는 1919년 당시 일본 경찰에 끌려가 태(笞) 90도(度)를 받았다(국가보훈부 독립유공자 공훈록).

서 지사가 태형을 받았다는 것은 그가 "(경북) 도내 3·1만세운동의 효시"인 비안면 서부리 시위의 주동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는 같은 사건으로 구속된 지사들이 겪은 고문과 투옥 생활의 정도를 보면 바로 확인된다. 박영화 징역 2년, 김원휘 징역 1년6월, 배중엽·배달근·박영달·박영화 등 징역 1년이었다.


서 지사가 받은 태형 가벼운 형벌인가

그러나 서 지사에게 가해진 체벌을 가벼운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몽둥이로 90대를 맞는 고통은 평화롭고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인간적 형벌이다. 일본제국주의조차 3·1운동 후인 1920년부터 사람의 인체에 폭력을 가하는 체벌을 폐지했다.


독립지사가 겪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어떤 이유에서도 경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국가보훈부 공훈록은 서 지사를 두고 "묘소 위치 확인이 필요한 독립유공자"라고 기술하고 있다. 무덤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독립지사의 삶과 죽음인 것이다.

비안면 만세 운동의 경과를 살펴보니

비안면 쌍계동교회 박영화 목사에게 서울과 대구의 독립만세운동 소식을 처음 알려준 사람은 김원휘와 박상동이었다. 조사(요즘 표현으로 교회 집사) 직책을 맡아온 김원휘는 평양신학교 입학차 서울에 간 길에, 아들 박상동은 대구 계성학교에 다니는 중 만세 시위에 가담했다.

두 사람은 일제에 붙잡히는 것을 피해 고향으로 각각 내려왔고, 당연히 박영화 목사에게 만세 시위에 대해 전달했다. 박 목사는 전국적으로 번져가고 있는 만세시위에 관한 정보를 안사면 대사리교회에 전파한 후(관련 기사: 5일 동안 계속 벌인 경북 의성 대사동 만세운동) 쌍계리교회 신도들과 마을 주민들을 독려해 만세시위를 일으키기로 결심했다.

학생들, 비안시장 시위 준비 중 적발되어 사전 무산

박 목사와 둘러앉은 배중엽·배달근·박영달·김원휘 등 주동자들은 3월 12일을 거사날로 정하였다. 그런데 이때 이미 보통학교 상급생들은 11일 비안시장 시위를 준비하던 중 경찰에 적발되어 무산된 상태에 있었다. 학생들은 "내일(12일) 학교 뒷산에 올라 만세를 부르자!"라고 서로 약속했다.

한편 어른들은 3월 12일 정오쯤 태극기 200매를 박영화 목사 집 앞에 모여 든 200여 명 군중에게 나눠주었다. 군중은 시위대가 되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면서 마을을 순회했고, 하교한 학생들과 함께 학교 뒷산으로 올라가 다시 만세를 불렀다.

급보를 받은 의성 경찰서 경찰부장이 주재소 경찰들을 이끌고 오후 4시쯤 달려왔다. 결국 주동 인물 대부분이 검거되어 징역 2년에서 태형 90도의 처분을 받았다(실형 14명, 태형 4명). 서 지사도 이때 검거되었고, 4월 22일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청에서 소위 보안법 위반으로 태 90도를 받았다.
덧붙이는 글 국가 인정 독립유공자가 1만8천여 분 계시는데,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의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소개하려면 1500년 이상 걸립니다. 한 달에 세 분씩 소개해도 500년 이상 걸립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날, 의거일 등을 중심으로 '오늘의 독립운동가'를 써서 지사님들을 부족하나마 현창하려 합니다.
#서금이 #박영화 #김원휘 #비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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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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