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현황2023 장애인고용현황
고용노동부
올해로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에게 고용은 넘기 힘든 '분리장벽'이다. 2023년 장애인고용률은 3.17%, 공공은 3.86%, 민간은 2.99%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공공부문 상승률이 민간보다 높다'며 발표한 내용이다. 장애를 이유로 한 부당 채용거부와 차별 행위는 수년이 걸리는 소송을 통해서야 시정할 수 있고, 현실은 입증의 책임을 장애인 고용 당사자에게 돌리고 있다.
'장애차별 판단의 입증 책임'을 채용 차별사건을 중심으로 고민하는 토론회가 27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안호영·김주영·이학영·박정·강득구·박해철·박홍배·이용우·김태선 국회의원과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 사회는 이경희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맡았고,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가 좌장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공공기관들조차 장애인차별금지법 내용 제대로 반영 못 해"
"시험을 잘 보고 면접도 잘 봤는데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고, 장애인 당사자는 왜 공무원이 못 됐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소송을 시작했는데 차별 사실을 당사자, 원고에게 입증하라고 합니다. 면접 과정에서 '무슨 장애를 갖고 있는지', '장애 있으면 일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다행히 이 질문을 근거로 최종 면접 과정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최근에서는 교육청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장애인 4명이 소송을 하고 있는데 이 경우는 어떤 편의를 제공을 하지 않았는지, 어떤 질문을 했다거나 하는 사실이 명확하지 않아 현재 입증이 어렵습니다. 중증장애인을 뽑기 싫었을 수도 있고, 면접관들이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는데 그 마음을 판단하거나 입증하기는 어려우니까요."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 채용 차별 양상과 증거의 편재'를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발제했다. 김 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고용과 관련한 차별금지 조항은 필요한 내용들을 잘 담고 있다. 하지만 사례를 보면 정부와 관련 공공기관들조차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관련 절차도 마련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합리적으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입증책임을 져야 하고, 공무원 임용에서만이라도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시스템을 빨리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개별 소송으로 판단받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정비하고 소송이 제기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선미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실질적 평등 실현 및 차별 구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입증책임의 배분'에 대한 발제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한 '입증 책임 배분 근거'에 대해 설명했다.
"2급 청각장애인인 원고가 서울시 직업교육훈련기관 교육훈련생 선발과정에 지원했다 불합격한 후 법원에 장애를 이유로 피해를 입었다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 47조의 입증책임 배분 규정에 근거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차별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는 장애인 당사자에 대해 '차별이 아니며, 불합격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주장은 상대방이 입증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장선미 전임연구원은 "우리와 헌법 규정이 유사한 캐나다의 경우 간접차별이나 정당한 편의제공 관련 내용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법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입법‧사법부가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의 당사국으로서 장애인의 평등을 실현할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접시험에서 어떤 불리한 기준이 적용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글자를 얼마나 잘 썼는지, 목소리가 크고 말투가 바른지, 자세가 바른지, 미소를 띤 표정을 계속 짓고 있는지 등 이런 기준이 모두 장애인들에게는 불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준은 사용자들이 만들고, 그들만이 알 수 있습니다. 소송을 하게 되면 장애인 당사자가 이걸 밝히려고 노력하고 재판부에 피고 측이 증거를 제출하게 해달라고 호소하게 됩니다."
이정민 법률사무소 지율S&C 대표변호사는 "실제 재판과정에서 피고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곤란해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며 "피고측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제출하여 장애로 인한 차별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아닌 경우에는 차별이었음을 판단할 수 있도록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