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팔라호수가뭄으로 몇년새 확 줄어든 물, 왼쪽 식당 건물 앞으로 잡초가 자라고 있다.
한상언
기후 위기에 상대적으로 민감해, 현대인들 중 일부는 무기력감 등 '기후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 불안증과 무신경한 불감증 사이에서 나는 상대적으로 불안증일 거라 생각했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한 비건식 실천, '음쓰(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지속가능한 제품 구매 등 일상 속 실천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호수를 삶의 터전으로 둔 차팔라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내 눈으로 목격하고 나니 문제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멕시코, 지구의 반대편 거리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왜인지 남 일처럼 여길 수가 없었다.
거시적으로 다루던 기후위기가 미시적인 관점에서 먹고사는 일 즉, 내 일로 보일 때야 위험을 감지하는 아둔함. 나는 이날 차팔라 호수를 걸으며 신발에 흙이 묻어 더러워지고, 날씨가 뜨겁다고 에어컨이 있을 법한 가게를 찾아본 나를 반성했다.
'온난화가 심각하다'고 말론 얘기하면서도 내심 '모두의 문제이지, 이건 당장 나의 문제는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나.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못한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됐다. 그리고 생각이 길어져 죄책감이라는 단어마저 떠오를 때, 나는 다짐했다. 앞으론 죄책감에 익숙해지기보다 기후문제에 대한 책임감에 더 익숙해져야겠다고.
호수는 지금도 조금씩 말라가고, 물이 줄어들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조차 금세 잊고, 저 때의 반성과 다짐이 무색하게 살 가능성이 높은 미래의 나를 위해 이 기록을 남긴다. 더웠던 저 날의 불평과 불만보다, 앞으로 우리와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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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가고 싶었던 차팔라 호수, 직접 보니 공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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