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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폭염 대책 법안, 노동부가 가장 반대했다고요?

[폭염 대응, 문제는 작업환경 ②]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 인터뷰

등록 2024.07.11 09:15수정 2024.07.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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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건설노조는 여름철 작업장 온습도를 측정하고, 현장에서 폭염 대책이 얼마나 이행되는지 조사를 매년 실시해왔다. 폭염 관련 기자회견 중인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건설노조는 여름철 작업장 온습도를 측정하고, 현장에서 폭염 대책이 얼마나 이행되는지 조사를 매년 실시해왔다. 폭염 관련 기자회견 중인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 전국건설노동조합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올해, 폭염 대책 마련에 분주한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을 6월 14일 연구소 경기 사무실에서 만났다.

- 요즘 특히 바쁘시죠?

"22대 국회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폭염 문제 대응을 같이 하고 싶다'라고 의원실 여러 곳이 먼저 연락해 오고 있어요. 바쁘지만 건설노조가 지속적으로 공론화한 성과인 것 같아요."

- 막상 관심만큼 폭염 대책 법안이 속도를 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떤가요?

"지난 21대 국회에 여러 법안이 발의됐어요. 근데 한 보좌관을 통해 지난 국회 논의사항을 들었는데 아이러니했어요.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에 대한 이견이 별로 없었는데, 통과가 안 됐던 데는 '고용노동부의 반대가 컸다'고 하더군요."

폭염대책의 걸림돌이 된 고용노동부

- 고용노동부가 가장 반대했다고요?


"고용노동부가 반대한 이유는, '물, 그늘, 휴식'이라는 지침이 잘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래요. 어이없죠? 그래서 작년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8월 폭염 지침 이행 실태 자료를 받아봤어요. 저는 가장 중요한 게 무더위 시간대 휴식 시간 보장과 실질적인 작업중지, 작업 단축, 작업 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용노동부의 자료는 50억 이상 현장은 90% 이상, 50억 미만 현장은 75% 이상 정기 휴식이 지켜지고, 무더위 시간대 작업중지, 조정, 단축도 50% 정도는 지켜진다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노조의 실태조사 결과와는 너무 달라요. 우리 조사에서는 대부분 안 지켜지고, 정기 휴식은 40%, 작업중지도 20%만 실행되는 상황이었죠. 현장의 실제와 고용노동부의 자료가 이렇게 차이 나는데, 고용노동부는 국회에서 '지침 이행이 잘 된다'며 법안 마련에 미온적이었다니 화가 나더라고요."


-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300여 건에 대한 점검 방식이 전화 혹은 현장 방문인데요. 현장을 일일이 방문하지 못했을 테고, 전화 점검으로 건설사의 얘기를 그대로 반영한 거라고 봐요. 그렇지 않고선 현실과 저렇게 다른 통계가 나올 수 있을까요? 건설사만 통하지 말고, 노동자를 참여시켜 실태 파악을 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실질적인 대책은 무더위 시간대 작업중지

- 폭염 대책의 핵심은 강조하신 무더위 시간대 작업중지일 것 같습니다.

"맞아요. 이미 발의된 여러 법안이 그걸 강제하는 내용을 담았고, 사업주가 작업중지를 하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현장에서 안 지켜지는 건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권고이기 때문이에요. 사업주 강제가 법제화 되면 가령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사이렌'을 운영하는 것처럼, 일정한 기온이 되면 '폭염 사이렌'을 작동해서 사업주가 작업을 중단하도록 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그동안 노조가 현장의 폭염 상황을 관찰해 오셨죠?

"저희가 22~23년 현장에 온습도계를 비치해 건설현장 온도를 측정해서 실태를 파악했어요. 왜 노조가 직접 했냐면, 사업주도, 고용노동부도 안 하기 때문이에요. 사실 어려운 게 아니고, 고용노동부도 사업주도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문제에요. 실태 파악 결과, 많게는 기온과 현장의 온도가 6.2도까지 차이가 나요. 작년 고용노동부가 실내작업장에 온습도계 설치를 지침으로 내린 것처럼, 건설 현장도 현장 곳곳에 온습도계를 비치하고, 그에 따라 작업중지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폭염 시기 실내 사업장이 죽을 만큼 덥다면, 건설 현장은 실제 더워서 사람이 죽고 있으니까요."

- 올해 노조가 폭염 대책으로 주목하는 게 있다면 어떤 걸까요?

"무더위 시간 작업중지 이외에 저희가 주목하는 건 세탁 시설, 세척 시설이에요. 일정 인력 규모 이상일 경우 휴게실, 화장실 설치는 법제화 됐지만, 여전히 건설노동자는 일을 마치고 현장에서 씻지 못하고, 옷도 갈아입지 못해요. 그래서 피해를 줄까 봐 식당 가도, 집에 가는 대중교통 안에서도 움츠리게 되죠. 이걸 공론화하고자 해요.

또한 폭염이라는 재난에서 건설공사 지연 시 임금 보전 문제를 계속 얘기해야 할 것 같고요. 코로나 시기 일부 지자체가 앞장서서 건설공사 지연과 재난 수당 얘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사실 유야무야됐어요. 폭염이라는 재난의 피해자 중 하나인 건설 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손진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 한노보연 후원 문의 : 02-324-8633
#폭염 #작업중지권 #건설노동자 #건설노조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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