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곤돌라 상부 승강장 예정지에 위치한 느티나무에 금줄이 둘러져 있다.
사회적기업(주)시소
지난 20일 낮 12시. 서울 남산 정상부 나무에 '금줄'이 둘러졌다. 짚으로 꼰 새끼줄 사이사이 끼운 하얀 한지 조각들이 7월 장맛 바람에 휘날렸다. 예로부터 금줄은 해로운 것을 금하고 부정을 막기 위해 문이나 신성한 대상물에 쳤다. 이 금줄이 왜 서울 한복판, 남산 정상에 드리워졌을까.
남산에 금줄을 치기까지
지난해 6월 서울시는 "남산 생태계를 보존하고 남산을 이용하는 시민의 편의도 증진하겠다"며 "생태와 여가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라고 알렸다.
'조화' '지속 가능' 같은 좋은 말로 포장된 남산 프로젝트의 실상은 곤돌라와 스카이 워크 등 대규모 여가 시설의 신규 설치다. 건설 및 운영 과정에서 식생 훼손, 소음, 진동, 빛 공해 등 생태경관 보전지역 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한 난개발 사업인 것이다. 시간당 1600명~2000명을 실어 나를 수 있다는 남산 곤돌라, 늘어난 관광객을 감당하기 위한 편의시설 설치와 샛길 증가 역시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업의 타당성과 환경 영향이 논란이 되자 서울시는 지난 5월 '남산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며 "남산 곤돌라 운영 수익 전액을 남산 생태환경 보전 사업 등에 활용하겠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관련 조례인 '서울특별시 도시재생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 제7조에 따르면 곤돌라 수익금은 '생태환경 보전 사업' 뿐만 아니라 '여가 공간 조성 사업'에도 사용할 수 있다. 남산 곤돌라 수익금으로 남산에 관광 여가시설을 지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서울시는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1년이 넘도록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개최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곤돌라 사업에 유리한 일방적 설문조사,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심의 패싱 논란 등 거버넌스 부재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음에도 엄청난 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다가오는 11월, 곤돌라 건설 공사를 강행할 예정이다. 남산 곤돌라 설계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나는 봤어, 너의 아름다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