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영혼도 산 자의 영혼도 나비가 되었다.
권미숙
우연이었을까. 광대가 쓴 하얀 부포의 빨간 꽃술이 죽은 아이를 안은 조선 어미의 동상 가슴팍에 꽂혔다. 필자가 조선 어미가 겪어냈을 고통과 처음 마주한 것은 지난 1월 27일이었다. 가슴팍에 꽂힌 분노는 작지만 강렬했다. 조선의 두 어미는 마주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약속했다.
'꼭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 약속이 백두광대들과 2박 3일 진혼굿 기행이다.
일본 제국주의 만행 희생자인 그들에게 누군가를 대신해서 미안해 할 자격이 과연 우리 백두광대들에게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우리 동포가, 나라가 힘이 없어 지켜주지 못한 우리 국민이 귀국선을 타고 돌아오다 폭침으로 수장 당한 사건에 대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무심했다는 데 그 미안함의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누군가 사과 주체로서 자격을 운운한다면 당당할 수 있을 것이다.
김원호(풍물굿 연구가/ 퉁소 연주/ 경기도 풍물굿 著)는 풍물굿은 신의 권능을 빌어 수동적으로 은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매 삶의 신산고초를 스스로 이겨내려는 인간의 힘을 음악과 춤으로 일으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힘을 키워 사람들이 스스로 '삶터를 밝게 하는 삶의 진혼'이라고 한다.
"보통 진혼굿이라 하면 '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 위로하기 위해 하는 굿'을 말하는데, 이번에 우리 진혼굿은 죽은 이들의 '원귀(寃鬼)'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온한 영혼으로서 안식'을 하도록 '축원'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세상 사람들도 '평안한 영혼으로 살게 되기를 기원하는 것도 되고요. 일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속해온 이 추도제도 겉보기엔 잘못된 역사에 대한 속죄로 이른바 양심적인 행사라고 여기지만 실은 죽음과 삶 차원의 의례라고 생각돼요. 그들의 생업 현장인 앞바다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닷없이 죽어가는 처참함을 생생하게 목격했는데 죽음과 삶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가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백두광대가 추구하는 진혼굿의 가치다.
넷째 마당에 조선의 춤꾼 이진희가 다시 탈춤 큰어미 춤으로 등장하면서 여섯 광대가 한 마당에서 놀았다. 꽹과리 임인출, 장구 전동일, 북 윤여진(충남민예총 이사장 / 논산교육풍물 두드림 대표 / 충남작가회의 회원), 퉁소 김원호, 징 최봉규(백두광대 대표)가 벌인 큰어미 춤은 한국 무형 유산인 고성오광대놀이 큰어미 춤을 각색한 작품으로 산자들은 꿋꿋하게 생을 희열 속에서 이어가자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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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되어 그들이 풀어낸 진혼굿은 '혼은 혼반에, 넋은 넋반에 담고, 육은 희열 속으로...' 그렇게 죽은 이의 영혼도 산 자의 영혼도 나비가 되었다. ⓒ 권미숙
'혼은 혼반에, 넋은 넋반에 담고, 육은 희열 속으로...'
그렇게 죽은 이의 영혼도 산 자의 영혼도 나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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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간 교직 생활을 마치고 2021년 8월 명예롭게 정년 퇴직을 하였습니다. 퇴직 후 또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현재는 단체 지자체 소셜미디어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교육, 역사, 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건강한 세상에서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들이 건강한 사람으로 살 수 있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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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변에서 굿판을 벌인 사람들... 그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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